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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규, 9만원짜리 중고 퍼터로 15억원 대회 선두

임정우 기자I 2020.10.08 15:11:32
조민규. (사진=KPGA)
[인천=이데일리 스타in 임정우 기자] “중고 매장에서 산 9만원짜리 퍼터가 보물이네요.”

조민규(32)가 2020시즌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총상금 15억원)을 기분 좋게 시작했다. 그는 8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파72)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 4언더파 68타를 쳤다. 버디 6개와 보기 2개를 묶어 4타를 줄인 조민규는 단독 2위 박정환(27)을 1타 차로 따돌리고 단독 선두에 이름을 올렸다.

총상금 15억원에 우승상금 3억원이 걸린 제네시스 챔피언십은 KPGA 코리안투어 최대 규모의 대회답게 난도가 높은 코스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대회 조직위원회는 페어웨이와 가까운 러프는 60mm, 먼 지역은 120mm 이상으로 기르고 그린을 단단하고 평균 스피드를 3.5m로 설정해 선수들이 쉽게 타수를 줄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조민규는 이번 대회 첫날 안정감 있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10번홀에서 이날 경기를 시작한 조민규는 11번홀에서 첫 버디를 낚아챘다. 13번홀에서 첫 보기가 나왔지만 조민규는 침착했다. 그는 15번홀과 16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전반에 2타를 줄였다.

후반에도 조민규의 버디 행진은 멈출 줄 몰랐다. 1번홀 버디로 후반을 기분 좋게 나선 조민규는 2번홀에서 1타를 잃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7번홀과 9번홀에서 각각 1타씩을 줄였고 4언더파로 1라운드를 마무리했다.

난도 높은 코스에서 4언더파라는 좋은 성적을 작성한 조민규는 1라운드를 마친 뒤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티샷부터 아이언 샷, 퍼트까지 전부 잘 된 하루였다”며 “이번 대회 첫 단추를 잘 끼우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조민규가 이날 4타를 줄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퍼트다. 그는 그린 위에서 거리에 상관없이 정교한 퍼트 실력을 발휘하며 우승 상금 3억원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 CJ컵과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출전권을 향해 힘차게 출발했다.

그는 “그린 위에서 버디와 파 퍼트가 많이 들어간 덕분에 4언더파라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며 “남은 라운드에서도 1라운드처럼만 퍼트가 들어간다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최종 4라운드까지 좋은 퍼트 감을 이어갈 수 있도록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조민규가 2020시즌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총상금 15억원) 1라운드에서 사용한 중고 퍼터. (사진=임정우 기자)
조민규가 그린 위에서 맹활약을 펼치는 데 도움을 준 퍼터는 프로들에게 제공되는 특별 모델이 아닌 일본의 중고 골프채 매장에서 산 8000엔(약 8만 7000원)짜리다. 조민규가 올 시즌 사용하고 있는 이 퍼터의 가격은 10만원이 안 되지만 수익률은 엄청나다.

조민규는 이 퍼터를 사용해 GS칼텍스 매경오픈 준우승과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공동 8위 등을 차지하며 올 시즌 상금 1억원을 돌파했다. 여기에 이번 대회 첫날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만큼 다시 한 번 높은 수익률을 낼 기회를 잡았다.

그는 “일본의 중고 골프채 매장에서 우연히 발견한 퍼터를 올 시즌 계속 사용하고 있는데 정말 마음에 든다”며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내는 데 큰 힘을 보탠 퍼터인 만큼 이번 대회에서도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환하게 웃었다.

PGA 투어에서도 중고 골프채 매장에서 구매한 퍼터로 대박을 낸 선수가 있다. PGA 투어 통산 17승을 차지한 짐 퓨릭(미국)이 중고 퍼터로 우승을 차지한 대표적인 선수다. 퓨릭은 2010년 9월 PGA 투어 도이체방크 챔피언십을 앞두고 중고 골프채 매장에서 구매한 예스 소피아 퍼터로 투어챔피언십과 페덱스컵 우승을 일궈냈다.

이번 대회 첫날 상위권에 자리한 조민규는 마지막 날까지 한 타, 한 타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그는 “이제 1라운드를 마쳤기 때문에 아직 우승을 생각하는 건 이르다고 생각한다”며 “2라운드를 잘 마무리해 컷 통과에 성공한 뒤 주말에 선두 경쟁을 하는 걸 목표로 모든 걸 쏟아 붓겠다”고 말했다.

조민규. (사진=이데일리 골프in 김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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