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17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3’(극본 강은경, 임혜민 연출 유인식, 강보승 제작 삼화네트웍스, 스튜디오S)는 지방의 초라한 돌담병원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진짜 닥터’ 이야기로, 이번 시즌3에서는 김사부(한석규 분)의 오랜 염원 돌담 권역외상센터로 확장된 세계관과 더 깊어진 낭만의 울림을 안방극장에 남겼다. 시즌1부터 시즌3까지 7년간 굳건한 시청자들의 사랑을 이어온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는 한국형 시즌제 드라마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유인식 PD는 시즌을 거듭해오며 생긴 변화와 내공을 말하면서, 메디컬 드라마로서 리얼리티를 위해 노력한 비하인드를 밝혔다. 특히 한석규, 안효섭, 이성경 등은 ‘이제 진짜 의사로 보인다’라는 반응까지 얻으며 몰입도를 높였다. 유인식 PD는 “자문 의사 선생님들이 혀를 내두를 만큼 모든 배우들이 열성적으로 질문하고 공부했다. 최종회에서는 대역 없이 배우들끼리 알아서 집도할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특히 매 시즌 놀라움을 안겨준 한석규에 대해 ‘역시 대배우’라고 생각한 이유도 덧붙였다.
이와 함께 유인식 PD는 안효섭, 이성경, 김민재, 소주연 등 배우들의 성장을 보며 남다른 감정을 느낀 순간부터 현장에서 눈물이 핑 돌았던 장면까지 다양한 비하인드를 밝혔다. 무엇보다 시리즈 팬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시즌별 연출 포인트와 시즌4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다음은 유인식 PD의 일문일답
Q. 국내에서 시즌3까지 제작되는 드라마가 흔치 않다. 시즌제 드라마를 연출하는데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시즌별 연출 차별점이 있는지?
A. ‘낭만닥터 김사부’는 본래 시즌제를 염두에 두고 시작한 기획이 아니었다. 그래서 (시즌2 제작 결정 후) 이미 철거된 돌담병원 세트를 다시 세우고 흩어진 소품들을 모아 돌담병원을 똑같이 재현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다. 돌담의 뽀얀 햇살, 구석구석 배어 있는 분위기, 돌담 식구들의 캐릭터, 무엇보다 시청자들이 사랑해 주셨던 이 드라마의 영혼과도 같은 ‘특유의 울림’을 놓치지 않고 재현하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즌별로 조금씩 느낌이 달라지는 부분이 있었다.
시즌1 돌담병원은 흡사 귀곡산장처럼 낡고 음산하게 등장한다. 세상을 버린 김사부가 은둔하고 있는 곳이었고, 문제를 일으킨 동주(유연석 분)가 귀양가듯 쫓겨내려온 곳이기 때문이다. 캐릭터들은 훨씬 괴팍했고 트라우마가 깊었으며, 스토리는 좀 더 고전적이고 상징적인 데가 있었다. ‘공간과 인물은 다소 동화적으로, 반면 메디컬 신은 마치 야전병원처럼 터프하고 다큐적으로’ 접근한다는 콘셉트를 이때 세웠다. 시즌2는 우진(안효섭 분)과 은재(이성경 분)라는 새로운 주인공들의 성격에 따라 드라마의 톤이 좀더 밝고 일상적으로 변화했고, 수술실에 첨단 장비가 들어오면서 메디컬 신의 리얼리티가 더욱 보강될 필요가 있었다.
시즌3의 경우 가장 큰 변화가 생겼는데, 김사부의 꿈이었던 외상센터가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돌담병원과 외상센터 양쪽으로 갈라진 공간, 많은 등장인물들과 사건사고들, 대규모 재난 장면까지 있어서 연출적으로는 만만치 않은 도전이었다. 역대급 자문의료진들이 열과 성을 다해 주신 덕에 메디컬적인 리얼리티도 최대한 구현됐다. 최근 심각해진 대한민국 의료계 현실을 드라마에 반영하면서, 냉정한 현실성을 살려야 하는 장면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리즈의 정체성이 흔들리지 않도록, 구석구석 따뜻한 휴머니즘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Q. 한석규, 안효섭, 이성경 등 배우들이 진짜 의사로 보인다는 반응이 있다. 현장에서 지켜본 배우들의 연기는 어땠는지, 시즌을 연이어 함께 작업한 소감은?
A. 자문 의사 선생님들이 혀를 내두를 만큼 모든 배우들이 열성적으로 질문하고 공부했다. 단순한 손 동작뿐 아니라 그 상황에서 의사들이 느끼는 감정까지 재현해 내려는 노력들이 감동적이었다. 시즌이 거듭되면서 실력들도 늘어서, 최종회에서 김사부가 지켜보는 우진, 은재, 은탁(김민재 분)의 수술신은 대역 없이 배우들끼리 알아서 집도할 정도였다. 한석규 배우의 연기는 세 시즌을 거쳤는데도 계속 놀라움을 줬다.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도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인물의 연속성과 변화를 표현해 주셨다. 역시 대배우라고 느꼈다. 안효섭, 이성경, 김민재, 소주연 등 돌담의 젊은 배우들이 시즌을 거듭하며 몰라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가장 훌륭한 것은 누구와 누구를 붙여 놓아도 찰떡처럼 느껴지는 돌담즈의 ‘케미’였다. 이미 아시다시피 돌담즈는 서로 ‘찐친’이 된 지 오래다.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함께 한 장면 한 장면 만들어가던 기억은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 됐다.
Q. 건물 붕괴 사고 같은 재난 현장을 영상화하는데 가장 신경 쓴 점은?
A. 현실에서 일어났던 비극적 사건들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기에, 재난 장면을 단순한 스펙터클로 접근해선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최대한 리얼리티를 확보하고 진지한 현장 분위기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수많은 보조출연자들이 며칠씩 뙤약볕 아래서 진지하게 열연해 주신 덕분에 상황의 비극성이 진솔하게 전달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지하의 매몰현장은 세트장에 구현했는데, 어두컴컴하고 좁은 데다가 내내 먼지를 뿌리면서 촬영해야 해서 배우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안효섭 배우가 생일을 맞았는데, 잘생긴 얼굴에 먼지 범벅을 한 채로 생일케이크를 받아 들고 씩 웃던 모습이 생각난다.
Q. 연출하면서 가장 힘들었거나 고민이 많았던 장면, 감동을 느꼈던 장면이 무엇인지?
A. 1회 오프닝에 등장하는 밤바다 장면이 가장 고민이었다. 밀항선이 나오고 해경 함정이 나오고, 헬기가 함정 위에 착륙하는 등 위험도와 난이도가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꼼꼼히 준비하고 다행히 해경에서 지원도 해주신 덕분에 무사히 촬영할 수 있었다. 15회 ‘팀 돌담’의 처음이자 마지막 합동 수술이 끝나고, 김사부가 ‘정말로 완벽한 한 팀이었다’라고 말하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1대 제자 동주와 2대 제자 우진과 은재, 신입 제자 선웅(이홍내 분), 그리고 내내 돌담의 역사를 함께 해 온 은탁과 도일쌤(변우민 분)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광경은 그 자체가 감동이었다.
Q. 돌담즈의 연기 호흡과 팀워크가 뛰어난 것으로 안다. 배우들의 아이디어가 들어간 장면이 있는지?
A. 모든 장면에 배우들의 아이디어가 녹아들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독 응급실과 외상센터에선 군중 장면이 많았는데 모두가 쉴 새 없이 움직이면서도 서로 대사와 액션 합을 맞춰야 하는 힘겨운 장면들이었다. 하지만 돌담즈는 늘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고 소통하면서 가장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템포를 찾아갔다. 어느 화면의 어느 귀퉁이를 확대해 보아도 모든 인물들의 표정과 동작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Q. 시즌3까지 완주한 소감과 시즌4 가능성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A.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모두가 빠져나간 돌담병원 세트를 한 바퀴 둘러보는데,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찾아와 한참을 서 있었다. 마치 한 시절을 살았던 집을 떠나는 느낌이랄까. 저는 정말이지 운이 좋은 연출자다. ‘낭만닥터 김사부’라는 드라마에 최선을 바쳤지만, 이 드라마는 그보다 훨씬 큰 것을 저에게 주었다. 이토록 좋은 대본을 만났고, 이토록 좋은 배우들의 전성기를 함께 했다.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의 행복을 배웠다. 무엇보다 시청자분들이 저희의 이야기에 공감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시즌4에 대해서는 본래 시즌제로 기획된 드라마가 아니다 보니 다음 시즌의 가능성을 장담하기란 쉽지 않다. 외상센터 이후 어떤 이야기를 담을 수 있을지도, 모든 배우들이 다시 한번 기적처럼 모일 수 있을지도 차차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서, 조금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시청자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