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가 영화 ‘신과함께’의 쌍천만 흥행을 기념해 진행한 인터뷰에서 영화화의 결정적 계기로 영화 ‘미녀는 괴로워’를 들었다. ‘미녀는 괴로워’는 일본 만화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아무도 흥행을 예상하지 못했는데 6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원 대표는 “7년전 후배의 권유로 ‘신과함께’ 웹툰을 봤는데 눈물이 나더라. 웹툰을 통해서 엄청난 위로를 받았다. 나만큼 다른 사람들도 위로를 받을 수 있겠다 싶어서 판권을 얻기 위해 주호민 작가를 만났다”고 두 사람의 첫 인연을 언급했다. 그는 “그 전까지 주호민 작가는 전혀 몰랐고, 판권을 얻으려는 경쟁사도 엄청 많았다”며 “한 메이저 방송사에서 드라마로 만들겠다는 제안도 했었다”고 얘기했다. 그는 “주호민 작가가 나한테 판권을 넘긴 것은 만화를 영화로 만든 경력 덕분이었다”며 “내가 자신의 작품을 영화로 잘 만들어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더 좋은 조건을 마다하고 나한테 넘긴 것”이라고 들려줬다.
‘미녀는 괴로워’는 원 대표와 김용화 감독이 힘을 뭉친 첫 영화이자 첫 성공작이다. 두 사람은 이 영화로 그간의 실패를 딛고 일어섰다. 알고 보면 원 대표, 김 감독, 주 작가 세 사람의 인과 연이 ‘미녀는 괴로워’에서 출발한 것.
원 대표는 또 ‘이제야 말할 수 있다’면서 ‘신과함께’의 성공이 절실했던 이유를 들려줬다. 그는 “1,2편 동시 제작은 산업을 휘청거리게 만들 수 있는 위험한 시도였다”며 “이게 성공 안 하면 정말 영화계를 떠나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떠나려고 했다’는 원 대표의 얘기는 전에도 들었지만 진짜 이유를 듣기는 처음이다. 단순히 직접 투자를 했으니 손해 나면 큰일이지 싶었는데, 사실은 ‘산업에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데 방점이 있었다.
원 대표는 “‘신과함께’는 판권을 사고 김용화 감독을 영입해 시작할 때부터 프랜차이즈로 기획했다”며 “프랜차이즈가 상업영화를 양산한다는 우려의 시선이 있지만 상업영화뿐 아니라 다양한 영화를 만들려면 그 산업이 섹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이 섹시해야 한다는 건, 투자가 이뤄지고 자본이 유입되는 안정적인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뜻으로 그 역할을 프랜차이즈 영화가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이제 ‘신과함께’의 성공으로 한국 프랜차이즈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바뀔 것으로 본다”며 “제 동료들이 다양한 프랜차이즈 영화들을 기획하고 만들어낼 것이다. 프랜차이즈 영화가 산업에 안착되면 안정적인 기반 속에서 다른 새로운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산업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들려줬다.
원 대표는 한국영화의 해외 진출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국내 영화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로 더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관객은 연 2억2000명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고, 한국 관객이 연 4.5회 정도 영화를 보는데 세계 최고 수준이다”며 “새로운 자본은 유입되지 않는데 제작비는 늘어나고 있다. 활로는 해외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영화가 섹시하다는 것을 ‘부산행’ ‘신과함께’가 증명하고 있다”며 “한국영화가 최고라고 아시아에서는 난리다. 아시아에서 한국영화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건 저나 제 동료, 후배들에게 하나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아시아 시장을 염두에 두고 기획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쌍천만 흥행에 소감을 말해 달라는 얘기에 원 대표는 “의외로 덤덤하다”며 “너무 덤덤한 게 겁이 나서 지인인 정신과 의사에게 물었더니 ‘극단은 통한다’면서 ‘극도의 흥분 상태’라고 진단했다. 덤덤하게 흥분 중인 것 같다”고 이색 소감을 전했다.
원 대표는 3, 4편 제작에 대한 의지도 보였다. 그는 “1, 2편을 통해 캐릭터와 세계관을 구축하고 쌓아놓은 노하우가 많은데 여기서 끝내는 건 아쉬운 일이다”며 “배우들도 ‘하면 한다’는 생각이다. 다 같이 술 한 잔 하면서 ‘하자’고 했다”고 3,4편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