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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골퍼 이승민, 장애인 US오픈 우승하고 '할 수 있다' 6번 외쳐

주영로 기자I 2022.07.21 17:49:28

제1회 장애인 US오픈에서 연장 접전 끝에 우승
발달장애 딛고 5번 도전 만에 KPGA 프로 합격
발달장애 2급에서 골프 배운뒤 3급으로 조정
우승 뒤 "할 수 있다" 6번 외쳐 기자회견장에서 박수

자폐성 발달장애 골퍼 이승민이 21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파인허스트 6번코스에서 열린 장애인 US오픈 초대 챔피언이 된 뒤 우승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Jeff Haynes/USGA)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자폐성 발달장애 프로골퍼 이승민(25)이 ‘장애인 US오픈’(U.S. Adaptive Open) 초대 챔피언이 됐다.

이승민은 21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파인허스트 6번 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3라운드에서 1언더파 71타를 쳐 합계 3언더파 213타로 펠리스 노르만(스웨덴·발달장애)과 동타를 이뤄 연장전에 돌입했다.

17번과 18번 2개 홀 합산 방식으로 치러진 연장전에서 이승민은 버디-파를 기록, 파-보기를 에 그친 노르만을 2타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이번 대회는 US오픈과 US여자오픈 등 메이저 대회를 주관하는 미국골프협회(USGA)가 창설한 첫 번째 장애인 US오픈으로 이승민은 대회 초대 챔피언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대회에선 세계 각국에서 온 장애인 골퍼 96명(남자 78명, 여자 18명)이 참가했다. 이승민처럼 발달장애 선수는 물론 한쪽 팔로만 스윙하거나 카트에 몸을 의지하면서 겨우 스윙하는 골퍼들이 모여 처음으로 세계대회를 치렀다.

대회 참가에 앞서 “꼭 출전하고 싶었고, 최선을 다해 우승하겠다”고 각오를 밝힌 뒤 미국으로 떠난 이승민은 꿈을 이뤘다.

우승 직후 이승민은 “기쁘고 꿈을 꾸는 것 같다. (라운드 중) 계속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페어웨이가 좁은 코스에 대비해 집중적으로 (정확성을 높여) 드라이버샷을 잡았던 게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발달장애 3급의 이승민은 공이 날아가는 것을 좋아해 골프에 빠졌다. 프로골퍼가 되겠다는 목표로 다섯 번의 프로골프 테스트 도전 끝에 2017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정회원 자격을 획득하며 주목받았다. 2018년에는 KPGA 코리안투어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에 출전해 예선을 통과했고, 이후 중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프로골프투어에 출전해 장애를 극복한 도전을 이어오고 있다.

골프를 배우기 전엔 발달장애 2급이었다가 골프를 하면서 사회성이 발달하고 언어 구사 능력이 좋아져 3급으로 조정됐다.

초등학생 때 아이스하키를 했던 이승민은 너무 부상이 잦아 중학교 1학년 때 골프에 입문했다.

경기 뒤 우승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승민은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고 여섯 번이나 되뇌었다고 밝혀 박수를 받았다.

이승민을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하는 어머니 박지애(56) 씨는 “프로 대회에 여러 차례 초청해줘서 큰 무대에서 날씨, 어려운 코스, 상황들을 경험하며 많이 성장했다”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자폐성 장애인에 관심이 높아졌다. 미국에는 자폐성 장애를 가진 변호사가 실제로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많은 분이 승민이를 보면서 ‘자폐성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현실 세계에 잘 적응할 수 있구나’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3일 귀국하는 이승민은 “한국에 돌아가서 코리안투어에서 계속 활동할 것”이라며 “마스터스에 나가서 파이널 라운드까지 경기하고 싶은 게 가장 큰 꿈”이라고 더 큰 포부를 밝혔다.

이와 함께 박우식(다리 장애) 공동 31위, 이양우(발달장애) 57위에 올랐다. 남자 부문에서는 총 78명 중 76명이 3일 대회를 끝까지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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