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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현 감독은 오는 13일 방송될 ‘The Globalists’에 출연해 손지애 교수와 작품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손지애 교수가 영화 ‘파묘’를 제작하게 된 계기를 묻자, 장재현 감독은 “어렸을 적 살던 마을 뒷산에 있던 묘가 이장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면서 “당시 굿을 하던 현장이나, 관을 올리는 모습이 무섭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그 안에 무엇이 있을지 궁금했는데, 이런 복합적인 감정을 장르라는 틀 안에서 재미있게 풀어내고 싶었다”고 답했다.
‘파묘’가 입소문을 타고 빠른 속도로 관객을 끌어모으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장 감독은 “원래 좀 더 그로테스크하고 음침한 영화를 만들려고 했는데, 시나리오를 쓰는 동안 마음이 바뀌었다”면서 “코로나 등으로 다시 어렵게 극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스릴과 긴장감을 최대한 감안해서 제작했다”고 답했다. 무엇보다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 후련함을 주고 싶었는데, 그것이 통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손 교수가 앞서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먼저 선보인 ‘파묘’를 언급하며 “외국에서는 이런 한국적인 소재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궁금해 하자, 장재현 감독은 “외국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무서울 때는 무서워하지만, 재미있을 때는 크게 웃더라”면서 “엔터테인먼트로 좋아해주는 반응이 의외였고, 영화를 본 이후에도 한국 문화에 대해 더 궁금해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손 교수가 한국의 토속 신앙 같은 ‘한국적인 것’을 해외에 알리고자 하는 의도가 제작 준비 때부터 있었는지 물었는데, 장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러 갈 것인가”라면서 “나를 비롯한 한국 관객을 위해 집중해서 만들기는 했지만,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을 실감 한다”고 덧붙였다.
‘파묘’가 서양의 호러 영화나 엑소시스트와는 다른 것 같다는 손 교수의 질문에는 “한국 무속인들은 일이 벌어진 ‘이유’를 찾아가는 사람들로, 산 자와 죽은 자의 통역사의 역할을 한다”면서 “외국의 호러는 피해자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지만, 제 영화는 ‘전문가’들이 주인공이 되어 이를 파헤쳐가는 미스테리 구조가 중심”이라고 차이점을 밝혔다.
한편 ‘검은 사제들’, ‘사바하’에 이어 ‘파묘’로 이어진 장재현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밝히며 “왜 오컬트 장르를 시작하게 됐는지”도 물었다. 그는 “우리 사회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너무 터부시하고 있지만 사랑, 의리, 정 같이 보이지 않는 것들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라면서 “제가 좋아하는 영화 ‘드라큘라’도 사실 장르라는 틀 안에서 사랑을 이야기한 것처럼, ‘파묘’도 뜯어보면 (장르성 안에) 우리의 땅과 상처를 보듬는 이야기”라고 답했다.
끝으로 장재현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 주제를 정해놓고 만들자는 주의는 아니다”라면서 “영화가 끝났을 때 관람객이 어떤 감정이 드는지가 중요하고, 그것을 향해 간다”고 밝혔다. 차기작과 관련해서도 “다음에 제가 어떤 작품을 갖고 나온다면, ‘이래서 파묘를 찍었구나’라는 생각이 들 것”이라며 차기작에 대한 힌트도 덧붙였다.
장재현 감독의 대담 내용은 13일 수요일 저녁 5시, ‘The Globalists’ 방송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