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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분데스리가에는 한동안 손흥민, 박주호, 구자철, 지동원, 김진수 등 적지 않은 국내 선수들이 1부리그 무대에서 활약했다. 하지만 현재 1부리그에는 구자철과 지동원(이상 아우크스부르크), 두 명만이 남아있다.
반면 2부리그에는 최근 VfL보훔으로 새롭게 둥지를 튼 이청용을 비롯해 이재성(홀슈타인 킬), 황희찬(함부르크), 서영재(MSV두이스부르크), 박이영(상파울리) 등 무려 5명의 코리언리거가 활약하고 있다.
츠바이테 푸스발-분데스리가(2.Fussball-Bundesliga)로 불리는 2부리그는 1963-64 시즌 정식 도입된 1부리그보다 조금 늦은 1974-75 시즌부터 정식 도입됐다. 첫 7시즌은 북부와 남부로 나뉘어 열렸지만 1981-82시즌부터는 현재와 같은 단일리그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통독 후 첫 시즌이었던 1991-92 시즌만 한시적으로 북부와 남부로 나뉘어 열렸을 뿐이다.
2부리그 구단은 재정 규모에서 1부리그 구단과의 차이가 현격하다. 스폰서를 통한 수입이 상대적으로 적은 만큼 빅네임을 영입하기는 쉽지 않다. 자체 유스팀을 통한 선수 수급 비율이 높고 자연스럽게 자국 선수의 비중도 1부리그보다 높은 편이다.
일부 자금력이 그나마 나은 몇몇 구단을 제외하면 외국인 선수 영입에 보수적이다. 즉시 전력감이라는 확신이 있어야만 네임밸류가 있는 외국인 선수를 영입한다는 의미다.
A대표 경력을 가진 이청용, 이재성, 황희찬 등은 곧바로 소속팀에서 주전급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성인팀으로 바로 합류하지 않고 리저브팀을 거치거나 2부리그 내 이적을 통해 현재의 팀에 자리잡은 박이영이나 서영재와 비교하면 팀내 입지가 상대적으로 높다.
한국 선수 소속팀 중 승격에 가장 근접한 팀은 황희찬이 속한 함부르크다. 함부르크는 지난 시즌까지 유일하게 1부리그에 개근한 팀이었다. 올시즌은 구단 역사상 최초의 2부리그 시즌이다.
함부르크는 함께 강등된 FC쾰른과 더불어 가장 큰 홈구장을 보유하고 있다. 유럽축구 포털 트란스퍼마크트에 따르면 쾰른과 함부르크는 2부리그 팀들 중 선수 총 가치에서 1위와 2위에 올라있다. 함부르크의 구단 가치는 5840만 유로(약 759억1500만원)다. 이 부문 3위인 잉골슈타트(2265만 유로, 약 294억4300만원)의 2배 이상이다.
박이영의 소속팀 상파울리는 1658만 유로(약 215억5300만원)로 전체 7위, 이청용의 소속팀 보훔은 1525만 유로(약 198억2400만원)로 8위에 올라있다. 반면 이재성의 소속팀 킬은 1475만 유로(약 191억7400만원)로 10위, 서영재의 소속팀 두이스부르크는 1400만 유로(약 181억9900만원)로 12위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선수 개개인 가치의 합산일 뿐 성적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킬은 지난 시즌 이 부문에서 전체 18개팀 중 16위로 평가됐지만 실제 순위는 3위였다.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패해 아쉽게 1부리그 승격에 실패했다.
황희찬의 새 소속팀 함부르크는 강등과 함께 적지 않은 선수들을 이적시켰다. 하지만 승격을 위한 주요 동력원은 지켰다.
함부르크는 안드레 한(아우크스부르크), 니콜라이 뮐러, 필립 코스티치(이상 프랑크푸르트), 바비 우드, 월래스(이상 하노버96), 알빈 에크달(삼프도리아) 등을 이적시켰다. 덴니스 디크마이어, 메르짐 마브라이, 세야드 살리호비치 등과는 계약을 해지했다.
하지만 18세 신예 공격수 얀-피테 아르프를 비롯해 루이스 홀트비, 아론 헌트, 이토 타츠야 등을 지켰다. 분데스리가에 익숙한 공격수 하이로 삼페리오를 필두로 미드필더 크리스토프 모릿츠, 제공권이 좋은 왼발 중앙 수비수 데이빗 베이츠 등을 영입했다.
여기에 리즈 유나이티드로 임대를 떠났던 피에르-미셸 라소가도 복귀시켰다. 황희찬의 임대 영입은 삼페리오가 무릎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이 불가피해지면서 내린 결정이다.
4라운드 종료 현재 함부르크는 2승 1패, 승점 7점으로 8위다. 디나모 드레스덴과의 4라운드 원정경기가 인근 도시 헴니츠에서의 집회로 경찰 병력이 부족해 연기되는 바람에 다른 팀들보다 한 경기를 덜 치렀다. 개막전 홈경기에서 이재성의 소속팀 킬에게 0-3으로 불의의 일격을 당한 이후 2연승을 거뒀고 연속 무실점 행진이다. 전력이 본 궤도에 오른 모습이다.
팬들의 충성도도 여전히 높다. 강등됐지만 올시즌 두 번의 홈경기에서 10만3934명의 관중을 동원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경기당 평균 5만1967명으로 관중석 점유율은 약 91%에 달한다. 폴크스파크슈타디온의 5만7000석 중 연간권으로만 2만5000석 이상을 판매했다.
함부르크의 크리스티안 팃츠 감독은 강한 중앙 라인을 선호한다. 강력한 중앙 라인부터 장악력 좋은 중앙 미드필더 조합, 그리고 원톱형 공격수로 이어지는 종적인 라인이다. 공격에서는 측면 자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한과 코스티치가 팀을 떠났고 이토와 삼페리오 혹은 새롭게 가세한 칼레드 나레이 등이 이 역할을 맡아야 하는 상황에서 삼페리오의 장기 부상은 황희찬의 임대 영입으로 이어졌다.
황희찬은 최전방 공격수로는 물론 이선 중앙과 좌우 공격라인에서 두루 활약이 가능하다. 하지만 최전방은 이변이 없는 한 라소가의 몫이다. 라소가는 3번의 리그 경기와 한 번이 포칼경기에서 이미 4골을 몰아쳤다.
임대 영입의 가장 큰 이유는 즉각적인 경기 투입이다. 즉시 전력감이 아닌 이상 굳이 임대로 영입할 이유는 없다. 그런 면에서 황희찬이 경기에 투입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다만 최전방보다는 측면자원으로서의 역할이 유력하다.
황희찬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저돌적인 돌파다. 이 역할은 라소가와 상당 부분 겹친다. 따라서 라소가가 수비수들을 분산시켜주면 황희찬의 공간은 상대적으로 넓어질 수 있다.
163cm의 비교적 단신인 이토가 스피드나 힘보다는 감각적인 패스나 동료와의 유기적인 연계플레이에 주력하는 점을 감안할 때 황희찬으로서는 이토와의 스위칭을 통해 다양한 공격 옵션을 창출할 수 있다. 이는 추후 삼페리오가 부상에서 복귀한다 해도 그의 플레이 스타일이 이토와 유사점이 더 많은 만큼 황희찬의 자리는 유지될 가능성이 더 높다.
황희찬의 함부르크행은 당장 1부리그가 아니라는 점에서 아쉬움은 있다. 오히려 황희찬보다는 외형상 함부르크쪽에서 이득이 더 크다.
하지만 일단 독일 무대로 진입했다는 점에서 오스트리아보다는 독일 분데스리가로의 접점이 상대적으로 넓어졌다. 올시즌 활약 여부에 따라서는 다음 시즌 분데스리가로의 진입이 더 쉬워질 전망이다.
글=차상엽 JTBC3 축구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