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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송지훈 기자] '기라드' 기성용(셀틱)이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이하 SPL) 데뷔전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치며 유럽 무대에 대한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
기성용은 17일 새벽(한국시각)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소재 셀틱파크에서 열린 폴커크와의 2009-10시즌 SPL 20라운드 홈경기에 선발 출장해 중앙미드필더로 90분 풀타임을 소화했다.
이날 기성용의 소속팀 셀틱의 경기력은 다소 실망스러운 수준에 그쳤다. 리그 최하위팀 폴커크를 맞아 낙승이 예상됐으나 상대에게 먼저 한 골을 내주며 고전하다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승점1점을 추가하는데 그쳐 시즌 승점은 38점이 됐고, 리그 선두 레인저스(승점47점)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주전 멤버들 중 상당수가 대표팀 차출과 부상으로 인해 출전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이 경기력 저하의 원인이 됐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 속에서 '대체재'로 그라운드에 나선 기성용은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완성도 높은 경기 운영 능력을 선보여 토니 모브레이 감독을 흡족케 했다.
◇완벽히 섞였다
기성용은 팀 동료 마르크 루크 크로사스와 나란히 중원에 포진해 경기의 흐름을 조율했다. 양쪽 터치라인 부근을 파고드는 동료 선수들에게 정확히 볼을 전달해 공격의 실마리를 제공했고, 적극적인 움직임을 통해 상대의 공간 침투 의도도 적절히 봉쇄했다.
이와 관련해 눈길을 끈 건, 수비를 마치고 공격으로 전환한 셀틱의 볼이 상당부분 기성용의 발 끝을 거쳐 전방으로 향했다는 사실이다. 경기 중 동료선수들과 자연스럽게 볼을 주고받는 기성용의 모습에서 '동양에서 건너온 신참내기 축구선수'로서의 분위기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기성용은 프리킥, 코너킥 등 세트피스 찬스에서 키커 역할을 수행하며 '데드볼 스페셜리스트'로서의 역량도 뽐냈다. 전반13분 동료 공격수 마크-안토니 포춘에게 정확히 연결되는 프리킥을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았고, 후반21분에는 상대 위험지역 정면에서 얻어낸 프리킥 찬스서 위력적인 오른발 인프런트킥을 시도했으나 골키퍼의 선방에 가로막혔다.
동점골을 터뜨린 기오르기오스 사마라스(셀틱)를 제치고 셀틱 구단이 경기 MVP로 기성용의 이름을 지목한 건, 공격포인트와는 별도로 이날 경기를 통해 선보인 기성용의 경기 지배 능력에 높은 점수를 준 결과였다.
◇키(Ki), 키(Key)로 거듭나라
기성용은 2010남아공월드컵 16강에 도전하는 한국축구대표팀이 '중원의 핵'으로 점찍은 허리자원이다. 유럽 무대에 과감히 출사표를 던진 기성용의 성공 여부는 우리 대표팀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팀에 합류하자마자 전술 및 동료들과 자연스레 동화되며 깔끔한 경기력을 과시한 기성용의 데뷔전 결과는 무척 고무적이다. 기복 없는 기량을 선보여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있지만, 첫 발을 잘 디딘 만큼 향후 '또 다른 기회'를 부여받을 가능성이 한결 높아졌다.
기성용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 중인 '단짝' 이청용(볼튼)과 더불어 '차세대 한국축구의 아이콘'으로 손꼽히는 선수다. 어린 나이에 과감히 유럽무대에 도전장을 던진 두 영건의 활약 여부는 향후 해외 진출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또래 선수들 및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성공적인 데뷔전을 통해 유럽 무대에 대한 연착륙 가능성을 제시한 '미스터 키(Ki)'가 성장곡선을 유지해 셀틱의 '키(key)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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