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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지는 것 또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수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저런 길을 찾는 것 보다는 단순하게 정면으로 부딪히면 오히려 길이 보일 때도 있다.
KIA는 9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 준플레이오프 2차전서 7회초까지 2-1로 앞서 있었다. 리드는 잡고 있었지만 타선 집중력이 떨어진 탓에 확실한 우위를 점한 경기는 아니었다. 튼실한 SK 불펜을 감안하면 더욱 그랬다.
다행히 선발 로페즈가 옆구리 부상 우려를 씻고 좋은 공을 던지고 있었다. 6회까지 SK 타선을 1실점을 잘 막아냈다.
당시 그의 투구수는 88개. 2년 전 로페즈였다면 아무렇지도 않은 숫자였다. 그러나 올시즌 로페즈는 그때의 로페즈가 아니다. 부상 이후엔 더욱 그랬다.
로페즈는 분명 완투형 투수다. 하지만 올시즌 후반기서는 체력이 많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공 끝의 힘이 떨어지는 문제점을 자주 노출했다. 부쩍 높아진 장타 허용률이 이를 증명한다. 땅볼 많이 잡던 그가 올해는 큰 것 한방을 내주는 일이 잦았다.
7회말, SK 벤치는 대타 안치용을 기용했다. 흐름을 바꿔보겠다는 의미. 하지만 KIA 벤치는 움직이지 않았다. 로페즈의 구위가 좋지 않음을 알고 있었지만(조범현 KIA 감독은 경기 후 "로페즈고 좋지 않은 구위였지만 잘 버텨줬다"고 평했다) 선뜻 카드를 꺼내들지 못했다.
불펜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것이 이유인 듯 보였다. 확실한 불펜 요원을 보유하지 못한 KIA는 어떻게든 선발이 좀 더 긴 이닝을 끌고가야 할 필요가 있었다.
한기주 카드가 있었지만 최대한 뒤로 늦춰보고 싶었던 것이 KIA 벤치의 바람이었을 것이다.
경기를 지켜본 한 해설위원은 "정규시즌이었다면 7회 첫 타자 때 한기주를 투입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 대한 부담이 결정을 미루게 한 것 같다. 이해는 충분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로페즈는 안치용에게 동점 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좀처럼 집중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타선. 여기에 막강한 SK 불펜을 감안하면 7회 동점은 매우 뼈아팠다.
한기주가 결국 7회 2사 1,2루서 마운드에 올라 연장 11회까지 던져야 했기에 더 아픈 결과였다. 한기주는 10회까지는 SK 타선을 효과적으로 막아내며 무실점으로 버텨냈다. 그러나 연장까지 치르느라 투구수는 무려 72개나 됐다. 3이닝을 던지고도 남는 숫자였다.
만약 한기주가 7회 첫 머리에 등판했다면? 부질없지만 오래도록 머릿속을 맴도는 아쉬움이었다.
*주(注) : 결과론과 가정(if)은 결과를 바꾸지는 못합니다. 결과만 놓고 따져보면 누구나 승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결과론은 야구를 즐기 는 또 하나의 방법입니다. 모두 감독이 되어 경기를 복기(復棋) 할 수 있는 것은 야구의 숨은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만약애(晩略哀)는 치열한 승부 뒤에 남는 여운을 즐길 수 있는 장이 됐으면 합니다.
만약애(晩略哀)는 '뒤늦게 둘러보며 느낀 슬픔'이란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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