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지난 6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유아인을 소환해 조사를 진행했다. 유아인은 향정신성의약품에 분류되는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한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은 유아인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으며 그의 체모 등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마약 감정을 의뢰한 상황이다. 국과수의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대략 2주 정도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예인의 프로포폴 투약 의혹은 이전에도 많았다. 하지만 유아인의 경우는 경찰 등 수사기관이 아닌 식약처가 먼저 이상 현상을 포착해 경찰에 이를 제보한 사실이 알려져 특히 눈길을 끌고 있다.
식약처는 어떻게 이를 포착했을까. 식약처에 따르면, 의약품의 품목 허가 신고 및 심사규칙에는 약물의 정해진 용법과 용량이 명시돼 있다. 식약처는 규정 용량을 초과해 향정신성의약품을 복용한 의료 기록을 발견하면 마약류 통합관리 시스템에 이를 보고할 의무가 있다. 이를 분석해 규정 용량을 초과한 의료 기록이 많이 적발된 많은 기관부터 내림차순으로 리스트를 꾸리며 상위권부터 차례로 식약처가 병원 현장 점검을 나선다.
양성준 식약처 연구관은 이데일리에 “현장 점검을 통해 초과 복용 기록이 실수로 오타를 기입한 것은 아닌지 등 경위를 조사한 뒤 초과 약물 복용이 판단되면 해당 병원 측에 소명을 요청한다”며 “의사들은 의료적 이유로 환자에게 부득이 의약품 용량을 초과해 처방할 수밖에 없었다 등 내용이 담긴 소명서를 제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소명 내용에 대한 직접적 판단을 식약처가 아닌 의료 전문가 자문단이 맡는다. 식약처는 의대, 약대 교수 등 전문가를 모아서 소명 내용을 검토해달라고 의뢰한다”며 “자문단의 검토 결과 납득이 되는 사안은 수사 대상이 되지 않지만, 자문단 검토 결과 이해가 되지 않는 사안일 시 수사 대상으로 넘어가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의 경우, 징역 5년 이하의 실형 혹은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문다. 처벌 수위가 결코 낮지 않다. 그럼에도 혐의를 입증해 실질적인 처벌을 이끌어내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실제로 배우 하정우는 지난 2019년 친동생 및 매니저 등의 이름을 허위로 기재해 10여 차례 이상 프로포폴을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초범에, 여드름 치료 등을 목적으로 불가피하게 치료 받은 점 등이 인정돼 2021년 30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는데 그쳤다. 브라운아이드걸스 멤버 가인은 과거 4차례에 걸쳐 프로포폴을 투약한 혐의로 1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신민영 형법 전문 변호사는 ”아무리 납득이 되지않는 용량을 처방했다 하더라도 의료용으로 사용했다는 주장을 무너뜨리기 쉽지 않기에 처벌이 어렵다“며 “처벌이 되려면 의료 외 목적으로 투약한 혐의가 입증돼야 하는데 이를 잡아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 변호사는 “큰 증거나 문제가 없는 이상 이런 경우 대개 의료용 목적이 인정돼 벌금형 선에서 끝나는 게 대부분”이라며 “드물긴 하지만 죄를 가리기 쉽지 않아 무죄로 풀려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프로포폴 처방을 받은 환자 느끼는 증상 대부분은 멀미, 두통 등 MRI나 엑스레이 등 데이터로 포착할 수 없는 자각 증상이 많다”며 “데이터 기록이 없어도 그런 증상을 느낀다는 의사 소견이 있으면 처벌이 어렵다”고 꼬집었다.
다만 “이번 유아인 씨 사태의 경우, 식약처가 투약 기록에서 분명히 이상한 부분을 발견해 수사를 의뢰한 부분이니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지켜보는 게 최선”이라고도 부연했다.
한편 유아인의 소속사 UAA는 지난 8일 늦은 오후 공식입장을 통해 “유아인 씨는 최근 프로포폴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며 “이와 관련한 모든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으며 문제가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 소명할 예정이다.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