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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故 김광석의 아내 서해순씨의 유기치사 및 사기 혐의에 대해 경찰이 ‘혐의없음’으로 결론을 내린 가운데, 고인의 친형 김광복씨가 10일 입장을 발표했다.
김광복씨는 “서연이 죽음에 대한 의혹이 조금이나마 해소돼 다행”이라면서도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딸의 죽음을 철저하게 숨기고, 그 대가로 광석이의 저작권을 상속받아 광석이의 마음을 갈갈이 찢어놓은 A와 동거해 온 서해순의 삶은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라고 분노했다.
“서해순을 용서한 건 아니”라는 김광석씨는 “벌은 하늘이 내리는 것이라 생각하려 한다. 처벌보다 천벌이 더 클 것이다. 의혹을 알린 것만으로도 저는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더 이상 광석이의 이름을 더럽히고 싶지 않다”면서 “돈은 탐욕을 따라갈 뿐이다. 듣고 싶은 자유 마음껏 누리시길 바린다”고 마무리했다.
서씨는 딸 서연 양이 2007년 12월 23일 급성폐렴에 걸렸음에도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유기치사)와 서연 양 사망 당시 김광석씨 친형·모친 측과 김씨 음악저작물 지적재산권에 관해 소송 중이었음에도 딸 사망 사실을 밝히지 않아 유리한 조정 결과를 유도했다는 소송 사기 혐의(사기)를 받았다.
김광복씨는 지난 9월 21일 서울중앙지검에 이 같은 혐의 내용이 담긴 고발장을 접수했고, 이틀 뒤 광역수사대가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발표 후 서씨의 법률 대리인인 박훈 법률사무소는 보도자료를 통해 “제안을 하고자 한다”면서 “JTBC에서 이상호와 김광복. 저(박훈 변호사) 그리고 서해순과 4자 공개 토론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기자와 김광복씨를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할 방침을 밝혔다.
다음은 경찰 수사 결과 발표 관련, 김광복씨의 입장문 전문이다.
서연이 죽음에 대한 의혹이 조금이나마 해소돼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부키 증후군이라는 희귀 유전 질환으로 폐렴이 급성으로 진행됐다면 열이 많이 나고 호흡곤란도 있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의사가 처방해준 감기약 외에 해열제도 안 먹이고, 어떻게 물 한 잔 마시고 쿵 쓰러져 죽었는지는 아직도 의문입니다.
서연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로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것도 엄마라는 사람이 10년 동안이나 가까운 지인들마저 속였다는 사실을 알고 사실 무서웠습니다.
서해순이 서연이의 죽음에 직접 책임이 있다고 감히 생각하진 않습니다. 서연이에겐 엄마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서연이가 어렸을 때 서해순의 양육태도를 지켜봐왔던 바,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많아 의혹을 해소하고자 수사를 의뢰하게 되었습니다.
소송 사기 부분은 서해순이 재판 진행 중 서연이의 사망 사실을 숨겼다는 점이 의문이 들어 제기했습니다. 저작권은 광석이도, 아버님도 분명히 “서해순에게 만은 줄 수 없다”고 생각했던 부분입니다. 하지만 2006년 2심 일부 승소 후 서해순은 서연이를 앞세워 끈질기게 “포기하라”고 요구했고, 결국 저는 대법원에선 형식적인 절차만 거쳤을 뿐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2008년 6월 파기환송 판결이 난 후 변호사가 “어떻게 하실거냐”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광석이 동료들이 꾸려가는 추모공연과 팬클럽이 매년 여는 작은음악회 만큼은 저작권을 요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고, 그렇게 조정이 된겁니다.
그 때 서연이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지만 꿈에도 몰랐습니다. “서연이가 광석이의 유일한 상속자”라고 주장했던 서해순은 결국 자신이 ‘서연이의 유일한 상속자’가 되어 받아간 것입니다.
무혐의가 면죄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딸의 죽음을 철저하게 숨기고, 그 대가로 광석이의 저작권을 상속받아 광석이의 마음을 갈갈이 찢어놓은 A와 동거해 온 서해순의 삶은 너무나 명백한 사실입니다.
서해순은 ‘마녀 사냥’, ‘명예 훼손’이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자신의 삶이 일반인의 도덕적 감정과 상식선에서 이해하지 못할 수준이라는 점은 모르는 것 같습니다.
두 달 가까운 시간 동안 서해순의 행적과 인터뷰가 담긴 기사를 보면서 하루에도 수십 번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광석이의 지인, 심지어 서해순의 지인마저 전화를 걸어와 ‘어떻게 저렇게 거짓말을 할 수 있냐’고 분노를 쏟아냈습니다. 광석이가 바람을 폈다는 서해순의 거짓말에 대해서도 지인들이 나서서 당사자에게 직접 확인까지 해주었습니다. 언론에서 서해순이라는 이름 석자를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광석이를 가슴에 묻고 난 후, 그나마 제가 행복했던 때를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동료 가수들과 선배 후배들이 광석이를 기억해줄 때, 뮤지컬 ‘그날들’이 성공했을 때, 광석이가 살아있을 적 태어나지도 않았던 분들이 광석이 팬이라고 말해줬을 때입니다. 그럴수록 서해순의 배를 불린다는 사실을 왜 몰랐겠습니까. 하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습니다. 광석이의 노래가 널리 그리고 오랫동안 기억된다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하고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사건으로 광석이의 노래가 불편해졌다는 이야기가 가장 마음이 아픕니다. 삶의 고비마다 우리에게 위안이 되어주었던, 술잔을 기울일 때 최고의 벗이 되어주었던 광석이의 노래를 서해순 때문에 듣지 않을 이유는 없습니다.
저작권의 가치가 아무리 크다고 한들 광석이의 노래를 통해 우리가 받는 위로, 우리가 얻는 힘의 가치보다 크겠습니까.
서해순을 용서한 건 아닙니다. 할 수 있는 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려고도 했습니다. 동생 죽음의 원인을 제공했고, 명예를 훼손하며, 부모님의 가슴에 피멍 들게 한 사람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벌은 하늘이 내리는 것이라 생각하려 합니다. 처벌보다 천벌이 더 클 것입니다. 의혹을 알린 것만으로도 저는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서해순은 “이 모든 게 돈 때문”이라고 했지만, 저작권료는 처음부터 제 관심사가 아니었습니다. 광석이의 노래가 울려 퍼질수록, 서해순에겐 멍에가 될 것입니다.
서해순은 광석이와 이혼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저희 가족 모두가 바라는 바입니다. 법적으론 불가능하지만 사회적으로 이제 서해순을 ‘김광석의 아내’로 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A의 동거녀일 뿐이지요.
저작권료를 받아 어디에서 누구와 무엇을 먹고 살든 관심두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광석이 아내 행세하며 가족들을 동원해 광석이 이름으로 사업하는 건 지양하길 바랍니다. 성명권이나 퍼블리시티권 같은 과도한 권리 주장도 이젠 그만했으면 합니다.
더 이상 광석이의 이름을 더럽히고 싶지 않습니다. 광석이의 노래가 불편해지지 않길 바랍니다. 광석이의 노래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많은 아티스트들의 손에서 다시 태어나는 게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하늘에 있는 광석이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자기 일처럼 적극적으로 참고인 조사에 나서줬던 많은 분들, 응원해주셨던 모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추워지는 날씨, 광석이의 노래가 더 듣고 싶은 때입니다.
돈은 탐욕을 따라갈 뿐입니다. 듣고 싶은 자유 마음껏 누리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