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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쇼핑(Eye Shopping)’은 생략한다. ‘충동 구매’도 아니다. ‘왕서방’의 두꺼운 지갑은 ‘통 큰 소비’로 직결된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싹쓸이 쇼핑’을 하다시피 발을 들인 ‘차이나 머니(China Money)’가 늘고 있다. 몸집 면에선 비교를 거부하는 ‘규모(scale·스케일)의 중국’이라 할 만 하다.
최근 KBS2 드라마 ‘프로듀사’를 제작한 초록뱀미디어는 지난해 11월 유상증자를 통해 중국 DMG그룹으로부터 약 25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이후 드라마제작사 김종학프로덕션의 모 회사이자 남희석 김신영 등이 소속된 SH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다. 초록뱀미디어의 모체는 더욱 탄탄해질 수 있었다.
SBS 드라마 ‘사임당 her story’는 사실상 중국 돈으로 만들어지는 작품이다. 제작사 그룹에이트는 홍콩 엠퍼러엔터테인먼트로부터 150억원을 투자 받았다. 드라마 ‘대장금’으로 ‘중국 한류의 어머니’라 불리는 배우 이영애가 주연으로 발탁된 영향이 컸다. ‘사임당 her story’는 국내 최초로 한국, 중국에서 동시에 방영되는 드라마로 시험대에 올라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이후 중국 시장에선 떠오른 배우 김수현은 ‘왕서방의 쇼핑카트’에서 가장 몸값이 높은 스타다. 그가 출연하는 영화 ‘리얼’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그룹 알리바바의 계열사 알리바바픽쳐스가 투자를 확정했다. 알리바바픽쳐스는 지난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 당시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 10여 곳과 접촉하기도 했다. 약 150억 위안, 한화로 3조에 이르는 돈으로 엔터테인먼트 사, 영화 제작사에 대한 투자 및 인수 계획이 있다는 의중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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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엔블루부터 유재석까지 소속 연예인 매니지먼트를 전방위로 넓힌 FNC엔터테인먼트도 중국 자본의 수혜자다. 중국 민영기업 쑤닝 유니버셜 미디어로부터 약 330억원의 투자금을 받았다. 지난해부터 드라마 제작에 본격적인 성과를 냈고, SBS ‘시크릿가든’ 등 히트 드라마 연출자로 유명한 신우철 PD도 영입했다. 용이한 중국 진출을 위한 포섭이라는 게 업계의 시선이었다.
지난해 하반기 중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M&A에 소비한 금액은 32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2012년엔 3억 달러 수준이었다. 3년 새 10배 이상 성장했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M&A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2년 1%에서 2015년 16%로 늘었다.
예견된 행보였다. 중국 엔터테인먼트 시장 규모는 2013년 기준 전 세계 5위까지 입지를 높였다. 311억 달러로 추산됐다. 전망은 더하다. 매해 평균 11%씩 성장하고 있는 중국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2016~17년엔 전 세계 2위 시장도 넘볼 수 있다. 콘텐츠 시장의 오랜 강자인 일본을 제친다는 분석이다.
시장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중국 자본이 대거 유입되는 상황을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긴장 시켰다. 연예 시장은 물론 게임, 뷰티 산업까지 확대돼 ‘한국은 중국의 하청업체’라는 부정적인 시선도 고개를 들었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의 한 관계자는 “중국 시장으로부터 창출된 수익을 다시 국내 콘텐츠 제작에 투입하는 형태로 생존을 이어가는 전략이 계속된다면 분명 위험할 수 있다”며 “하지만 최근엔 하루가 다르게 규제가 강화되는 중국 시장의 장벽을 뚫기 위한 노력의 과정이라고 볼 선순환 움직임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봤다.
이어 “중국 자본을 받아 합작 콘텐츠를 만들고 현지 법인을 세워 좀 더 수월하게 진입하는 접근방식을 택하는 것”이라며 “중국 시장에서도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한국 시장에 돈을 투자하고 빠지는 식의 단순한 방식이 아닌 보다 유연한 전략으로 ‘윈윈’한다는 접근 태도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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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장의 투자로 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제작한 영화배급사(NEW)는 중국 엔터테인먼트 기업 화책미디어와 손잡았다. 화책합신이라는 공동 법인을 만들었다. 강풀 작가의 웹툰 ‘마녀’의 판권을 공동의 돈으로 구입했고, 중국판·한국판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하나의 완성형 콘텐츠가 리메이크 되는 관행을 뒤집은 것. 하나의 판권으로 두 개의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첫 사례다.
작품 뿐 아니라 ‘사람’도 합작되는 시대다. 씨스타가 소속된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중국 최대기획사로 꼽히는 위에화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씨스타 동생 그룹’을 내놓았다. 걸그룹 우주소녀다. 한국인과 중국인 멤버로 구성된 12인조로 꾸려졌다. 미쓰에이, 트와이스 등 다국적 멤버가 친근하게 느껴진지 오래지만 한·중 양국 기획사의 합작 아이돌그룹이라 이례적이다.
기업과 기업은 물론 사람과 사람의 합작도 있다. MBC 간판 PD였던 김영희 PD는 중국으로 건너가 현지 예능 콘텐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종합편성채널 JTBC 오윤환 PD 등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닥터 이방인’으로 유명한 진혁 PD는 중국 스태프, 시스템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제작하는 선봉에 서 있다. 진혁 PD는 400억원이 투입된 한중합작 드라마 ‘비취연인’으로 차기작을 결정했다.
진혁 PD는 “한국에서 제작자나 연출자로 일을 하면서 ‘돈이 없어 못한다’, ‘돈 때문에 힘들다’라는 말을 안들어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며 “그런 이유에서 중국의 자본은 마치 해결사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런 생각으로 중국 시장과 공조를 한다면 한류의 수명은 짧아질 것이다”고 봤다. 이어 “아직 이 시장에선 서울에서 성공하면 아시아에서 성공한다는 인식이 있을 정도로 한류에 대한 평가가 높다”며 “문화의 힘을 우리가 키우고 지켜야 한다는 마인드로 중국의 자본을 받아들이고, 중국의 문화에 접근해야 흔들림 없는 콘텐츠 주권자로서의 입지를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