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연속 월드컵 진출' 그래도 웃을 수 없는 한국축구

이석무 기자I 2017.09.06 11:22:23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한국 축구. 하지만 월드컵 본선에서 망신을 당하지 않기 위해선 숙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슈틸리케나 신태용이나 다를게 없네”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이란전과 우즈베키스탄전을 지켜본 상당수 축구팬들의 반응이다. 결국 문제는 감독의 전술이 아닌 선수의 실력이라는 얘기다.

이란과 중국의 도움으로 월드컵에 나가게 된 것을 두고 “월드컵 본선 진출을 당했다”라는 웃지 못할 농담도 나왔다.

한국 축구가 천신만고 끝에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6일 새벽(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10차전 원정경기에서 득점을 올리지 못하고 0-0으로 비겼다.

하지만 같은 조의 이란과 시리아가 2-2로 비기면서 한국이 조 2위로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한국은 4승3무3패(승점 15)를 기록하면서 시리아(3승4무3패·승점 13)를 제치고 본선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번 본선 진출로 한국은 1986년 멕시코 대회 이후 9회 연속이자 1954년 스위스 대회를 포함해 통산 10번째로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뤘다.

하지만 이런 성과를 이뤘음에도 마음껏 웃을 수 없다. 최종예선에서 드러난 한국 축구의 민낯은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지금 경기력이라면 본선에서 1승은 커녕 승점 1점이라도 따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망신만 당하고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최종예선에서 나타난 한국 축구의 현실은 ‘득점력 부재-조직력 부재’다. 한국은 이번 최종예선 10경기에서 11골을 넣고 10골이나 내줬다.

안방에선 그래도 홈 이점을 살려 간신히 승리를 이어갔다. 하지만 원정 5경기에선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2무3패라는 처참한 성적을 남겼다. 득점은 2골 뿐이었고 실점은 5골을 허용했다. 러시아 원정을 떠나야 하는 월드컵 본선이 더욱 걱정되는 이유다.,

경기력을 냉정하게 평가했을때 한국 축구가 ‘아시아 맹주’라는 말은 더이상 어울리지 않는다. 대표팀은 월드컵 같은 메이저대회를 제외하면 A매치를 앞두고 2~3일 소집훈련을 한 뒤 경기를 치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조직력을 100%로 맞추기가 어렵다. 결국 기본적으로 개인기량으로 부족한 조직력을 극복해야 한다.

과거에는 아시아 무대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개인 기량이나 체격에서 다른 나라보다 우위에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이상 그런 수준을 기대하기 어렵다.

아시아 축구의 최강으로 떠오른 이란은 물론 우즈베키스탄이나 시리아, 카타르 조차 우리에겐 벅찬 상대였다. 심지어 만만한 상대였던 중국 조차 ‘공한증’을 떨치고 한국을 강하게 위협했다.

한국 축구의 르네상스는 4강 신화를 이룬 2002년 한일 월드컵부터 동메달의 기적을 쓴 2012년 런던올림픽까지로 볼 수 있다. 당시 주역들 가운데 상당수가 유럽 빅리그로 진출하는데 성곻했다.

하지만 더 큰 발전을 기대했던 한국 축구는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새로운 스타들이 눈에 띄지 않다보니 기존 선수들에게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기성용, 손흥민 등 팀의 주축 선수가 부상 등으로 빠지면 그 공백이 고스란이 경기력으로 드러났다.

새로 지휘봉을 잡은 신태용 감독도 이 부분을 고민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찾은 대안이 이동국, 염기훈, 이근호 등 베테랑들의 소환이다. 베테랑들은 최종예선 마지막 2경기에서 나름 제 몫을 해주며 팀에 기여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었고 그나마 효과가 아주 크지도 않았다.

한국 축구는 어찌어째해서 결국 월드컵 본선에 나가게 됐다. 선수들은 본선행이 확정된 뒤 신태용 감독을 헹가레치며 잠시 기쁨을 만끽했다. 하지만 그 뒤에 쌓인 과제는 어마어마하다.

무거운 부담감을 안고 소방수로 나서 월드컵 본선행을 이끈 신태용 감독은 이제 더 큰 책임을 짊어지고 새로운 준비를 해야 한다. 당장 내년 6월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현재 대표선수들의 기량을 어떻게 끌어올릴지가 큰 숙제로 떠올랐다.

신태용 감독은 “앞으로 한국 축구가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한 발 더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굳은 각오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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