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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사장은 2일 오전 ‘2018 MBC 시무식’에서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는 올해 해결 방법은 “시청자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감한 투자와 불필요한 비용 절감 △모든 미디어를 포괄해 시청행태를 파악 반영하는 통합시스템 구축 △지역 계열사-자회사와 상생 협력 체제 구축 등을 약속했다. 또한 신입사원 채용 재개를 알리며 “5월 초에는 새로운 MBC를 우리와 함께 만들어갈 인재들이 합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스스로 각자의 부문에서 망가진 공영방송 MBC를 고치기 시작했다”면서 “지난 26일에는 MBC가 국민에게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뉴스를 다시 방송하기 시작했다. 준비기간이 짧았는데도 연예대상, 연기대상, 가요대제전 등 연말 특집 프로그램들도 훌륭하게 방송했다”고 자평했다.
이어 “경영진은 이미 약속한 대로 MBC 구성원들에게 실패할 자유를 드리겠다”면서 “MBC의 미래는 당장의 매출이나 이익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MBC 구성원들이 얼마나 큰 꿈을 꾸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 함께 큰 꿈을 꾸고 실천해나가자”고 마무리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는 지난달 면접, 투표 등을 통해 MBC ‘PD수첩’ 출신인 최 사장을 MBC 사장으로 내정했다.
이하 신년사 전문이다.
신 년 사
안녕하십니까? 문화방송 가족 여러분, 2018년 무술년 새해 인사드립니다.
지난 한 해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공영방송 MBC를 되찾기 위해 여러분이 흘린 눈물과 땀으로 우리는 다시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모두 한 마음이었기에, MBC의 공동체 정신이 살아 있었기에 가능했던 성취였습니다.
또한 저는 이 자리에서 문화방송에 다시 기회를 주신 시민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지난여름부터 추운 겨울까지 MBC 정상화에 함께 해주신 시민들, 그리고 촛불로 세상을 바꾼 모든 시민들께 감사드립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러나 한편 MBC는 엄혹한 현실에 직면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시다시피 지상파 광고시장은 날로 축소되고 있고, 그 공백을 메꿔주던 콘텐츠 유통 수익은 원하는 만큼 오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MBC는 큰 규모의 적자를 냈습니다. 게다가 올해는 평창 동계 올림픽과 월드컵 등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가 있어서 중계권료 등 비용이 많이 들어갈 상황입니다. 따라서 올해도 상당한 규모의 적자가 예상됩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도 해결방법은 한 가지뿐입니다.
첫 번째는 시청자의 신뢰를 다시 찾는 것입니다. 좋은 뉴스와 시사 교양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의 신뢰를 받아야 MBC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회복되고 드라마, 예능, 라디오 프로그램들도 시청자의 사랑을 더 받을 수 있습니다.
어떤 권력에도 멈칫 거리지 않고 정중하고 겸손하면서도 정확한 질문을 던지는 MBC가 되어야 합니다. 불편부당, 공정성, 진실 이런 화두는 우리가 놓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부족합니다. 우리는 시민에게 정직해야 합니다. 우리가 취재한 것을 가감 없이 보도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만약 우리가 보도한 것에 오류가 있으면 지체 없이 사실을 밝히고 필요하면 사과해야 합니다. 오류가 있는데도 적당히 넘어가려 하면 그때부터 시민들은 우리를 다시 불신할 것입니다. 저는 특종을 많이 하는 MBC보다 오보를 하지 않는, 아니 오보를 하지 않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하는 MBC가 훨씬 더 시청자들의 신뢰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신뢰는 결코 단시간에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갑시다. 우리 모두 한 마음으로 뚜벅뚜벅 가다 보면 언젠가 MBC가 국민의 마음속에 들어가 있는 것을 느낄 때가 올 것입니다.
두 번째는 우리 콘텐츠를 살리기 위해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재무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서 투자를 하지 않으면 그것은 서서히 죽는 길을 택하는 것입니다. 과거 경영진들은 MBC를 권력에 바침으로써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되고 수익이 줄어들자 제작비를 줄이는 것으로 대응했습니다. 그 결과는 콘텐츠 경쟁력의 추락이었습니다. 이제는 그런 악순환을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물론,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효율화하는 노력은 강도 높게 해야 합니다. 생산성으로 연결되지 않는 각종 비용들은 근본적인 검토를 거쳐 삭감해야 합니다. 구 경영진이 과도하게 높인 임원과 보직자들에 대한 처우가 한 예입니다. 그러나 경쟁력을 재생산해내는 투자는 더욱 과감하게 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개혁을 해나가는 일입니다. 이제 우리는 지상파는 우리 콘텐츠를 유통시킬 많은 플랫폼 중 하나일 뿐이라는 전제로 모든 전략을 짜야합니다. 우리는 우리 콘텐츠를 더욱 효율적으로 다양한 플랫폼을 이용하는 시청자에게 전달하고 시장으로부터 호응을 얻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지상파의 실시간 시청 데이터와 비실시간 시청 데이터를 연결해서 모든 미디어를 포괄해 시청행태를 파악 반영하는 통합시스템을 구축하겠습니다. 이를 프로그램 제작 유통에도 활용해 시청자들과 시장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겠습니다. 또한 주요 프로그램의 경우, 기획 단계부터 제작, 편성, 광고, 홍보, 사업 파트 등이 협력해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습니다. 우리 콘텐츠를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한 글로벌 콘텐츠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겠습니다.
네 번째는 지역 계열사와 자회사 그리고 MBC 콘텐츠를 함께 만드는 창작자들과 상생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약속드린 대로 저희 경영진은 지역 계열사와 자회사가 자율, 책임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지역 계열사는 지역의 중심 언론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자회사들도 마음껏 새로운 사업을 개척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또한 우리는 MBC 콘텐츠를 만드는 다양한 창작자들과 상생의 관계를 정립해야 합니다. 창작자들이 MBC 콘텐츠에 최선을 다해 기여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물론, 우리는 청산도 해야 합니다. 지난 세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MBC를 망쳤던 사람들의 책임을 확실히 물을 것입니다. 청산은 노사 공동의 가칭 MBC 재건 정상화 위원회와 감사국에서 주도할 것입니다. 나머지 조직은 오직 한 가지 MBC를 다시 세우는 일에 집중하면 됩니다.
신입사원 채용도 재개할 것입니다. 5월 초에는 새로운 MBC를 우리와 함께 만들어갈 인재들이 합류할 것입니다. 이들의 창의력과 역동성을 더해서 우리는 MBC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 것입니다.
우리가 다시 시작한 지 20일 남짓 됐습니다만 그동안 MBC에서는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임원용 엘리베이터는 원래 목적대로 다시 화물 엘리베이터로 바뀌었고, 누구나 임원실이 있는 14층을 드나들 수 있게 됐습니다. MBC 출입증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디라도 갈 수 있게 됐습니다.
우리는 또 스스로 각자의 부문에서 망가진 공영방송 MBC를 고치기 시작했습니다. 그 자발성에 힘입어 프로그램들도 조금씩 회복되고 있습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파업 기간에 구성원들이 스스로 만든 반성 프로그램들이 방송됐고 드디어 지난 26일에는 MBC가 국민에게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뉴스를 다시 방송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저에게는 큰 감격이었습니다. 준비기간이 짧았는데도 연예대상, 연기대상, 가요대제전 등 연말 특집 프로그램들도 훌륭하게 방송했습니다. 저는 현장을 다니면서 피디, 엔지니어, 촬영감독 등 구성원들이 일에 집중해 한겨울인데도 땀을 흘리며 일하는 것을 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제가 가도 기척을 느끼지 못하고 모니터와 뷰파인더에 집중하며 삼매경에 빠져 있는 여러분의 모습을 저는 한참 동안 바라봤습니다. 여러분들이 힘을 합쳐 만들어내는 방송에 ‘MBC 답다’는 시청자들의 문자 메시지들이 쏟아졌습니다. 그 모습에 MBC라는 거인이 다시 일어서는 느낌을 받은 것은 저만이 아니었을 겁니다.
저희 경영진은 이미 약속한 대로 MBC 구성원들에게 실패할 자유를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이 가진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해 큰 꿈을 꾸십시오. MBC의 미래는 당장의 매출이나 이익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MBC 구성원들이 얼마나 큰 꿈을 꾸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 함께 큰 꿈을 꾸고 실천해나갑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