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불명예스럽게 없어지지 않도록 노력해 달라"…제53회 대종상 '별보다 말'

이병헌(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별보다 말이 더 빛났다. 배우들은 없었어도 참석자들의 언중유골은 대종상이 가야할 길을 제시하며 가슴 깊이 새길 만했다.

27일 제53회 대종상영화제가 우여곡절 끝에 치러졌다. 지난해 이어 올해도 수상자의 대부분이 불참하며 어렵게 치렀다. 시상식 자체는 초라했지만 일부 참석자들의 멘트가 눈길을 끌었다.

이병헌은 ‘내부자들’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후보자들 가운데 홀로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소감을 전하면서 마음은 무겁다고 토로했다. 이병헌은 “대종상을 처음 받은 게 20년전 신인상이다. 배우라면 누구나 한번쯤 그 무대에 서고 싶을 만큼 명예로운 시상식이었고 설레고 흥분되는 마음으로 참여를 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시상식에 오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대종상은 그동안 말도 많고 문제도 많았다.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느낌이 드는 건 모두가 느끼고 있을 것이다”고 말을 이어갔다. “이전의 명예를 되찾는 건 단시간에 해결되지 않을 거다. 하지만 53년이란 긴 시간을 유지하고 명예로웠던 시상식이 불명예스럽게 없어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내가 20년전 이 시상식에 오면서 설레고 영광스러웠던 것처럼 후배들도 똑같은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50년전 선배들이 큰 뜻을 갖고 대종상을 만들었을 텐데 후배들이 더 고민하고 더 노력해서 지켜줘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고 얘기했다.

거룡 한국영화배우협회 이사장도 시상자로 참석하며 뼈있는 말을 했다. 거룡은 대리수상이 남발되는 상황을 안타깝게 지켜보며 “앞으로는 깨끗하고 투명한 트로피를 수여할 수 있도록 우리 영화인들이 반성해야 한다”며 “많은 배우들이 참석하지 않아 협회 회장으로서 가슴이 아프다”고 얘기했다. 그는 “차은택 같은 사람을 길러내 우리 문화계를 타박하는 것인가”라며 “우리는 영화인들끼리 깨끗하게 행사를 치르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대종상이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귀향’으로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조정래 감독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렸다. 조 감독은 “‘귀향’이 한 번 상영할 때마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영령이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믿음을 가졌고, 그런 마음으로 14년간 영화를 만들었다”며 “일본이 사과하고 배상하는 그날이 올때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