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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대표예능’이란 말에 황지영 PD는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근거는 충분했다. MBC ‘나 혼자 산다’(이하 ‘나혼자’)는 지난해부터 예능 격전지인 금요일 밤 화제성과 시청률을 꽉 잡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한국갤럽이 발표한 ‘한국인이 좋아하는 TV프로그램’에서 4개월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황 PD는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신다는 의미 같아 기쁘면서도 부담스럽다”고 덧붙였다.
2006년 MBC에 입사한 황 PD는 ‘무한도전’, ‘라디오스타’, ‘세바퀴’ 등을 거쳐 2016년 11월 메인 PD로 ‘나혼자’에 합류했다. 그렇게 그의 손길을 거쳐 1년 후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대상 전현무 등 8관왕에 올랐다. ‘나혼자’는 어떻게 ‘1등 예능’이 됐을까. 그 답과 향후 방향성까지, 황지영 PD에게 들어봤다.
이하 지난 22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홍릉에 위치한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열린 ‘2018 콘텐츠 인사이트 1차’ 세미나 내용과 개별 인터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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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만족스럽지만, 아쉬움도 있다. 지난해 ‘여름나래학교’는 친구들과 할머니 댁에 놀러간다는 콘셉트였다. ‘현무학당’ 보다 ‘나래학교’가 시청자에게 더 친밀하게 다가간 것 같다. 경주에 간 건 전현무가 프로그램 내에서 ‘옛날 사람’이란 캐릭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협찬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노 협찬’이었다. 놀이기구도 팬션도 협찬 아니다. 흐름과 스토리를 고려한 선택이었다.
―‘여름현무학당’에서 새 멤버 쌈디와 화사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더라. 두 사람의 합류 과정이 궁금하다.
△사이먼디(이하 쌈디)는 1년 전에 섭외했다. 당시 ‘앨범이 먼저’라고 답을 받았다. 팬들에 대한 예의라고 했다. 앨범이 올해 나오면서 출연이 성사됐다. 약속을 지켜줘 고맙다. 쌈디를 사석에서 본 적이 있는데, 말수는 적지만 툭툭 던지는 말에 매력이 있었다. 20대 여성 시청자가 좋아하지 않을까 싶었다. 래퍼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야기도 많고, 창작에 대한 스트레스에선 기안84도 공감할 수 있겠다 싶었다. 화사는 ‘직캠’이 떠오를 때였다. 유튜브에서 매력적인 모습을 많이 봤다. 개인 생활이나 일상이 없는 아이돌 멤버가 많다. 직접 만나본 화사는 철학과 스타일이 확실했다. 의상 코디도 본인이 직접 하고, 홍콩 배우 장국영을 좋아하는 레트로 감성도 독특하다 생각했다.
―최근 진행되는 무지개 회원 회장 선거는 멤버 순환을 고려한 장치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그렇진 않다. 회장이란 직책이 꾸준히 있었는데, 알고 보니 누가 뽑은 건 아니더라. 매주 스튜디오 토크를 하는데 재미있는 내용이 늘 있을 순 없다. 지금 회원들을 유지하면서 좀 더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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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박나래-기안84, 전현무-한혜진 커플을 두고 ‘진짜?’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때와 비슷한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다. 제작진이 출연자의 감정에 관여하거나 간섭할 수 없다. 그런 부분을 이용하지도 않았고 그럴 생각도 없다. 시상식에서 박나래와 기안84의 이마 키스나 실제 커플(전현무-한혜진)도 다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다. 어떻게 흘러갈지 제작진도 알 수 없다.
―‘나혼자산다’는 이제 ‘MBC 간판예능’이 됐다. 2년 전만 해도 폐지가 거론됐다고.
△프로그램을 만들 때 새로움, 재미, 의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시 ‘나혼자산다’는 시청률도 재미도 아쉬웠다. 론칭한 지 3년이 지나 ‘1인 가구의 일상 관찰’이란 의미도 희미해졌다. 시선끌기가 필요했다. 이슈 메이커로 다니엘 헤니를 섭외했다. 다니엘 헤니 소속사 대표와 이야기를 마친 다음 작가들을 슬쩍 떠봤다. 다니엘 헤니를 언급하자 무반응이었다. 뒤늦게 들어보니 불가능한 섭외라 생각해서 그랬다고 하더라. 안 어울린다고도 생각한 이들도 있었다. 당시 ‘나혼자산다’는 거의 남성 시청자였다. 여자 시청자가 보기엔 눈을 둘 곳이 없었다고 하더라. 물론 촬영은 순탄치 않았다. 침실까지 카메라가 들어간다는 데 다니엘 헤니가 당황했다. 다행히 반응이 좋았다. 그렇게 여성 시청자를 조금 데려왔다. 프로그램에 대한 인식도 달라진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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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무지개 라이브는 2~3달에 한 번이었다. 우선 섭외가 힘들고 토크가 들어가야 한다. 제작진 사이에서 ‘무지개 라이브’=‘품이 많이 들어간다’는 인식이 있었다. 변화가 필요했기 때문에 매주 선보였다. 촬영, 편집, 섭외가 동시에 이뤄지다 보니 몸도 힘들고, 섭외도 힘들었다. 보람은 있었다. 김사랑, 이소라, 김연경, 빅뱅 태양과 승리 등이 출연했다. 당시엔 좋은 집을 공개하는 데 부담을 느낀 분들도 있었지만, 제작진을 믿어줬다. ‘3얼’ 헨리도 무지개 라이브로 만난 출연자 중 한 명이었다.
―헨리를 포함해 전현무, 박나래, 한혜진, 이시언, 기안84 등 무지개 회원들의 ‘케미’가 큰 역할을 했다.
△그렇다. 프로그램의 기본적인 포맷은 개인영상이지만, 회원들끼리 친해져야 더 풍성해질 거라 생각했다. 예전엔 토크가 비정기적이었다. 다들 직업군이 달라서 회원들끼리 친하지 않았다. 어쩌다 모이면 어색했다. 친해지기 위해서 매주 토크를 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멤버들이 친해지면서 재미있는 멘트와 캐릭터가 나오기 시작했다. ‘나래바’로 정모도 시도해봤다. 당시 ‘야관문주’ 장면이 터졌다. 현장에서 너무 웃겨 눈물을 닦으면서 촬영한 기억이 있다. 다들 신나서 ‘현웃’이 터지더라. 느낌이 왔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출연자들의 별명도 만들어졌다. 한혜진은 톱모델이고 세련된 이미지 때문에 차갑다는 편견이 있었다. 어느 순간 ‘한달심’이란 별명으로 친근하게 다가가게 됐다. 무지개 회원 모두에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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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애 보도가 나왔을 때 프로그램의 위기라 생각했다. 제작진도 몰랐던 일이라 당황했고, 당일 긴급 녹화할 때도 분위기가 어색했다. 그 상황 자체를 정면 승부하는 방법을 택했다. 다행히 시청자 분들이 좋게 받아들여주신 것 같다. 실제 사귀는 커플이 둘 다 나오는 프로그램을 해본 적이 없다. 그만큼 이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일부 시청자는 회원들이 다 같이 모이는 정모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정모 촬영은 진짜 힘들다. 다들 인기가 점점 많아져서 스케줄을 맞추기 힘들다. 이번 ‘여름현무학당’은 새벽5시 기차를 타고 출발해 다음날 아침 9시에 서울에 왔다. 거의 밤샘 촬영이었다. 그렇지만 프로그램의 확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영상도 있고, 무지개 라이브도 있고, 정모도 있어야 프로그램이 입체적으로 갈 수 있다. 정체될 수 없다. 그렇다고 다짜고짜 정모를 하는 건 아니다. 다 명분과 스토리가 있다. 지난해 제주도 여행은 ‘4주년 기념’이었고, ‘여름나래학교’나 ‘여름현무학당’은 여름 특집이었다.
―덕분에 지난해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8관왕을 차지했다.
△가장 뿌듯했던 날이다. 출연자 모두 상을 받았다. 대상과 ‘올해의프로그램상’까지 받았다. 특히 ‘올해의프로그램상’은 앞서 9년 동안 ‘무한도전’이 받았다. 해당 부문에서 ‘나혼자산다’는 ‘무한도전’이 아닌 첫 수상작이었다.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클 것 같다.
△당연히 무척 기뻤다. 노력을 해서 이만큼 성과를 낸 건 처음이었다. 프로그램 자체가 PD가 많은 걸 할 수 있는 열린 포맷이었다. 고정 멤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자유자재로 변형이 가능하다. 정답은 모르겠지만 계속 노력하고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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