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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영환 기자] 한국 대표팀 스트라이커의 월드컵 수난사가 이어지고 있다.
박주영은 17일(이하 한국시간)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의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B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자책골을 헌납하고 말았다.
월드컵 역사상 한국의 두 번째 자책골이었다. 자책골의 주인공이 1차전에서 심리적으로 움츠러든 박주영이라는 점에서 충격은 컸다. 박주영은 그리스전에서 활발한 공격을 펼치고도 골키퍼와 1대1 기회를 놓쳤다는 이유로 비난 받은 바 있다.
절치부심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명예 회복에 나섰지만 그의 월드컵 첫 골은 상대 골문이 아닌 우리 골문을 갈랐다.
이쯤되면 한국 스트라이커의 월드컵 도전기는 잔혹사라 할만하다. 황선홍, 최용수, 이동국, 안정환 등 90년대 이후 한국 축구 최전방을 맡은 선수들은 월드컵 불운에 울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가장 어린 공격수로 월드컵에 나섰던 황선홍은 다음 대회인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날선 비판을 받았다. 볼리비아전에서 여러번 기회를 놓친 탓이다. 황선홍이 한 골만 터뜨렸더라도 한국의 첫 16강 진출은 2002년이 아닌 1994년에 이뤄졌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황선홍은 무릎 전방십자인대 파열로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 참여하지 못했다. 월드컵 직전 치른 중국과의 평가전이 화근이었다.
그나마 황선홍은 2002년 한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폴란드전 선취골로 명예를 회복했지만 최용수에게는 그마저도 허락되지 않았다.
최용수는 1998년 네덜란드전에서는 한국이 무기력하게 0-5로 패하는 것을 감내해야 했고 2002년 월드컵을 끝으로 쓸쓸히 월드컵 무대에서 퇴장했다. 미국과 경기에서 후반 결정적인 기회를 무산시키며 끝내 다시 월드컵 무대에 서지 못했던 것.
1998년 네덜란드전 0-5 참패에서 유일한 위안이었던 이동국은 이제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에 나서고 있다. 2002년에는 히딩크의 외면을 받았고 2006년 독일월드컵은 무릎 부상으로 나서지 못하며 월드컵 진출에 12년이란 공백이 생겼다.
12년 만에 나선 남아공 월드컵에서 이동국은 아르헨티나전 후반 교체 출전했지만 아쉬움을 달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1-4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10여분 출전은 실력을 보이기 짧은 시간이었다.
안정환은 2002년 이탈리아전에서 헤딩 골든골을 터뜨렸다는 이유로 수 차례 팀을 옮겨야 했다. 안정환은 당시 소속팀 이탈리아 페루자에서 쫓겨나다시피 했다.
이후 시미즈 S펄스, 요코하마 F마리노스(이상 일본), FC메츠(프랑스), MSV뒤스부르크(독일), 다렌 스더(중국) 등 여러 팀을 전전하는 저니맨 신세가 됐다. 불안한 신분 때문에 안정환은 2006년과 2010년 모두 교체 멤버로 월드컵에 참여하고 있다.
박주영 역시 월드컵 첫 도전기에서 첫 단추를 잘못 뀄다. 그러나 아직 나이지리아의 조별리그 3차전 경기가 남아있다. 반전의 기회를 엿볼 수 있는 것.
이 때문에 나이지리아전은 박주영과 이동국의 명예를 회복하는 장이 될 전망이다. 이들의 선전은 본인 개인의 명예 회복 뿐 아니라 역대 한국 스트라이커들의 우울했던 월드컵 과거사 청산이라는 또다른 의미도 더해져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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