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엘리야가 쿠팡플레이 시리즈 ‘미끼’(감독 김홍선)로 만난 자신의 캐릭터 ‘천나연’을 향한 애착을 드러냈다.
이엘리야는 5일 오후 쿠팡플레이 ‘미끼’ 파트2의 공개를 이틀 앞두고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미끼’는 8년 전 죽은 역대 최악의 사기꾼이 연쇄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 후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리 스릴러다. 앞서 지난 1월 파트1을 공개한 후, 오는 7일 파트2 공개를 앞두고 있다. ‘미끼’ 파트1은 전세계 186개국에 공개된 후 해외 평점 9.4점, 쿠팡플레이 인기작 1위를 차지하는 등 국내외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얻고 있다. 이엘리야는 극 중 ‘천나연’ 역할을 맡아 섬세한 감정선으로 열연을 펼쳤다. 천나연은 고등학생 시절 부모님이 희대의 사기꾼 ‘노상천’(허성태 분)으로부터 피해를 입고 삶이 송두리째 망가진 인물이다. 아버지는 노상천의 도주 사실을 깨닫고 비관해 스스로 분신해 생을 마감했고, 어머니는 이를 계기로 건강이 악화됐다. 천나연은 몸이 불편한 어머니 대신 ‘노상천 사기 사건 피해자 모임’에 몸담으며 노상천을 향한 복수심을 키워왔다. 피해자들의 호소에 무관심으로 대응한 경찰에 대한 원망을 지니고 있으며, 사기 피해자들의 문제를 제대로 알리고 노상천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환기하고자 인터넷 신문 기자가 되는 입체적인 서사를 지닌 캐릭터다.
이엘리야는 “나연이 역할을 정말 잘 해내고 싶었다. 마음으로 애착이 특히 많이 갔던 캐릭터”라고 털어놨다.
‘미끼’에 등장하는 빌런 ‘노상천’은 국내에서 실제로 발생해 막대한 피해자들을 양산했던 ‘조희팔 사기 사건’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다. 이엘리야는 실화를 모티브로 한 사건의 피해자를 연기하는 게 망설여지진 않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사기 사건들과 그로 인한 피해는 지금도 항상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어떤 사건에 가해자와 피해자의 시선이 있다면 자신은 늘 ‘피해자의 시선’을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끼’만큼은 피해를 입으신 모든 분들이 보셨을 때 불편한 감정을 느끼지 않도록 연기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강조했다.
피해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배역에 몰입하기 위해 수많은 사기 사건들에 관한 기사들을 참고했다고. 특히 사건 이후 피해자들의 삶들이 어떤지, 어떤 식으로 변화했는지에 중점을 두고 흔적을 찾고자 했다고 한다. 이엘리야는 “그 전까지 제가 잘 몰라서 등한시해왔던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니 보이스 피싱 등 주변에 크고 작은 사기를 당한 피해자 분들이 정말 많더라”고 떠올렸다.
자신이 연기한 천나연 캐릭터를 비롯해 ‘미끼’에서 등장하는 노상천 사기 피해자들의 모습이 입체적으로 그려져 특히 끌렸다고도 부연했다. 이엘리야는 “피해자들의 모습은 ‘우리는 피해자이고 어려움에 처해있어요’ 등 일방적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만 그려지진 않았다. 그보다 훨씬 입체적”이라며 “특히 ‘나연’이는 본인이 피해를 겪었지만, 자신들이 겪은 것처럼 사기 피해가 일상에서 흔하다는 이유로 다른 범죄들에 비해 조명되지 못하는 상황이 더 이상은 오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본인이 직접 기자가 돼 발로 뛰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피해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각성을 시켜주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이면서 내면에 강인함을 간직한 캐릭터다. 수렁을 헤쳐나가 결국엔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며 “연기를 하면서도 그 ‘강인함’을 표현하려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발로 뛰어다니는 느낌의 캐릭터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음’에서 오는 자연스러움을 보여주고 싶었다. 극 중 착용한 운동화도 새 제품이 아닌 평소 제가 신고 다니는 운동화를 착용했다”며 “스타일링 등 외모에서 무채색의 느낌을 주는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외적인 면모를 내려놓고 덜어내는 과정에서 오히려 ‘나연’의 내면과 감정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뜻깊은 경험을 했다고도 털어놨다.
“‘사기’라는 범죄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이 작품을 계기로 많은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어떤 것보다 가볍고 무겁고를 떠나 ‘사기’ 역시 분명한 ‘죄’라는 인식이 생기면 좋지 않을까, 그럴 수 있다면 배우로서 정말 보람될 것”이라는 소망도 전했다.
“가장 날 것의 연기를 할 수 있던 기회이자 도전이었어요.”
전작에서 기자, 보좌관, 검사 등 인텔리 역할들을 주로 맡아온 이엘리야. 이번 작품을 포함해 본인의 필모그래피 때문에 ‘전문직 역할 전문 배우’란 이미지가 고착되는 것에 두려움은 없는지 묻자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이엘리야는 “기왕 고착화가 되는 거면 확실히 각인됐으면 한다”며 “전작 캐릭터들의 직업이 전문직이었어도 직업만 그러할 뿐 각자가 지닌 결이 다르다. 또 캐릭터의 서사가 워낙 뚜렷해서 오히려 실생활의 ‘기자’처럼 업무를 하는 모습을 작품에서 보여드린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다양한 전문직들을 제대로 더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라고 포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