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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양승준기자] 올 상반기 가요계는 삼재가 겹친 사건, 사고의 연속이었다. 두 명의 가수가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해야 했고, 음반 시장의 불황 속 음원 유출 사고가 잇따라 가수들의 창작 의욕에 찬물을 끼얹었다. 또 올 상반기에는 앨범 판매 10만장을 돌파한 가수가 단 한 명도 없어 우려를 낳기도 했다. 이처럼 혼란스러웠던 상반기 가요계를 숫자로 정리해 봤다.
◇ 0
올 상반기는 여러 신인 가수가 데뷔했지만 눈에 띄는 대어가 없었다. 신인 그룹 혹은 가수들의 전통적인 강세 장르인 댄스 음악도 올 초 데뷔 8년차인 여성 그룹 쥬얼리가 독식했고, 발라드 음악 또한 데뷔 15년차인 김동률과 데뷔 8년 차인 성시경 등의 자리를 위협할 만한 신인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최근 SM엔터테인먼트가 새롭게 선보인 아이들 그룹 샤이니가 좋은 반응을 얻고는 있지만 아직 그 성과를 판단하기엔 이른 상황. 이에 하반기에는 샤이니와 YG엔터테인먼트에서 데뷔시키는 여성 아이들 그룹이 어떤 활약을 보여줄 것인가에 음악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1
올 상반기 가요계는 쥬얼리의 세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 멤버를 영입해 4년만에 정규 5집 ‘키치 아일랜드’로 돌아온 쥬얼리는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 ‘원 모어 타임’으로 지상파 가요프로그램 KBS 2TV ‘뮤직뱅크’와 MBC ‘쇼!음악중심’에서 모두 7주 연속 1위라는 기염을 토했다. 이 기록은 상반기 가요 순위 프로그램 최장 1위 기록으로 그 뒤를 이어선 MC몽의 ‘서커스’가 ‘뮤직뱅크’ 6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음악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 2
올 가요계는 ‘일거양득’ 가수나 그룹들이 유독 많았다. 새 앨범을 내고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가수로서의 인기와 엔터테이너로서의 인기를 동시에 얻은 가수들이 많았고, 그룹 내 유닛 활동을 통해 개인과 그룹의 인기를 동시에 거머쥔 팀들도 다수에 달했다.
서인영과 알렉스, 크라운제이는 MBC 예능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 ‘우리 결혼했어요’의 코너에 출연해, 이승기와 MC몽은 KBS 2TV ‘해피선데이’ ‘1박2일’에 출연해 새 앨범의 인기는 물론 시청자들의 대중적인 사랑을 받은 대표 인사들이다.
또 여성 아이들 그룹 소녀시대는 윤아의 연기 활동, 태연의 ‘만약에’ 솔로 활동을 통해, 빅뱅은 태양의 솔로 앨범 활동과 탑의 연기 활동 등 활발한 유닛 활동을 통해 일거양득의 인기를 양손에 거머쥐었다.
◇ 4
올 상빈기 가요계에선 갑작스런 사망 소식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4월 2일에는 혼성3인조댄스그룹 거북이의 리더 故 임성훈이 심근 경색으로 향년 38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또 남성 보컬 듀오 ‘먼데이키즈’의 김민수는 같은 달 29일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어 많은 음악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 13
해체 5년만에 돌아온 남성 듀오 브라운 아이즈는 지난 6월 중순 새 앨범 발매와 동시와 각종 진기록을 수립하며 음악 팬들의 열화와 같은 호응을 이끌어 냈다. 브라운 아이즈의 정규 3집 ‘투 싱즈 니디드 포 더 세임 퍼포즈 앤드 파이브 오브젝츠(Two Things Needed for the Same Purpose and 5 Objets)’는 19일 발매 당일 1만5천장의 판매고를 기록, 한터차트 앨범 집계 사상 2년 만에 일일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웠다.
특히 브라운 아이즈의 3집은 음원 공개 당일 음악 사이트 멜론 차트에서는 반주곡을 제외한 13곡 전곡이 100위권 안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멜론 측 관계자는 “아무리 톱 가수라도 7~8곡을 100위 안에 첫 진입시키기는 힘들다”며 “앨범 전곡이 첫날 차트에 모두 오른 것은 브라운 아이즈가 처음”이라며 브라운 아이즈 열풍에 놀라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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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상반기 가요계의 18번은 단연 피처링과 리메이크 열풍을 들 수 있다.
특히 피처링 같은 경우는 마케팅 수단으로 폄하되기도 했지만 노래의 맛을 더하고 곡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힙합 가수들의 곡 작업에 주로 사용돼왔다. 랩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멜로디의 빈자리를 보컬 가수의 피처링을 통한 화음으로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티 마우스와 H-유진, 원투는 유명가수의 피처링으로 이름을 알린 대표적인 그룹. 특히 마이티 마우스는 ‘사랑해’에서 윤은혜를 시작으로 제이제이(JJ), 개그우먼 신봉선, 신인가수 주(JOO), 솔비, 개그우먼 박경림, 거미, 한가인에 이르기 까지 많은 연예인들의 지원 사격을 받았다. 또 최근 발매한 정규 1집 ‘에너지’에서도 원더걸스 선예, 솔비, 호란 등의 여가수와 호흡을 맞춰 음악 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상반기, 리메이크 열풍도 빼놓을 수 없는 가요계 18번이었다. 쥬얼리는 이탈리아 가수 인그리드가 발표한 ‘원 모어 타임’을 리메이크해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고, 이승기는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vol.2’라는 리메이트 앨범을 발매해 '여행을 떠나요' '추억속의 그대' '다 줄거야' 등을 히트시키며 음악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또 플라이 투 더 스카이도 ‘리콜렉션’이란 앨범을 발매해 전람회의 ‘취중진담’, 패닉의 ‘달팽이’ 등 히트곡들을 그들의 보컬톤에 맞게 리메이크 했고, 올 초에는 박혜경이 피노키오의 ‘사랑과 우정사이’ 리메이크 곡들이 수록된 ‘여자가 사랑할 때’라는 앨범을 내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가요계의 이런 리메이크 열풍이 그리 좋은 현상만이 아니라는 게 현 가요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리메이크는 기존 인기 있는 곡들의 명성을 이용해 좀 더 쉽게 음악 팬들에게 다가가려는 마케팅적 의도도 있고, 무엇보다 새롭게 만드는 것이 아닌 가수들이 다시 부르는 것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 리메이크 열풍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4만 2천
올 상반기 일일 최다 관객 동원은 단연 ‘가왕’ 조용필의 콘서트였다. 올 해로 데뷔 40주년을 맞은 조용필은 지난 5월 24일 오후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어 4만 2천여 관객을 그의 음악 아래 집결시키는 티켓 파워를 과시했다.
공연 기획사 옐로우 나인 관계자는 “우리나라 가수 가운데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열 수 있는 것은 조용필과 나훈아 정도 밖에 없을 것”이라며 가수로서 조용필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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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올 상반기 가요계 음반 시장은 앨범 판매 10만장을 돌파한 가수가 전무할 정도로 빙하기를 방불케했다. 지난 2002년을 기점으로 음반 판매 백만장 돌파 가수가 사라지고 2004년 부터는 50만장 돌파 가수 또한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침체 일변도의 길을 걷고 있지만 올 상반기 가요계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음반 소비시장이 위축됐다는 것이 음반산업 관련 종사들의 말이다.
이에 상반기 최고 앨범 판매량을 보인 앨범은 김동률의 정규 5집 ‘모놀로그’로 9만 7천여장의 판매고를 보여 상반기 앨범 판매 순위 1위에 올랐고,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은 인기그룹 신화가 4월 발매한 앨범이 9만 6천여장의 앨범 판매 수치를 기록해 2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선 에픽하이, SG워너비, 넬의 앨범이 각각 3,4,5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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