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현-정철우의 전훈 결산(2)오키나와 편

정철우 기자I 2011.03.08 11:14:45
[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길고 긴 스프링캠프가 모두 끝났다. 이제는 그동안 준비했던 것들을 조금씩 꺼내 볼 시간. 과연 각 팀들은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일본 미야자키와 가고시마를 취재한 안경현 SBS ESPN 해설위원과 오키나와를 취재한 정철우 이데일리 SPN기자가 서로에게 그동안 보고 느낀 것을 묻고 답하며, 우리 팀들의 치열했던 겨울을 되짚어 보았다. 두번째 오키나와 편.
 
▲ 박진만(오른쪽)과 정근우가 훈련 중 짬을 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SK 와이번스
-SK
안 : SK 전력이나 분위기가 실제로도 썩 좋지 않았다고 하던데.
정 : 위기감이 감돌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전력의 반이라는 포수 박경완이 언제쯤 출장할 수 있을지 아직 알 수 없다. 정상호는 박경완 보다 더 늦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시즌 초반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

정 : SK가 시즌 초반에 부진할 수 있다는 건 큰 의미가 있는 얘기 아닌가.
안 : 그렇다. SK는 늘 초반에 완전히 치고나간 뒤 페이스를 조절하는 방식을 택하며 늘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올해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박경완 정상호가 아픈 것도 문제지만 다른 팀들도 이제 SK 스타일을 따라가려 하고 있지 않나. 팀들을 돌아보니 대부분 시즌 초반부터 승부를 걸겠다고 하더라. 전력은 완전치 않고 경쟁자들은 강하게 나오고, 또 이렇다 할 전력 보강 요인은 없고... 김성근 감독님 고민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안 : 눈에 띄는 선수들은 있었나.
정 : 좌완 투수 김태훈이 인상적이었다. 스피드 보다 공 끝이 무겁게 느껴지는 투수였다. 팀 내 평가도 매우 좋았다. 경험 부족이라는 단점을 실전에서 얼마나 커버하느냐가 숙제라고 생각한다. 연습 경기때도 주자가 모이면 다소 흔들리는 장면을 노출하기도 했다. 외야수 조동화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시즌 후엔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동료들이 자신보다 훨씬 많은 연봉을 안고 당당하게 결혼하는 모습을 계속 지켜봐 온 그다. 좀 더 분명한 목표의식을 갖고 야구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본다.

안 : 고참 중에도 실질적으로는 새롭게 가세한 선수들이 있는데.
정 : 박진만은 캠프 말미에 들어서며 김성근 감독의 눈에 들기 시작했다. 수비는 이미 움직임이 좋아졌고 타격은 최근 들어 궤도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안치용은 꾸준한 모습을 보여줬다. 마무리캠프부터 정말 쉼없이 달려왔는데 그 성과가 나오고 있는 중인 듯 하다.

안 : 새 외국인 투수(매그레인)는 어떤가.
정 : 치기 쉬운 유형의 투수는 아니라는 평가였다. 땅볼 유도를 할 수 있는 공을 보유하고 있다. SK 내야가 탄탄하니 효과적일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다들 "박경완과 짝을 이루면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는데... 그와 호흡을 맞춰 볼 시간이 없었다. SK가 매그레인 영입 시 같이 고려했던 선수 중에 지난해 넥센에서 뛴 번사이드가 있었다. '그 정도 수준이면 만족'이라는 얘기도 된다.
▲ 삼성 선수들이 러닝훈련을 하는 모습. 사진=삼성 라이온즈

-삼성
안 : 가코가 어느정도인지 제일 궁금하다.
정 : 아직까지는 실망스럽다는 분위기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단 외국인 타자를 영입하는 팀은 스윙부터 뭔가 시원 시원한 모습을 기대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가코는 너무 신중한 느낌이다. 공이나 타격감 적응을 위해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까지는 호쾌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코칭스태프의 평가 역시 갸우뚱이다. 다만 타자의 경우 적지 않은 시간을 지켜봐줘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안 : 일본에 있을 때 삼성과 니혼햄의 연습경기 장면을 보게 됐는데 내 느낌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장타력을 보여줄 만한 스윙은 아니었다.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안 : 부상 탓에 전력에서 빠졌던 투수들은 어떤가.
정 : 오승환 권오준이 페이스가 좋다. 선동렬 전 감독은 "이제 둘이 하체로 공을 던질 수 있게 됐다"며 만족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사람 몸이 예민해서 부상 전력이 있는 투수가 제 자리를 찾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이제 하체를 쓰며 공 던지는 밸런스가 잡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 전 감독은 "기대가 된다"고 표현했다. 또 워낙 성실한 선수들이기도 하지 않은가.

안 : 둘이 돌아와 준다면 삼성이 무척 강해질 것 같다. 양준혁 위원도 삼성이 괜찮다고 칭찬하던데.
정 : 워낙 투수가 좋으니까 확실히 팀이 안정감이 있어 보이더라. 다만 복귀한 투수들은 이전보다 한결 향상된 타자들의 능력과 충돌해야 한다. 이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는 숙제라고 생각한다.
 
안 : 카도쿠라의 상태도 궁금하다.
정 : 팀 내 평가는 아주 좋다. 걱정했던 무릎도 투구에 지장이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워낙 성실하고 매너도 좋아 선수들에게도 인정받고 있었다. 다만 카도쿠라는 SK 시절에도 기복이 좀 있었다. SK는 2년 가까이 함께하며 교정 매뉴얼을 갖고 있었다고 본다. 삼성이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가 중요한 포인트라 생각한다.

정 : 하나 걱정스러운 것이 있다. 채태인 박석민은 이제 삼성의 진짜 중심이다. 하지만 잔 부상이 있다는 점이 걸린다.
안 :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개막에 맞춰 준비할 수 있을 정도의 노련함과 경험은 쌓였다고 생각한다.

안 : 톱타자는 결정됐나.
정 : 내가 있을 때만 해도 김상수가 원톱이었다. 하지만 연습경기서 2루 도루를 하다 허리를 좀 다쳤었는데... 의외로 몸이 딱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만큼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매우 매력적인 선수지만 부상, 경험 등 아직 확실한 계산이 나오는 선수는 아닌만큼 변수도 있다고 본다.
▲ KBO 심판들이 주키치와 리즈의 공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
-LG
안 : LG는 역시 투수력이 관건인데.
정 : 새로 가세한 리즈와 주키치에 대한 평가가 좋았다. 리즈는 생각보다 제구력이 좋다고들 말했다. 떨어지는 공도 갖고 있어 직구를 더 살릴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 주키치는 까다로운 투수라는 평가다. 다양한 변화구, 특히 커브가 주무기인데 팔 스윙이 독특해서 한국 타자들이 타이밍 잡기 힘들거라고들 입을 모았다. 정규 시즌에서도 흔들림이 없다면 좋은 결과가 예상된다. 둘이 자리잡게 되면 LG는 마무리 포함, 보직이나 마운드 운영에 큰 숨통이 트일 것 같다.

안 : 다른 투수들은 어떤가.
정 : 박종훈 감독은 LG 투수들이 전체적으로 제구력이 안정됐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공이 대부분 낮게 제구되고 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었다. "이제 진짜 조인성의 능력을 보여줄 때"라는 말도 했다. 투수들이 전체적으로 향상된 만큼 포수의 리드가 중요해졌다는 의미였다.

정 : 그런데 궁금한 것이 한가지 있다. 캠프에서 좋던 투수들도 막상 시즌에 들어가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안 : 마음가짐의 문제 아닐까. 어떤 선수들을 보면 캠프에서 열심히 하지만 그게 끝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냥 거기까지의 성과로 만족하기 때문이다. 정말 중요한 건 그 다음이다. 캠프에서 잘 준비한 것을 잊지 않으려면 돌아온 후 시즌까지 더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

정 : 소위 말하는 빅5의 보직도 정리가 되고 경쟁할 수 있는 선수들도 제법 성장했다. 분명 LG의 좋은 무기가 될 듯 보였다.
안 : 결국 LG는 투수다. 공격력은 어떻게든 좋은 결실을 맺을 가능성이 높은 팀 아닌가.

안 : 아, 수비력도 궁금하다. 특히 내야가 어느정도 안정될 수 있을지가 중요해 보이는데.
정 : 아무래도 유격수 오지환이 키가 아닐까. 실질적인 2년차라는 점도 그렇고 연봉이 갑자기 선배들을 훌쩍 추월했다는 점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팀 내에서도 그런 우려를 하는 선수들이 많았다. 다만 LG의 오키나와 홈구장인 이시가와 구장은 4개팀 중 구장 상태가 가장 안 좋다. 불규칙 바운드가 일상이다. 악 조건 속에서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건 만화 같은 일 아닐까. 좀 더 좋은 조건에서 수비 훈련을 하지 못한다는 건 내심 마음에 걸리는 대목이다.
▲ 유창식이 연습경기서 역투하는 모습. 사진=한화 이글스
-한화
안 : 신인 투수 유창식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정 : 한화 코칭스태프는 시간과 공을 들여 키워야 하는 투수라고 표현했다. 아직 완성형 투수는 아니라는 의미라 생각한다. 일단 부상 전력이 있기 때문에 등판 관리가 필요하다. 또 프로 타자들을 이기기 위해선 또 다른 무기도 생겨야 한다고들 말했다. 류현진과 당장 비교하는 것은 좀 이른 것 아닐까. 류현진은 훌륭한 선배들 사이에서 맘 편히 클 수 있는 환경이 있었다. 또 겨우내 체인지업이라는 놀라운 무기를 장착했었다.

정 : 한화 캠프를 보며 아쉬운 점이 한가지 있었다. 확실한 중심타자의 부재가 그랬다.
안 : 중심 타선이 확실하지 않으면 캠프 분위기도 좋을 수 없다. 우선 타자들이 훈련하며 목표삼을 만한 본보기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고만 고만한 선수들끼리 훈련하면 그 안에서 만족하기 쉽다. 또 심리적으로도 불안해 지기 때문에 훈련 효과가 양에 비해 적어질 위험성이 있다.

안 : 데폴라과 오넬리는 어떤가. 기대가 크던데.
데폴라는 자신감이 확실하게 붙었다는 평가다. 그러면서 제구력이 안정됐다는 것이다. 요미우리와 연습경기를 봤는데 볼 카운트 0-2에서도 과감하게 커브를 던져 스트라이크를 잡아가더라. 한화 코칭스태프가 만족스러워 하는 이유였다. 오넬리는 사이드암에 가까운 투수다. 제구가 안정되고 땅볼 유도 능력이 빼어나다는 것이 마무리로서 적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한화 내야가 얼마나 이를 막아주느냐는 숙제가 아닐까 싶다.

정 : (조금 이르긴 하지만)그렇다면 시즌 전망에 대해 이야기 해 보자. 그동안 대화를 종합해 보면 두산이 강력한 시즌을 보내게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반대로 넥센과 한화는 올시즌에도 다소 힘겨울 것으로 예상된다. 나머지 5팀의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 같은데.
안 : 동의한다. 5팀 중 SK,삼성,KIA는 투수력이 일단 안정된 팀이라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롯데가 지난해 만큼의 공격력을 보여주고 LG의 외국인 투수 원,투 펀치가 자리잡아준다면 그야말로 혼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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