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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제작사 아우라픽처스는 9일 오전 11시 서울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중단에 대한 영화인 성명을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열렸다. 이 자리에는 정지영 감독과 ‘천안함 프로젝트’를 연출한 백승우 감독을 비롯해 영화인회의,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여성영화인모임, 영화마케팅사협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스크린쿼터문화연대,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등 12개 영화단체장이 함께해 힘을 보탰다.
이 자리에서 정지영 감독은 ‘천안함 프로젝트’의 유일한 멀티플렉스 상영관이던 메가박스가 보수 단체의 협박을 근거로 개봉 이틀 만에 영화 상영을 중단한 것과 관련 “더 큰 파문을 불러올지 몰랐나. 안타깝다”라면서 “메가박스는 바로 재상영을 결정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어떤 단체가 압력을 가했는지 밝혀야 한다. 이 일이 대한민국의 수치로 계속해서 거론되지 않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2010년 3월26일 대한민국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백령도 해상에서 침몰한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는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폭침됐다는 정부 발표에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의 의견을 조명하고, 몇 가지 실험을 통해 이들의 주장이 근거가 있는지 되짚었다.
이 영화는 지난 4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돼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며 지난달 7일에는 해군과 유가족들이 “영화의 내용이 사실을 왜곡하고 당사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법원에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등 개봉까지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법원은 개봉 하루 전인 4일 이를 기각했고 영화는 예정대로 지난 5일 전국 33개 극장에서 개봉했다. 영화는 다양성 영화 부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등 호응을 얻었으나 개봉 이틀째인 6일 밤 메가박스가 “상영을 중단하라는 보수단체의 협박이 일반 관객들에게 위협이 된다”며 22개 관에서 상영하던 ‘천안함 프로젝트’를 7일 자정부터 내리겠다고 제작진에 통보해 영화계의 집단 반발을 샀다.
정지영 감독은 “이번 메가박스의 상영 중단 결정과 관련 법률적인 자문을 구했고, 그 결과 메가박스 측은 협박을 한 단체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할 수 있으며 제작사 역시 메가박스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라며 “하지만 진상규명이 먼저라고 본다. 법적 대응은 이후 적절한 시기를 봐서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한 영화인들은 성명을 통해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가 정체불명의 단체가 가한 압력으로 상영이 중단된 것은 일차적으로는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를 기반으로 하는 문화에 대한 폭력이며 더 나아가서는 영화계 전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자 중대한 위기라고 규정했다.
이준익 한국영화감독조합 대표는 “‘천안함 프로젝트’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12세 이상 관람 가 등급으로 정상적인 상영관에서 개봉했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이번 사태는 법치주의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춘연 영화인회의 대표는 “한국영화 시장이 날로 커가고 있다. 칭찬받을 줄 알았는데 해외 토픽감 사건이 터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4대 국정운영 지표 중 하나로 문화융성을 내세웠다. 이번 일은 정부의 문화중흥 정책과도 정면 배치된다. 무지하고 부끄러운 사건”이라고 말했다.
각 단체들은 ▷메가박스 측은 협박을 한 보수단체의 이름을 밝히고 수사당국에 고발하라 ▷ 수사당국은 해당 보수단체를 신속히 수사하여 검찰에 송치하라 ▷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예술정책담당부처로서 이번 사태가 한국영화발전의 위축으로 번지지 않기 위해 ‘천안함 프로젝트’ 재상영에 최선의 행정력을 즉각 발휘하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12개 영화단체는 이러한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이날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중단 영화인진상규명위원회를 발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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