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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성, "김희애 선배의 말에 큰 감동받았다"

강민정 기자I 2014.03.03 14:17:04
‘우아한 거짓말’ 고아성.(사진=무비꼴라쥬)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버리긴 아깝고. 유지하기엔 그냥 그런 배우. 그 정도의 재능을 가진 사람이 제일 별로다.”

배우 고아성을 긴장시킨 말이다. 언젠가 언뜻 지나가다 들은 말이었는데 절대 흘려보낼 수 없었다. 영화 ‘우아한 거짓말’(감독 이한)을 촬영하며 직업적으로 사춘기를 겪었다는 고아성은 요즘 저 말이 더욱 마음에 와닿는다. ‘설국열차’와 ‘괴물’로 1000만 관객을 만난 여배우의 불안감이라곤 생각하기 힘들었는데, 고아성은 달랐다.

“연기에 대한 욕심이 굉장히 많았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할 줄은 몰랐다.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내 연기, 내 캐릭터, 내 모습, 내 작품, 어떻게 비춰질까 생각이 많았다. 포기할 만큼의 무능함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독보적인 입지를 갖추기엔 역부족인 배우. 그런 사람이 될 수 없었다. 정신력이 약한 내가 어떻게 버텨야할지, 해낼 수 있을지, 고민됐다.”

‘우아한 거짓말’의 김희애(왼쪽부터), 김향기, 고아성.
고아성의 고충은 캐릭터 때문이 컸다. ‘우아한 거짓말’에서 고아성은 맏딸 만지를 연기했다. 동생을 잃고 나서야 그의 힘들었던 생활을 돌아보게 되는 못난 언니 캐릭터였다. 엄마와의 관계에선 쿨했다. 애교가 많았던 동생과는 달리 자신의 입지가 급한 엄마와 닮았다. 현재에 남겨진 만지와 엄마는 그렇게 비통함에 빠져있어야 할 생활 속에서 괜찮은 척 우아하게 거짓말을 하며 살아갔다. 가족 잃은 슬픔을 억누르고 희노애락을 표현하는 데 자제할 수밖에 없었던 만지라는 인물이 고아성은 버거웠다고 했다.

“엄청난 힘을 줬던 건 김희애 선배였다. 선배 정도의 연기 경력과 인생 경험이라면 이미 베테랑의 경지에 올랐을 거라 생각했다. 스스로도 그런 마음이실 줄 알았다. 그게 아니었다. 언론시사회가 끝나고 나서도 선배는 눈물을 보이셨다. 당신이 연기를 제일 못한 것 같다 말하셨고 저희들에게 오히려 감사한 마음을 전하셨다. 정말 감동이었다. 선배의 위치에 오른 분들도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구나, 라는 걸 알았다. 배우도 그렇고 모든 사람들이 다 똑 같은 것 같다. 누구에게나 같은 걱정, 같은 불안감이 있나보다.”

고아성.
말투는 차분했고 표정은 평온해보였다. 겉으론 그런 불안감이 엿보이지 않은 탄탄한 내공이 있는 덕이다. ‘내공’이란 말을 스스로는 거부했지만, 고아성에겐 13세에 연기를 시작해 10년차가 된 단단함이 분명 있었다.

“지난 주 일반 시사를 처음 했는데, 한시름 놨다. 대중의 반응이 좋으면 나도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언론 시사회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펑펑 울면서 갔는데, 일반 시사회를 하고나서도 그랬던 것 같다. 개봉하면 무대 인사도 많이 돌텐데, 그땐 정말 울지 않을 거다.(웃음)”

‘나보다 남이 감동하면 일류, 나와 상대가 똑 같이 감동하며 이류, 나보다 남이 감동하면 삼류’라는 말이 떠올랐다. 고아성은 본인이 걱정했듯, 버리긴 아깝고 유지하기엔 그냥 그런 재능을 가진 배우는 분명 아니었다. ‘우아한 거짓말’은 13일 개봉된다.
김향기, 김희애, 고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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