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애는 영화 ‘보통의 가족’의 개봉을 앞두고 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보통의 가족’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웰메이드 서스펜스다. 김희애는 극 중 재규(장동건 분)의 연상의 아내 ‘연경’ 역을 맡아 격하게 휘몰아치는 감정선의 열연을 펼쳤다.
김희애는 ‘보통의 가족’의 개봉을 앞두고 지난 2일 개막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초청돼 설경구, 장동건, 수현, 허진호 감독과 함께 관객들을 만났다.
김희애는 영화제 참석 소감을 묻자 “제가 일주일에 한 번 약속을 잡는 사람인데 사람을 너무 많이 만나서 방전이 되고 그랬다”고 토로해 웃음을 안겼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이렇게 오래 (업계에서) 버티니 좋은 날도 있구나 싶을 정도로 너무 제가 감사하다”며 “영화제 기간동안 마리끌레르에서 상을 받아서 참석했다. 지금 제 나이는 옛날 같으면 할머니 역할하고 뒷방에 앉아서 고모, 이모, 할머님 연기해야 하는 나이였을텐데 이렇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샤넬 드레스도 입고 게다가 상까지 주시니 감사하더라”고 행복감을 드러냈다.
이어 “마리끌레르 시상식에서 같이 객석에 앉아있던 설경구 씨도 상을 받았는데 저에게 설경구가 수상할 때 인사말로 ‘돌풍’ (출연을) 제안해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해주셨다. 저도 너무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또 ‘퀸메이커’로 호흡한 문소리 씨도 있었고, 내가 너무 좋아하고 예뻐하는 수현 씨가 사회를 봤다. 나를 위해 사회를 보는 것처럼 멋졌다”라며 “내 젊은 시절 로망이셨던 허진호 감독님과도 한 작품에서 연기할 수 있던 이 모든 순간들이 감사하다. 오래 버티니 이렇게 행복할 수 있구나”라고 덧붙였다.
다만 배우가 아닌 개인으로서의 시간과 삶을 지키기 위해서도 노력 중이라고. 김희애는 “배우로서 카메라 앞에 서고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도 행복하지만 혼자서 책을 읽는다든가 취미로 프리다이빙을 한다든가 내 자신 역시 충만히 만드는 과정이 배우로서 느끼는 행복감 이상의 충만함으로 다가온다”며 “배우로서 사랑받는 순간도 행복하지만 소박하게 사는 내 자신도 행복하다”는 삶의 철학을 밝혔다. 이어 “영화제에서 환호, 박수 받는 것도 좋지만 매번 그런 순간만 있다면 아마 난 소멸됐거나 정신병에 걸렸을 거다. 다른 사람들도 아마 그렇지 않을까”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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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연차가 쌓일수록 더 부담이 생긴다. 어릴 땐 솔직히 대충했는데 지금은 압박감, 그 압박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또 다른 압박감까지 느낀다”라며 “좀 더 철도 들었고, 나만 잘할 게 아닌 누군가를 서포트해줘야 한다는 생각도 생겨난다. 연차가 쌓이니 더 광범위한 여러 생각들을 갖게 되고 나만 잘하는 게 아닌 모두가 어우러져서 다 잘해야 하니까. 연기 외적인 부분들도 생각하게 된다. 연기로는 좀 더 자연스럽게 잘 해내고 싶은 압박이 솔직히 있다”고 부연했다.
이미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가치가 있는 역할이라면 성역없이 모두 도전해보고 싶다는 다짐도 드러냈다. 김희애는 “최근 유명한 감독님을 만났는데 그분이 스몰토크 겸 농담 반으로 사회적 이슈가 되는 여성을 이야기하면서 ‘그런 역할 해볼 수 있어요’ 하시더라. 가치만 있다면 저는 출연한다고 답했다”라며 “그런 것처럼 제가 어떤 그 전에 보여지지 않았던, 또 다른 저를 끄집어낼 수 있는 역할이라면, 좋은 작품에서의 가치있는 역할이라면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보통의 가족’은 10월 16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