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프로야구에는 ‘예비 FA 효과’라는 말이 있다. FA 자격 취득을 앞둔 선수들이 더 좋은 계약을 따내기 위해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성적을 내는 현상을 의미한다. 흔히 ‘FA 로이드(FA+스테로이드)’라고도 부른다. 특히 소위 말하는 ‘준척급’ 선수들에게 FA 직전 시즌은 몸값을 끌어올릴 절호의 기회다. 이들에게 ‘예비 FA 효과’는 강한 동기부여가 된다.
2022시즌을 정상적으로 마친다면 시즌 뒤 FA 자격을 얻게 되는 선수는 38명 안팎. 실질적으로 FA 시장에 나오는 선수는 20여명 정도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그런데 올 시즌은 예년에 비해 예비 FA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타자는 그나마 주목할 활약이 보이지만 투수 쪽에선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사라진 예비 FA 효과는 신개념 선수평가시스템인 웰컴저축은행 웰뱅톱랭킹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웰뱅톱랭킹은 리그 통계를 바탕으로 승리에 기여한 선수를 높게 평가하는 특별한 선수 평가 시스템이다. 2017시즌부터 웰컴저축은행에서 도입한 랭킹 제도다. 웰뱅톱랭킹 포인트를 통해 주목할 예비 FA 선수들의 활약상을 돌아본다.
예비 FA 선수 가운데 올 시즌 가장 두드러지는 선수는 채은성(LG)이다. 올 시즌 외야수에서 1루수로 변신한 채은성은 9월 7일 현재 101경기 출전, 타율 .320 10홈런 76타점을 기록 중이다. 타율 .331 25홈런 119타점을 기록한 2019년만큼은 아니지만 최근 4시즌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고 내고 있다.
웰뱅톱랭킹 포인트에서도 활약상을 확인할 수 있다. 채은성은 총점 850.03점으로 타자 전체 14위에 자리하고 있다. 예비 FA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다. 1루수 포지션 선수 가운데 홈런 랭킹 1위인 KT 박병호(1298.97점, 타자 5위)에 이어 두 번째다.
웰뱅톱랭킹 포인트가 처음 도입된 2019년 이래 채은성의 순위는 2019년 31위, 2020년 40위, 2021년 18위였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시즌 채은성의 분전은 확실히 눈에 띈다. 2018년부터 5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과 70타점 이상을 뽑을 정도로 기복없이 꾸준하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KBO리그에 희귀한 오른손 거포라는 점은 채은성의 가치를 더욱 높게 만든다. 그동안 우익수에 한정됐던 수비 포지션을 1루수로 확장했다는 점도 FA 시장에서 그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두 번째 FA 대박 노리는 양의지...원래 모습 되찾는 중
이미 한 차례 FA 초대박(4년 125억원)을 친 적이 있는 양의지(NC)는 올해가 첫번째 FA 4년 계약의 마지막 시즌이다. 이번 시즌 뒤 두 번째 FA 자격을 얻는다.
양의지는 9월 7일 현재 104경기 출전, 타율 .275 16홈런 69타점을 기록 중이다. 올 시즌 웰뱅톱랭킹 포인트에서 760.95점을 기록, 전체 21위에 자리해있다. 예비 FA 선수 가운데는 채은성에 이어 두 번째다.
성적만 놓고 보면 올 시즌 양의지는 NC와 4년 계약 증 가장 저조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2017년(타율 .277) 이후 처음으로 2할대 타율에 머물러있다. 지난 시즌에는 웰뱅톱랭킹 포인트 전체 1위, 2020년에는 전체 6위였다. 앞선 시즌과 비교하면 21위라는 순위는 초라해보인다.
하지만 양의지는 이번 시즌에도 포수 부문에선 단연 1위다. 특히 후반기 들어 원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전반기 .256였던 타율은 후반기 .320로 치솟았다. 전반기 74경기서 9홈런을 쳤는데 후반기에는 30경기에서 전반기와 맞먹는 7홈런을 기록했다.
후반기만 보면 양의지는 ‘예비 FA 효과’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손색없다. 지난해 부상 탓에 지명타자로 주로 출전한 것과 달리 올해는 포수로 많은 경기를 소화하고 있다는 점도 두 번째 대박을 기대케 하는 요인이다.
이번 시즌 예비 FA 가운데는 유독 좋은 포수들이 많다. 특히 LG 안방마님 유강남의 분전이 눈에 띈다. 유강남은 이번 시즌 웰뱅톱랭킹 포인트에서 521.72점으로 양의지(760.95점, 타자 21위), KT 장성우(594.79점, 타자 36위)에 이어 포수 부문 3위, 타자 44위를 달리고 있다.
유강남은 9월 7일 현재 113경기 출전, 타율 .259 6홈런 40타점을 기록 중이다. 개인 통산 타율이 .268이고 2017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5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올 시즌 성적이 확 와닿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포수라는 수비 부담 큰 포지션을 맡으면서도 부상이나 기복없이 꾸준한 기록을 내고 있다는 것은 큰 강점이다. 양의지가 내년이면 36살이 되는 반면 유강남은 전성기인 31살이라는 점도 가치를 높이는 요소다.
박동원(KIA), 박세혁(두산)은 살짝 아쉽다. 올 시즌 중 키움에서 KIA로 팀을 옮긴 박동원은 98경기에서 타율 .225 12홈런 42타점을 기록 중이다. 웰뱅톱랭킹 포인트 285.66점으로 포수 부문 6위, 타자 75위다. 지난해 포수 순위 3위였던 것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이미 두 자릿수 홈런을 넘긴 장타력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
박세혁은 이번 시즌 108경기에 출전해 타율 .252 3홈런 37타점을 기록 중이다. 개인 통산 타율이 .260임을 감안하면 ‘예비 FA 효과’가 눈에 띄진 않는다. 웰뱅톱랭킹 포인트 247.75점으로 포수 가운데 8위, 타자 83위다. FA를 앞둔 시즌임을 감안할 때 활약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예비 FA 효과’는 이번 시즌 투수들에게 해당사항이 없다. 오히려 기대를 모았던 ‘예비 FA’ 투수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키움 사이드암 한현희(키움)는 예비 FA 최대어로 큰 기대를 모았다. 이번 시즌만 잘 보낸다면 역대급 대박을 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최악의 모습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 시즌 17경기에 나와 5승 3패 평균자책점 5.16이라는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초라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퀄리티스타트는 단 4번 뿐이다.
한현희는 톱랭킹포인트 237.41점으로 투수 부문에서 71위다. 간신히 100위 안에 턱걸이 하고 있다. 키움 투수 가운데서도 8위일 정도로 활약이 아쉽다. 지금으로선 FA 대박은 언감생심처럼 느껴진다.
같은 팀 예비 FA 투수 정찬헌(키움)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이번 시즌은 17경기에 나와 5승 5패 평균자책점 5.42에 머물러있다. 특히 후반기 성적은 4경기 1패 평균자책점 9.45로 심각하다. 웰뱅톱랭킹 포인트는 -16.02로 투수 180위다. 팀에 도움을 주기는 커녕 오히려 손해를 끼치고 있다는 의미다.
LG 토종 선발투수 임찬규 역시 FA를 앞두고 고민이 많다. 17경기에 등판해 5승 8패 평균자책점 4.86에 머물러있다.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지만 내용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웰뱅톱랭킹 포인트 역시 20.06점으로 전체 투수 중 139위, LG 투수 가운데 18번째다. 마운드에 자주 올랐지만 승리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뜻이다.
웰뱅톱랭킹 포인트 투수 부문에서 그나마 두각을 나타내는 예비 FA는 이태양(SSG)이다. 이태양은 웰뱅톱랭킹 포인트 624.17을 기록, 전체 투수 가운데 29위에 자리해 있다. 올 시즌 7승 3패 평균자책점 3.59을 기록 중이다. 다승은 이미 개인 최다 타이기록을 수립했고 투구 이닝도 커리어 하이가 유력하다.
웰뱅톱랭킹은 야구뿐 아니라 배구, 당구에서 종목별 공식기록을 바탕으로 선수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신개념 선수 평가 시스템이다. 포지션 부문 랭킹 차트와 함께 선수 개개인의 점수 현황을 웰뱅톱랭킹 공식 홈페이지와 KBO를 중계하는 방송사(KBS N스포츠, MBC SPORTS+, SBS스포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웰뱅톱랭킹은 매월 투수, 타자 포지션에 ‘웰뱅톱랭킹 톱 플레이어’를 선정하여 시상과 인터뷰도 진행하고 있으며,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모든 야구팬을 찾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