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그럴까]장원삼 트레이드 머니 30억원은 헐값이다

백호 기자I 2008.11.18 16:10:35
▲ 장원삼

[이데일리 SPN 백호 객원기자] 장원삼 현금 트레이드 사태의 본질은 무엇인가. 흔히 ‘삼성이 거액을 들여 히어로즈의 에이스 투수를 빼돌렸다’라는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해석에는 상당한 오류가 있다. 삼성이 들인 30억 원이 사실 거액이 아니라는 데 또 하나의 문제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절대적인 금액 30억 원은 대단히 큰 금액이다. 로또 복권 2번은 당첨되어야 얻을 수 있는 돈이다. 연봉 3,000만원을 받는 직장인이 100년 동안 일해야 받을 수 있는 돈이기도 하다.

그러나 프로야구 시장에서 30억 원은 그리 큰돈이 아니다. 장원삼의 가치를 생각하면 30억원은 사실 엄청난 헐값이라 할 수 있다. 아마 이것이 삼성과 히어로즈를 제외한 6개 구단이 분개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비교해 보자. 삼성은 2005시즌을 앞두고 현대에서 FA로 풀린 심정수와 박진만을 싹쓸이했다.
 
이 중 심정수에게 집중하겠다. 삼성은 심정수와 4년간 최대 60억원에 계약했다. 그러면서 현대에는 규정에 따라 보상금을 지불했다.

FA 보상금 규정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다. 해당 선수의 전년도 연봉의 300%에 더해 보상 선수 1명을 받든지, 아니면 전년도 연봉의 450%만 받든지를 원소속구단이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현대는 이 중 후자의 조건을 택했다.

심정수의 2004년 연봉은 6억 원이었다. 그래서 삼성은 현대에 6억 원의 450%인 27억 원을 지불했다. 27억원. 현대는 삼성에 심정수를 보유할 수 있는 권리를 판 것이 아니었다. FA 권리를 얻은 심정수를 더 이상 지킬 수 없어 빼앗겼는데도 27억 원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4년이 흘러 물가 수준도 많이 오른 2008년 말. 삼성은 심정수를 영입하며 내줬던 FA 보상금과 거의 비슷한 금액인 30억원 만을 내주고 히어로즈 투수 장원삼을 데려왔다.

장원삼은 FA였던 심정수와 전혀 다른 경우다. 장원삼은 히어로즈가 원할 경우 앞으로 6년은 더 보유할 수 있었다. 반면 삼성은 히어로즈의 동의 없이는 장원삼을 가질 수 없었다. 당연히 장원삼의 트레이드 머니는 심정수 때의 FA 보상금보다 훨씬 더 많았어야 한다.

30억원이 헐값이라는 데는 삼성과 그 밖의 구단들도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김재하 삼성 단장은 트레이드 사실을 발표한 직후 “FA 영입보다 돈이 덜 들었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LG, 롯데를 비롯한 다른 구단들은 “우리도 하려면 얼마든지 (현금 트레이드를) 할 수 있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30억원을 들여 장원삼을 끌어올 수 있는 거래였다면 자기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다만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입맛만 다셨을 뿐이다.

삼성이 쓴 돈이 ‘거액’이 아니라 ‘헐값’이었다면 이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 그동안 야구팬들은 삼성의 물량 공세에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 삼성이 다른 구단을 압도하는 현금 동원력을 바탕으로 프로야구 판의 균형을 뒤흔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 건은 다소 다르다. 삼성이 잘못한 것은 많은 돈을 쓴 일이 아니다. 삼성은 다른 구단과의 합의를 깨뜨렸고, 경영난에 처한 히어로즈 구단의 처지를 이용해 최고 수준의 투수를 헐값으로 빼냈다. 이전 삼성 구단의 모습이 '졸부' 같은 것이었다면 이번 삼성 구단의 행태는 그 보다도 질이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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