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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다 스윈튼은 이 글에서 “한국어에는 나이 든 남성을 지칭하는 ‘아저씨’란 단어가 있다”고 운을 떼며 “어떤 특정한 시대의 가족 사진들을 살펴 보면 연석 위에 한 발을 올려두고 엉덩이 위에 손을 올려둔 채 멈춰 서 있는, 평온한 눈으로 먼 곳을 응시하는 듯한 표정의 한국의 아빠 ‘아저씨’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의 모습은 확고하고도 초연하며 어떤 면에서는 동시에 영웅적이기까지 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봉준호와 나는 우리가 ‘아저씨 포즈’라고 부르는 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웃기다는 점을 발견했다”며 “수줍음에서 비롯된 이 포즈를 모든 참가자들을 그저 낡은 뜨개질 니트 모델에 지나지 않아 보이게 만들어버리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칸 그랑 팔레의 위대한 계단 등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을 포함해 지난 10년 간 우리는 수없이 많은 아저씨 포즈들을 기록해왔다”며 “지난 1월 소품 의자에 쐐기를 박고 기대어 서 있던(혹은 의자에 종속된 듯한) 봉 감독의 아저씨 포즈 사진이 신문 가판대 위에 꽂힌 베니티페어 표지를 웅대히 장식했다”고도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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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는 속물근성이나 냉소주의를 단 한 방울도 품지 않으면서 궁극의 정교함을 지닌 열렬한 영화 팬보이”라며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영화라는 장르에 적합한 사람이다. 사람은 어떻냐고? 다정하고 충성스럽고 즐거우며 아늑하고 장난스럽고 성실한, 특히 술 마실 땐 유쾌하고 치열히 가족적인, 영광스럽게 어리석고 틀림없이 친절한. 즉 다이아몬드”라고도 덧붙였다.
앞서 봉준호 감독은 지난해 개봉한 ‘기생충’으로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제92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수상하며 한국영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렸다. 아카데미시상식 수상은 ‘기생충’이 역대 한국영화를 통틀어 최초였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컸다.
한편 이번 명단에는 K-방역의 성공을 이끈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포함됐다.
2004년부터 발표해온 타임 100인은 올해로 17년째를 맞이했다. 올해는 미국 ABC에서 타임에 실린 100명을 한명씩 소개하는 내용의 특별프로그램을 방송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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