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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 LG 감독은 22일 잠실 롯데전을 앞두고 전날(21일) 있었던 이야기 하나를 들려주었다. LG가 올시즌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에 대한 설명을 하던 중이었다.
"어제 비 때문에 야외 훈련을 시작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경기 전 실내 언습장에서 타격 훈련 하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가 보니 (이)병규가 있었다. 고참 선수가 말을 많이 하기에 앞서 스스로 후배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우리 팀이 좀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병규는 그런 선수다. 보여지지 않는 곳에서 늘 땀을 흘리는 선수다. 올시즌엔 한층 그런 그의 땀이 도드라지고 있다. 비단 그의 성적만이 아니라 팀 성적까지 동반 상승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후배들의 활약에 누구보다 먼저 기뻐하고 그들의 실패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그라운드에선 누구보다 앞장서 가장 빼어난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그런 선수가 있기에 LG는 좀 더 큰 꿈을 꿀 수 있는 것이다.
이병규의 활약은 이날도 이어졌다. 팀이 꼭 필요로 할 때마다 의미 있는 한방으로 타점을 쌓아갔다.
LG 1회말 공격. 1회초, 선발 김광삼이 2점을 내주며 어렵게 출발한 경기였다.
그러나 1사 후 박경수의 좌익 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로 기회를 잡은 LG는 이병규의 좌전 적시타로 금세 추격점을 낼 수 있었다. 초반부터 적잖은 점수를 내주며 주춤했던 LG 덕아웃 분위기는 이 한방으로 달라질 수 있었다.
실제로 LG는 다음 타자 박용택의 투런 홈런으로 단박에 동점에 성공했다.
3-3 동점이던 2회에도 그의 방망이는 불을 뿜었다. 2사 2루. 이병규는 롯데 선발 고원준으로부터 우전 적시타를 때려내며 달아나는 점수를 뽑아냈다.
이 안타는 이병규에게 개인 통산 1600안타라는 기분 좋은 선물도 안겼다. 한국 프로야구 통산 10번째 대기록이다.
이병규는 "우리 선수들 모두 초반 실점한 것을 실망하지 않고 차분히 점수를 내서 쫓아간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요즘 팀 분위기가 좋아서 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좋은 경기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