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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가 19일 10구단 창단 승인을 유보했다. 이로써 10구단 문제는 두 차례나 미뤄지게 된 셈이다. 사실상 '당분간 논의하지 않겠다'는 뜻이나 다름 없다.
한국 야구의 미래가 걸린 문제. 신중하게 논의하고 결정하겠다는데 이의를 제기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사회가 내놓은 '유보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사회는 현재 10구단이 무리인 이유를 '선수 수급과 인프라'라고 했다. 50여개의 고교팀에서 나오는 선수와 부실한 야구장에선 10개 구단 운영은 어렵다는 것이다.
얼핏 논리적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두 문제 모두 오히려 10구단이 해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인프라. 수원과 전라북도는 이미 오래 전 10구단 유치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 중심엔 최신 야구장이 자리잡고 있다. 2만5000석 이상 규모의 야구장을 조성하는 것은 물론, 유치 기업에 최대한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2만5000석 규모의 신식 야구장은 현재 전국에 잠실, 사직, 문학 등 3개 뿐이다. 그나마 잠실과 사직은 30년 가까이 세월이 흘러 '현대식'이라고 하긴 어렵다. 10구단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야구장 하나를 얻게 되는 셈이다.
한 현역 감독은 "극단적으로 말해 나중에 손을 터는 구단이 나오더라도 좋은 환경의 야구장은 그대로 남는 것 아닌가. 도대체 왜 반대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모기업이 수백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나서도 야구장 하나 신축하기 어려운 것이 우리 현실이다. 또 잠실 사직 등은 흙 교체 작업 이후 그라운드가 딱딱해져 선수들이 정상적인 플레이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고 수준의 야구장을 지어주겠다는 지자체의 의지가 있음에도 이사회는 이를 애써 외면했다.
선수 수급 문제는 분명 의미 있는 지적이다. 하지만 해결책을 단순히 "아마 팀 확대"로만 삼은 것은 근시안적 대처다.
KBO 이사회는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선수들의 국내 복귀를 여전히 사실상 불가능하게 막고 있다. 취지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이상의 당근을 우리 어린 선수들에게 보여주지도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일선 고교 지도자들은 선수들의 무분별한 메이저리그 진출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으로 1차지명 제도 부활과 신인 계약금 인상을 들고 있다. 1차 지명을 부활해 1라운드 지명이 가능한 특급 선수들을 구단이 일찌감치 관리할 수 있게 하고, 십수년간 사실상 같은 수준에 묶여 있는 신인 계약금을 현실화 한다면 효과적인 방지책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사회는 이런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게다가 이사회가 내세운 아마야구의 활성화는 10구단이 생기면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누가 봐도 당연한 일이다.
또 미국과 일본에서 뛰고 있는 한국계 선수들의 이중 국적 허용 등, 모자란 선수를 충원할 수 있는 방법 등도 다양하게 논의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노력과 논의는 애초부터 없었다.
KBO 이사회의 결정이 내려진 뒤 야구계는 큰 허탈감에 빠져 있다. 한 야구인은 "이사회의 반대 이유를 들으니 더 힘이 빠진다. 차라리 속 시원하게 왜 반대했는지를 밝혔다면 지금처럼 맥이 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