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이수만 없는 '3.0 시대' 돌입…'원맨' 아닌 '멀티' 체제

김현식 기자I 2023.02.03 14:07:22

멀티 프로듀싱 체계 도입 공식화
제작센터 5개로 쪼개 아티스트 관리
사내외 레이블·퍼블리싱 자회사도 운영
"이수만 뜻 계승 발전하며 새 도약"
"아티스트 데뷔·앨범 발매 증가 기대"

이수만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이수만 창업자의 뜻을 계승 발전시켜 ‘SM 3.0’ 시대를 활짝 열겠습니다.”

이수만 없는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는 어떻게 될까. SM 이성수, 탁영준 공동대표는 3일 유튜브에 게재한 ‘SM 3.0: IP 전략 -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계’ 영상을 통해 이 같은 물음에 답했다. 새롭게 설립할 멀티 제작센터와 레이블을 통해 각 분야 전문가들과의 힘을 모아 소속 아티스트의 데뷔와 성장을 진두지휘했던 이수만의 빈자리를 메우겠다는 게 SM 계획이다.

SM은 1995년 가수 출신 프로듀서 이수만이 설립했다. 설립 이후 10여년 동안 H.O.T., 보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등을 키워내며 K팝 대표 기획사로 성장했다. 2010년대부터는 전문 경연인 체제로 전환했고, 이수만은 개인 회사 라이크기획을 통해 SM과 프로듀싱 계획을 맺고 총괄 프로듀서 역할을 맡으며 엑소, 레드벨벳, NCT, 에스파 등을 추가로 탄생시켰다.

이수만의 라이크 기획과 SM의 계약 관계는 지난해 12월 31일부로 종료됐다. SM 주주인 행동주의펀드 얼라인이 SM이 최대 주주이자 총괄 프로듀서인 이수만의 개인 회사 라이크기획에 과도한 용역비용을 지불해 주주가치가 훼손되고 있다면서 개선을 요구하고 나선 게 계기가 됐다. 끝내 SM은 얼라인 측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였고 이에 ‘이수만 원맨 체제’가 막을 내리게 됐다.

SM 이성수, 탁영준 공동대표는 SM 설립 이후 10여년과 전문 경영인 체제를 도입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를 각각 ‘SM 1.0’과 ‘SM 2.0’ 시대로 정의했다. 그러면서 올해를 ‘SM 3.0’ 시대의 첫 해로 규정했다. ‘SM 3.0’ 시대를 열기 위한 핵심 전략 중 하나인 IP 전략의 대표 키워드로는 △멀티 제작센터 △멀티 레이블 △퍼블리싱 전문 자회사를 꼽았다.

SM엔터테인먼트 이성수(왼쪽), 탁영준 공동대표
이성수 대표는 “그동안 SM은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 및 내부 제작 인력들과 함께 다수의 메가 IP를 성공적으로 제작했다. 그러나 IP가 축적되고 사업의 범위가 지속 확장됨에 따라 기존 시스템으로는 시장과 팬들이 요구하는 IP 제작과 운영에 한계가 있음을 체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SM 3.0’ 시대에서는 그와 같은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메가 IP를 제작하기 위해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계를 도입할 것”이라고 했다.

SM은 앞으로 소속 아티스트들을 5개의 제작센터에 나눠 배치할 계획이다. 가상 아티스트를 담당하는 제작센터도 별도로 만든다. 탁영준 대표는 “각 제작센터는 제작, 매니지먼트 등 주요 기능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별 센터는 각각 프로듀싱과 매니지먼트 책임자를 맡는 디렉터 2명의 주도로 운영될 예정이다. 다만, 캐스팅 및 트레이닝은 기존과 동일하게 공동으로 운영한다. 아울러 각 제작 센터 A&R 담당자와 공통 부서인 A&R 헤드쿼터 산하 조직 전문가들이 모인 별도의 음악 선정 협의체 ‘A&R 커미티’(A&R Committee)를 운영해 SM 고유의 음악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에도 힘쓸 예정이다. ‘A&R 커미티’ 수장은 이성수 대표가 직접 맡는다.

사내 및 사외 레이블 운영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탁영준 대표는 “본인만의 음악적 혹은 사업적 독창성이 확립된 아티스트들에게 사내 레이블을 통한 독립을 지원해 자율성을 보장하며 성장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외부에 있는 유망한 아티스트나 레이블에 투자해 SM의 음악 커버리지 확보에 힘쓸 것”이라고 했다.

이성수 대표는 “레이블은 SM 100% 자회사로 설립 예정인 레이블 중간지주사가 지분을 보유하는 구조로 운영할 것”이라면서 “R&B, 힙합, 발라드, OST 등 그간 SM이 주력하지 않았던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하는 레이블들을 인수해 음악 스펙트럼을 확대하고 시장 내 영향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SM은 멀티 제작센터 및 레이블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SM이 100% 출자하는 음악 퍼블리싱 전문 자회사도 설립한다. 전 세계 작곡가, 작사가 및 글로벌 음악 퍼블리싱 기업들과 계약을 맺어 방대한 양의 음악 풀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SM은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계을 통해 활동 아티스트와 발매 음반 수를 늘려 실적을 높이겠다는 포부다. 그러면서 올해 신인 그룹 3팀과 버추얼 솔로 가수를 데뷔시키겠다고 예고했다.

장철혁 CFO는 “목표하는 바는 사업 수익원이 될 수 있는 아티스트와 앨범의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SM 2.0’ 시대에서 평균 3.5년에 1팀 정도 데뷔했다면, ‘SM 3.0’ 시대에선 1년에 2개팀 이상이 데뷔해 양질의 IP를 더 많이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아티스트별 앨범 출시 빈도도 증가시킬 것”이라며 “연간 31개에서 30% 이상 증가한 40개 이상 앨범을 제작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음반 판매 실적은 1400만 대비 30% 증가한 1800만장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한편 SM은 IP 전략을 포함해 사업 전략, 해외 전략, 투자 전략 등을 ‘SM 3.0’ 시대을 위한 4대 핵심 전략으로 꼽았다. 나머지 핵심 전략들에 대한 방향성은 추후 별도로 밝힐 계획이다.

탁영준 대표는 “이수만 창업자의 뜻을 계승 발전시키며 ‘SM 3.0’ 시대를 활짝 열겠다. 지향점은 팬, 주주 중심의 글로벌 엔터테인먼트사로의 도약”이라며 “팬, 주주와의 소통에 앞장서는 새로워진 SM이 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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