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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장서윤 기자] "여자분들은 정말 이런 느와르 영화를 별로 안 좋아하나요? 이 영화 한다고 했을 때 팬들이 많이 말리더라구요. 그게 되게 궁금해요. 사실 전 예전에 제가 했던 부드러운 남자 이미지를 떠올려보면 솔직히 좀 닭살스럽거든요."(웃음)
서른 중반, 모델로 데뷔한 이래 어느덧 연기생활 15년차를 맞은 송승헌은 지금 심각하게 연기와 변신에 대한 고민중이다.
여섯번째 영화 '무적자'(감독 송해성)로 관객들과 만나는 그는 어느 때보다 강한 카리스마를 풍기는 역할에 도전한 자신에 대한 관객들의 평가가 한편으로는 기대되면서 두렵기도 하다. 그만큼 연기자로서 한 단계 발돋움하고 싶은 욕심이 고스란히 투영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는 '영웅본색'의 리메이크작인 '무적자'에서 원작 속 주윤발의 역할에 해당하는 이영춘으로 분했다.
탈북자들로 구성된 무기밀매 조직에서 자신의 정신적 지주인 김혁(주진모 분)이 음모에 휘말리자 몸을 아끼지 않고 복수를 감행, 다리 불구가 되는 이영춘은 초반 카리스마 넘치는 남성적인 모습과 세월이 흐른 뒤 초췌함을 동시에 보여줘야 하는 인물이다.
송승헌은 "잘 나가던 영춘의 삶이 망가진 후의 세월을 표현하는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며 "감독님은 달라진 영춘을 처음 봤을 때 관객들이 눈물을 흘리길 원하셨는데 첫 촬영에서는 눈빛, 느낌 모두 마음에 안 들어하셨다"고 털어놓았다.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진 영춘의 모습이라고 하기엔 송승헌의 외모가 너무 고왔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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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이 이전에 작업하셨던 최민식, 설경구 선배 등의 예를 들며 '그 배우들은 영화 속 상황이 구질구질하면 평소에도 그렇게 산다. 그래서 영화에서 그런 연기가 나오는 거니까 너도 그렇게 해 봐라'란 얘기를 하시더라"라며 "처음엔 무슨 소린가 싶어 답답하기도 하고, 야속하기도 했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러나 기술 시사를 거치면서 스크린 속 자신의 모습에 스스로도 놀랐다며 "'저런 모습을 만들기 위해 기다려주신 거였구나'란 생각이 들면서 좀더 감독님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한 부분이 오히려 아쉽더라"라고 전했다.
이렇듯 '연기의 맛'을 새롭게 알게 해 준 작품이기에 '무적자'는 송승헌의 연기 인생에 적지 않은 의미로 남을 것 같다고.
◇30대 중반, '진짜 연기자'를 꿈꾼다
특히 대중적인 사랑을 받은 '가을동화'에서처럼 부드럽고 자상한 남자의 이미지에서 한 발 벗어난 것도 큰 도전이었다.
"10년 가까이 부드러운 이미지가 강해왔으니까, 그걸 극복해내는 게 쉽진 않겠죠"라는 그는 "팬들도 '왜 굳이 강한 역할을 하려고 하느냐'며 반대 의견도 많았은데 뭔가 변화를 주고 싶은 열망이 큰 게 사실"이라고 강조한다.
그런 고민은 아직 연기자로서 인정받기에는 부족하다고 느끼는 스스로에 대한 성찰 속에서 나왔다.
"서른 중반을 향해 가면서 연기에 대한 고민이 부쩍 많이 들어요. 아직까지 연기로는 인정받지 못했으니까요. 조금씩 나이들어가면서 '송승헌이 이제는 연기에 조금씩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하네'란 얘길 들을 수 있다면 전 만족할 것 같아요."
이병헌, 장동건 등 데뷔 초반 미남 스타로 시작해 연기자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 선배들의 모습을 눈여겨보는 것도 그러한 이유다.
"사실 제가 갑자기 대단한 연기파 배우가 되겠다는 건 어울리지도 않잖아요. 데뷔 초반 외모로 주목받았다가 이제는 연기로도 손꼽히는 이병헌, 장동건 선배 같은 분들을 보면 저도 가능은 하겠다 싶어요. 저도 꾸준히 노력한다면 제 연기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없앨 수 있지 않을까요?"
그는 "일희일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가장 큰 꿈은 행복한 가정 꾸리는 것
요즘은 특히 '나이듦'에 대한 생각을 부쩍 많이 한다는 그는 "언제까지고 '청춘스타'일 순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며 웃음지었다. 그래서 때로는 화려할 때 사라지는 게 나은 걸까 싶기도 하지만 정답은 아직 찾지 못했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건 연기가 좋고 배우로 사는 게 행복하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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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말미, 그에게 결혼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진지한 답변이 돌아온다.
"서른 중반이 다 돼가니 자연스럽게 결혼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는 그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게 가장 큰 꿈"이라고 전했다.
"살면서 소박하면서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내 아내, 아이들 등 가족을 만드는 거예요. 부모님이나 어느덧 커 가는 조카들을 보면 과연 나도 저렇게 살 수 있을까 싶기는 하지만요."
그래도 멋진 결혼에 대한 꿈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결혼한 친구들을 보면 '아 결혼은 정말 생활이고 현실이구나' 싶기도 한데 그래도 아직은 결혼에 대한 환상이 좀 남아있어요. 혼자만의 꿈을 가져봐도 나쁘진 않겠죠?"(웃음)
(사진=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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