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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뒷이야기를 전하던 예능프로그램을 놓고 설왕설래다. 방송인 에이미가 자신의 이야기를 접하고 자살을 기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서다.
과거 폭로성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적 있는 모씨는 21일 이데일리에 “‘풍문쇼’ ‘용감한기자들’의 경우 프로그램 특성상 자극적인 소재를 좇아 사실과 다른 내용을 부풀려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며 “방송된 사실이 모두 거짓이라고 할 수 없지만 이니셜의 뒤에 숨어 자극적인 내용을 덧붙이고 사건을 부풀리곤 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무리 기자라고 해도 정황이 아닌 특정 상황에서 어떤 말을 했다거나 행동을 했다고 표현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사실상 제작진이 쓴 대본을 읽는 경우도 많다는 전언이다.
연예계를 다루는 방식이 위험 수위에 닿았다. 방송인 에이미가 해당 방송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폭로성 예능프로그램이 도마에 올랐다. 종합편성채널 채널A의 예능프로그램 ‘풍문으로 들었쇼’는 19일 방송에서 에이미를 다뤘다. 에이미는 방송을 접한 후 미국 LA에 있는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인근 병원으로 후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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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의 사과에도 파장이 계속 커진다. 연예계의 뒷이야기를 털어놓는 폭로성 예능프로그램이 타깃이다. ‘풍문으로 들었쇼’를 비롯해 케이블채널 E채널의 ‘용감한 기자들’ 등 유사 프로그램이 뭇매를 맞고 있다.
방송가에 따르면 유사 폭로성 프로그램은 출연진이 준비한 내용을 더 흥미롭게 전하기 위해 다소 부풀리는 경우가 있다. 사생활 등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이 자주 왜곡된다. 진위여부를 가려야 할 제작진이 오히려 과장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이니셜을 이용한 ‘카더라’ 폭로도 비판대상이다. A양과 B군의 밀회, 톱스타 C의 일탈, 불륜 등이 단골 소재다.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으나 대상을 유추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방송이 된 이후 추측성 댓글이 달리거나 엉뚱한 이름이 거론되는 경우도 잦다. 해당 연예인들은 억울하더라도 대응하기 어렵다. 괜히 사건을 키울 수 있다는 염려다.
시청자도 크게 불만을 드러냈다. 시청자 오 모씨는 20일 ‘풍문으로 들었쇼’ 게시판에 “돈 몇푼 받기 위해 작가가 쓴 원고대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해도 이건 너무 심하다”며 “평범한 미국시민에 가까운 에이미를 굳이 꺼내서 난도질을 해야만 했는지 의문”이라고 썼다. “생각없이 방송한 그 방송 때문에 또 다른 피해자가 생겼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방송가에서도 “특정 연예인의 실명을 공개하고 다수 패널이 ‘카더라’ 통신을 전한다는 것은 가장 심각한 인권 침해 행위”라며 “책임감을 가지고 방송을 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용감한 기자들’을 진행하는 방송인 신동엽은 지난 2월 기자들과 만나 “연예인이기에 감수해야할 부분”이라면서도 “유명인이 아닌 일반인이 사생활을 침해받고 그런 상황에 처하면 잘못된 거지만, 직업적인 특수성 때문에 사람들 앞에 노출되어야 하고 많은 사람으로부터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고 같은 잘못을 해도 지탄받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