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SPN 송지훈 기자] '반지의 제왕' 안정환(34, 다롄스더)이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 출전을 위한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
대한축구협회는 오는 3월3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코트디부아르와의 A매치 평가전을 앞두고 허정무호에 승선할 23명의 대표팀 명단을 25일 발표했다.
앞서 허정무 감독이 "코트디부아르전에는 최정예 전력으로 나설 것"이라 밝힌 바 있어 멤버 구성에 관심이 모아진 가운데, 명단에 오른 인물 중 가장 눈에 띈 이는 단연 안정환이었다.
안정환이 대표팀의 부름을 받은 건 지난 2008년 6월 열린 북한과의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이 마지막이다. 코트디부아르전 출장 여부가 확정된 건 아니지만, 만약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낼 경우 1년 9개월만에 A매치 무대를 밟는 것이 된다.
월드컵 본선 개막을 100여일 남겨둔 상황에서 허정무 감독이 베테랑 안정환을 실험대에 올린 건, 기존 공격진의 창끝이 날카롭지 못하다는 판단에 근거를 두고 있다.
허정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대표팀 공격진 리스트에 다양한 선수들이 이름을 올리며 가능성을 점검받았지만, 커트라인을 통과한 선수는 '모나코 왕자' 박주영(AS모나코)이 유일하다.
국내외 전지훈련과 동아시아대회를 통해 이동국(전북현대), 이근호(주빌로이와타), 이승렬(FC서울), 노병준(포항스틸러스), 김신욱(울산현대), 염기훈(울산현대) 등이 가능성을 점검 받았지만, 모두가 합격 판정까지는 받아내지 못했다.
안정환이 대표팀에 합류한 것 또한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서 만날 강호들과의 맞대결에서 승리하려면 최전방 공격 옵션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고민의 결과로 평가된다.
안정환은 공격 지역의 여러 포지션을 두루 맡아볼 수 있어 활용 가치가 높다. 뿐만 아니라 앞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두 차례나 밟으며 여타 선수들과 비교할 수 없는 경험을 쌓아올린 점 또한 장점으로 손꼽힌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만큼 체력이 변수지만, 후반에 투입돼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조커' 역할을 수행하기엔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2002월드컵 당시 안정환과 더불어 대표팀 공격을 이끈 바 있는 황선홍 부산아이파크 감독은 "안정환은 효율적인 움직임을 통해 체력소모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선수"라며 "체력이 경기 수행 능력에 지장을 주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물론 안정환 선발에 대한 우려사항도 있다. 오랫동안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안정환이 허정무호의 주축 멤버들과 화학적으로 잘 섞일 수 있을지의 여부는 미지수다. 제 아무리 헌신적인 선수라도 동료 선수들과의 호흡이 잘 맞지 않을 경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허정무 감독이 코트디부아르와의 경기를 앞두고 안정환을 호출한 것 또한 같은 고민에 바탕을 둔 결과로 보인다. 한 수 위 전력을 지닌 세계적 강호와의 맞대결에서 특유의 팀 공헌도가 빛을 발할 수 있을 지 점검하겠다는 의미다.
손발을 맞출 시간적 여유가 충분히 않은 만큼, 이제 허정무호에 승선하는 선수들의 경우 100% 준비된 상태가 아니면 곤란하다. 안정환 또한 마찬가지다. 베테랑 안정환이 낯선 동료들과의 팀 플레이에 자연스레 녹아들며 나름의 경쟁력을 보여준다면, 허정무 감독의 최전방 고민 또한 상당부분 줄게 된다.
'돌아온 영웅' 안정환은 '남아공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를 통과해 3연속 월드컵 본선 출전의 영예를 안을 수 있을까. 축구팬들의 관심은 안정환이 A매치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낼 3월3일을 향하고 있다.
◇코트디부아르전 참가 선수 명단(23명)
▲GK - 이운재(수원삼성), 김영광(울산현대), 정성룡(성남일화)
▲DF - 조용형(제주유나이티드), 강민수(수원삼성), 이정수(가시마앤틀러스), 차두리(프라이부르크), 곽태휘(교토상가), 오범석(울산현대), 김동진(울산현대), 이영표(알힐랄)
▲MF - 김정우(광주상무), 김재성(포항스틸러스), 김보경(오이타트리니타), 기성용(셀틱), 신형민(포항스틸러스), 김남일(톰톰스크), 박지성(맨체스터유나이티드), 이청용(볼튼원더러스)
▲FW - 안정환(다렌스더), 이승렬(FC서울), 이동국(전북현대), 이근호(주빌로이와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