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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딱 한 번만 받을 수 있는 신인왕에 등극한 KIA타이거즈 ‘괴물신인’ 이의리(19)의 소감이다.
이의리는 29일 서울 강남구 임페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서 기자단 투표 합계점수 417점을 기록,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롯데자이언츠 최준용(368점)을 49점 차로 제치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의리는 1위표 61장, 2위표 37장, 3위표 1장을 받았다. 반면 최준용은 1위표 42장, 2위표 50장, 3위표 8장을 기록했다.
이의리는 1985년 이순철 현 SBS 해설위원 이후 36년 만에 타이거즈 소속으로 신인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순철 위원은 1985년 해태 시절 신인왕을 차지한 바 있다.
이의리는 지난 4월 28일 한화이글스와의 홈경기에서 프로 데뷔 첫 승을 거둔 뒤 이순철 해설위원에게 “마지막 신인왕 기록을 깨드리겠다”고 큰소리친 바 있다. 그리고 농담처럼 했던 그의 약속은 시즌이 끝난 뒤 현실이 됐다.
이의리는 올 시즌 중반까지 강한 인상을 남겼다. 개막때부터 KIA 선발진 한축을 맡았다. 19경기에 등판해 4승 5패, 평균자책점 3.61을 기록했다.
140km 후반의 빠른공과 날카로운 체인지업을 앞세워 타자들을 압도했다. 94⅔이닝을 던지면서 삼진을 거의 이닝 당 1개 꼴인 93개나 잡았다. 피안타율도 ,204에 불과했다.
잠재력을 확인한 김경문 전 국가대표 감독은 이의리를 과감히 도쿄올림픽 국가대표로 선발했다. 김경문 감독은 “이의리는 차세대 대한민국 좌완 에이스가 돼야 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태극마크를 단 이의리는 기대 이상이었다. 도미니카공화국과 미국전에 선발 등판해 2경기에서 10이닝 5실점으로 호투했다. 심지어 10이닝 동안 탈삼진을 18개나 잡았다. 비록 대표팀은 졸전 끝에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이의리는 ‘차세대 국대 에이스’라는 찬사를 받았다.
사실 이의리는 신인왕 수상을 확신할 수 없었다. 후반기 발목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마감했다. 이의리가 빠진 틈을 롯데자이언츠 최준용이 파고 들었다.
최준용은 올해 44경기에서 47⅓이닝을 던져 4승 2패 1세이브 20홀드 평균자책점 2.85를 기록했다. 단순히 성적만 놓고 보면 최준용도 신인왕 후보로 손색없었다. 실제로 야구인 OB 모임인 일구회과 한국은퇴선수협의회가 선정한 최고의 신인은 최준용이었다.
하지만 기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시즌 중 보여준 강한 임팩트에 높은 점수를 줬다. 이의리는 “마지막에 다쳐 시즌을 완주를 못 한 것이 가장 큰 아쉬움이다”면서 “(부상을 당했던 때로 돌아간다면) 걸어서 내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주위에서 ‘어차피 최준용이 신인왕 탈 것 같다’며 마음을 비우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면서 “신인왕을 받은 건 저지만 최준용과 좋은 경쟁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 시즌 KIA 합류할 것이 유력한 ‘에이스’ 양현종에 대한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이의리는 “저한테 다시 없을 기회인 것 같고 많이 배울 수 있을 때 배우고 싶다”면서 “내가 현종이 형 보다 좋을 수 없기 때문에 많은 것을 배워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의리는 내년 시즌 목표애 대해 “당장은 안 다치고 1년을 보내고 싶다”며 “끝까지 던져보지 못했기 때문에 끝까지 던져보고 다음 목표를 정하겠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어 “당장 내년은 아니고 정규 이닝을 채웠을 때 탈삼진왕을 하고 싶다”는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