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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임성일 객원기자] 프랑스의 축구전문지 <프랑스풋볼>이 수여하는 ‘발롱도르(Ballon d'Or)’ 2008년도 주인공이 2일 발표됐다. 대부분이 예상했던 것처럼, 심지어 일부 언론에서 미리 타전했던 것처럼 크리스티아노 호날두(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압승(446점)으로 끝났다. 작지만 거대한 축구 재능 리오넬 메시(281점)도, 무적함대의 앳되나 무서운 킬러 페르난도 토레스(179점)도 2008년에는 호날두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공공연하게 ‘호날두 시대’의 개막을 알렸던 포르투갈의 ‘광속날개’가 드디어 ‘세계의 공인’을 받은 셈이다.
현역시절 ‘드리블의 마법사’라 불렸고 훗날 축구선수 중 처음으로 영국 왕실의 기사작위까지 받았던 스탠리 매튜(잉글랜드/당시 블랙풀)의 1956년 수상을 시작으로 지금껏 이어져온 발롱도르는 역사와 전통이라는 측면에서 1991년부터 시작된 ‘FIFA 올해의 선수상’보다도 높게 평가되는 최고 권위의 상이다. 그간 영예를 차지했던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야말로 축구계에 굵은 획을 그었던 ‘레전드’들의 집합소와 다름없다.
현대축구의 아버지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1957․59), 아직도 유일한 골키퍼 수상자인 레프 야신(1963), 포르투갈의 흑진주 에우제비오(1965), 필드의 10년을 100년처럼 살았던 조지 베스트(1968), 토털축구의 요체 요한 크루이프(1971․73․74)와 그의 영원한 라이벌 황제 프란츠 베켄바워(1972․76), 유일한 3회 연속 수상자인 미셀 플라티니(1983․84․85), 하늘도 시기했던 스트라이커 마르코 반 바스텐(1988․89․92)과 그의 파트너인 카리스마의 화신 루드 굴리트(1987), 말총머리 미남 공격수 로베르토 바조(1993), 라이베리아의 축구영웅 조지 웨아(1995) 그리고 우리 시대의 선수들인 호나우두(1997․2002) 지네딘 지단(1998) 히바우두(1999) 루이스 피구(2000) 파벨 네드베드(2003) 안드레이 세브첸코(2004) 호나우지뉴(2005) 파비오 칸나바로(2006) 카카(2007)까지. ‘축구사’라는 비단 위에 꽃으로 수를 놓았던 슈퍼스타들만이 ‘황금공(발롱도르)’을 품에 안을 수 있었다.
과거의 발롱도르는 유럽이라는 공간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미지가 있었다. 실상 1956년부터 1994년까지는 ‘유럽의 클럽’에서 활약하는 ‘유럽국적의 선수’로 후보가 한정됐다. 하지만 ‘권위신장’을 위한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했던 <프랑스풋볼>이 1995년부터 국적에 대한 제한을 풀었는데, 이것이 아프리카 출신의 조지 웨아가 발롱도르를 수상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주최 측의 노력은 예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인 2007년 또 한 번 규제를 완화(혹은 강화)했는데, 선수들의 활동무대를 UEFA(유럽축구연맹) 관할이 아닌 전 세계 모든 클럽으로 넓힌 것이다. 이로 인해 브라질리그 상파울루에서 활약하는 호제리오 세니(브라질), 카타르 알 가라파의 요니스 마흐모드(이라크), 멕시코리그 아메리카멕시코 소속의 길레르모 오초아(멕시코), 그리고 미국 MLS LA갤럭시로 진출한 데이비드 베컴(잉글랜드) 등 ‘제3세계 선수’들이 지난해 후보군에 포함될 수 있었던 것이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50명 안팎의 기자들에게 주어지던 투표권이 2007년부터 전세계 96명으로 확대됐다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의 변화다. 물론 비유럽리그의 선수가 발롱도르를 받을 수 있는 확률은 지극히 낮기에 형식적인 수정에 불과한 개편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올해의 유럽선수(European Footballer of the Year award)’를 넘어 진정한 세계 최고의 플레이어를 선정하고자하는, 그리하여 ‘거대조직’ FIFA의 ‘올해의 선수상’과 견줄 수 있는 위치를 위해 노력하는 <프랑스풋볼>의 의지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반세기의 역사를 가로지르며 이어져 내려오는, 축구선수들이라면 누구나 품어 봄직한 꿈이 바로 발롱도르인 것이다./<베스트일레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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