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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임정숙의 지난 우승은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룬 성과여서 더욱 놀랍다. 임정숙은 22살 때부터 10년 넘게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앓고 있다. 갑상선에서 비정상적으로 갑상선 호르몬을 과다하게 분비해 일종의 중독 증상이 나타나는 상태를 말한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앓게 되면 체력 소모가 심해지고 쉽게 피로를 느낀다. 특히 손이 떨리고 심장 박동수가 증가하는 증상이 생긴다. 극도로 세밀한 집중력과 정교함을 요하는 당구선수로선 치명적이다. 지난 대회에서도 경기 중 손이 떨리는 증세를 보여 고전했다.
하지만 임정숙은 그런 핸디캡마저 극복했다. 손이 떨리는 증상을 이겨내기 위해 근력 운동을 더욱 신경썼다. 대회 기간 내내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임정숙은 “지난 대회 때도 (갑상선)수치가 올라가 고생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것 같다”며 “운이 많이 따랐던 것 같다”고 스스로를 낮췄다.
64강부터 표정 변화 없이 당구대와 공만 집중했던 임정숙은 결승에서 서한솔(22)을 이기고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참았던 눈물을 펑펑 쏟았다. 지난해 3월 암 투병 중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생각나서였다.
임정숙은 당구장을 운영했던 아버지 덕분에 자연스럽게 초등학생 때 당구를 시작했다. 아버지는 임정숙이 선수 생활을 하는데 있어 가장 든든한 조력자였다. 대회장에도 늘 함께 다녔다. 아버지에게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그는 “우승하는 순간 아빠가 많이 보고 싶었다”며 “응원하러 오셨더라면 많이 좋아하셨을텐데...”고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 LPBA 2차 대회 우승은 선수 인생에서 가장 큰 성과였다. 그전까지는 받아본 적이 없었던 상금 1500만원을 받았다. 임정숙은 “전에 가장 많이 받았던 상금은 150만원이었다”며 “우승하니 너무 좋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의 삶은 당구, 그 자체다. 남편도 프로당구 선수로 활동 중이다. 현재 PBA에 함께 소속된 이종주(44) 프로다. 임정숙은 남편과 함께 선수 생활을 하면서 동시에 당구장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5살 아들을 어린이집에 맡기고 나면 오전 시간에 집안일과 당구장 운영을 병행한다. 훈련에 전념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그나마 최근에는 남편의 배려 덕분에 오후 훈련 시간을 늘릴 수 있었다.
임정숙은 “남편이 도움을 많이 주고 연습도 많이 시켜준다”며 “오전에 당구장 일을 볼때 손님이 많지 않아 틈틈히 개인 연습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기세를 이어가려 한다. 오는 26일부터 경기도 고양시 엠블호텔에서 열리는 3차 대회 ‘웰컴저축은행 웰뱅 PBA-LPGA 챔피언십’에서도 우승을 노린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했다. 정상에 올라본 경험은 가장 큰 무기다.
임정숙은 “프로당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멘탈이다”며 “지난 대회에서도 멘탈이 흔들리는 순간이 많았는데 그 부분에 대해 연습을 더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대회에선 결승에서 재미없는 경기를 보여줘서 관중들에게 미안했다”며 “체력을 키우고 컨디션을 잘 유지해 이번에는 멋진 경기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