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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볼]'고졸신인 10승' 소형준의 반등 비결은 커터 아닌 완급조절

이석무 기자I 2020.09.15 12:26:19
kt wiz 소형준. 사진=kt wiz 구단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KBO리그에 ‘슈퍼루키’ 소형준(19·kt wiz)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괴물신인’ 류현진(33·현 토론토 블루제이스)이 깜짝 등장해 프로야구판을 확 뒤집어엎은 14년 전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소형준은 지난 12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한화이글스와의 홈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6⅓이닝을 6피안타 9탈삼진 1볼넷 2실점으로 막고 시즌 10승을 달성했다.

토종 투수 가운데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가장 먼저 10승을 달성했다. 고졸 선발투수가 데뷔 첫해 10승을 달성한 것은 역대 9번째였다.

1992년 염종석(롯데·15승)과 정민철(빙그레·13승)을 시작으로 1994년 주형광(롯데·11승), 1998년 김수경(현대·11승), 2000년 조규수(한화·10승), 2002년 김진우(KIA·12승), 2006년 류현진(한화·18승), 2006년 한기주(KIA·10승) 등이 엎서 고졸 신인 10승 기록을 세웠다.

소형준은 지난 5월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베어스와 프로 데뷔전에서 5이닝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면서 화려하게 등장했다. 이후 첫 5경기에서 4승 1패로 순항을 이어갔다.

하지만 내용상으로 보면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5월 4경기에서 3승 1패를 기록했지만 평균자책점은 7.06에 이르렀다. 6월에는 5경기에서 1승 4패에 그쳤고 평균자책점도 6.29나 됐다. 신인으로서 한계가 찾아오는 듯했다.

결국 소형준은 6월 26일 한화이글스전(2⅔이닝 6실점)을 끝으로 부상자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소형준의 돌풍도 ‘깜짝쇼’로 끝나는 듯 했다.

그런데 약 2주의 시간을 갖고 돌아온 소형준은 전혀 다른 투수가 돼 있었다. 1군 복귀전이었던 7월 11일 삼성라이온즈전에서 6이닝 5피안타 3실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9경기에서 6승 무패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했다.

9경기 모두 5이닝 이상 책임지면서 실점을 3점 이내로 막았다. ‘6이닝 이상 3실점 이하’를 의미하는 퀄리티스타트도 6번이나 됐다.

소형준이 이처럼 짧은 시간에 업그레이드 된 이유가 무엇일까. 본인은 반등 요인으로 휴식기간에 새로 장착한 커터를 꼽았다.

kt wiz 소형준의 2020시즌 등판 기록 변화. 기록=스포츠데이터에볼루션 제공
자료=스포츠데이터에볼루션 제공
그렇다면 정말로 커터가 소형준의 반등을 이끌었을까. 스포츠데이터 분석 전문회사인 ‘스포츠데이터에볼루션’의 자료에 따르면 소형준이 1군 복귀 후 던진 136km 이상 커터의 피안타율은 .556(9타수 5피안타)에 이르렀다. 구종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장점이 생겼지만, 커터가 반등의 직접적인 이유는 아니었다.

사실 실질적인 성공 요인은 기존에 활용했던 체인지업과 커브에 있었다. ‘스포츠데이터에볼루션’은 “소형준은 부상자명단에서 돌아온 뒤 체인지업의 구속을 대폭 낮췄다”며 “소형준의 130km 이하 체인지업 비율이 대폭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체인지업의 구속을 낮춘 것은 최고 150km 패스트볼과의 구속 차를 크게 해 타자들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기 위해서다. 또한 체인지업을 스트라이크존 안에 적극적으로 던져 헛스윙보다는 타이밍 빼앗기에 집중했다.

자료=스포츠데이터에볼루션
소형준 체인지업 로케이션 (인존 투구 비율). 자료=스포츠데이터에볼루션 제공
커브도 빛을 발했다. 소형준의 첫 9경기 커브 피안타율은 .447에 달했다. 하지만 복귀 후 커브 피안타율은 .160으로 크게 떨어졌다. 커브 탈삼진 역시 13개로 그전보다 훨씬 증가했다. 체인지업과 더불어 확실한 결정구로 자리매김했다. 평균구속이 119km에 불과한 느린 커브는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데 적합한 무기였다.

이강철 kt 감독은 최근 소형준에게 “슬라이더를 빠르게 던져서 커브와 차이를 두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슬라이더와 커브의 구속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을 파악하고 조언한 것이었다.

‘스포츠데이터에볼루션’ 관계자는 “소형준이 휴식 기간 동안 배운 것은 커터가 아닌 ‘완급조절’이었다”며 “1군 복귀 이후 커브의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활용하면서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형준 커브 성적. 자료=스포츠데이터에볼루션
소형준, 커브 로케이션. 자료=스포츠데이터에볼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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