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는 야구장에서 치고 달리는 선수들이 주인공이지만 넓게 보면 부자들의 놀이터다. 부자가 야구팬이라면 MLB 구단 인수는 훌륭한 취미이자 사업이 된다.
최근 MLB는 새롭게 등장한 억만장자 한 명이 전체 판을 뒤흔들고 있다. 바로 지난 9월 뉴욕 메츠 구단을 24억달러(약 2조6600억원)에 인수하고 새로운 주인이 된 스티브 코언(64)이라는 인물이다.
미국 인기 드라마 ‘빌리언즈(Billions)’의 주인공 바비 액슬로드의 실제 모티브로 유명한 코언은 미국에서 내로라하는 전설적인 투자자다. 미국 헤지펀드사인 SAC캐피털의 설립자인 코언의 별명은 ‘헤지펀드 킹’이다. 그가 가진 자신은 무려 146억달러(약 16조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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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주인 찰스 존슨도 자산규모가 45억달러에 이른다. 뮤추얼 펀드 회사인 프랭클린 리소지즈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존슨은 1957년 24살의 젊은 나이에 CEO에 오른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는 아들인 그레그 존슨이 구단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구단주인 마리안 일리치는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피자 프랜차이즈 ‘리틀 시저스 피자’의 창업자인 자수성가형 여성 기업인이다. 그의 총 자산규모는 39억달러에 이른다. 옥외광고 업체 ‘아웃도어 시스템’의 CEO인 아트 모레노는 LA에인절스의 구단주다. 현재 MLB 구단주 가운데 유일한 멕시코계 인물이다.
참고로 류현진의 소속팀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공식 소유주는 로저스 커뮤니케이션이다. 로저스 커뮤니케이션은 테드 로저스 가문이 운영하는 기업인데 로저스 가문의 총 자산은 87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코언은 앞서 언급한 부자들과 차원이 다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2020년 세계 100대 부자 리스트에서 코언은 77위에 자리했다. 최근 세상을 떠난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보다 2계단 아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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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코언은 메츠가 마지막으로 우승을 차지했던 1986년 월드시리즈 당시 상대 팀 보스턴 레드삭스 1루수 빌 버크너가 결정적인 실책을 저질렀던 그 공을 무려 41만8000달러(약 4억6000만원)을 주고 사들인 뒤 이를 인증하기도 했다. 그전까지 메츠를 팬으로서 좋아했던 코언은 올해 메츠 구단이 매물로 나오자 아예 인수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고 결국 오랜 소원을 풀었다.
재밌는 것은 ‘은둔형 부자’였던 코언이 메츠 구단을 인수하고 나서 ‘인싸’로 변신했다는 것. 원래 코언은 자신은 물론 직원들조차 대중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악명 높았다. 하지만 메츠 관련한 일에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코언은 공식적으로 메츠 구단주에 부임하자마자 SNS로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팬들에게 ‘논텐더로 풀린 선수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선수는 누구인가’ 등의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메츠 팬들은 당연히 흥분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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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언은 방송사 인터뷰에서 “믿기 어려운 시즌을 보낸 우리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었고 감사함을 표하고 싶었다”며 “메츠 팬들은 메이저리그에서 최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인터뷰를 하는 것조차 그에겐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코언은 자신의 SNS 계정에도 “시티필드에서 멋진 하루를 보냈다”며 “우리와 팬들을 위해 이런 멋진 자리를 만든 메츠 스태프들에게 고맙다”고 적었다. 아내 알렉스는 시티필드 안에서 코언 구단주가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진을 올리며 “이 순간을 사진에 담고 싶었다”고 글을 올렸다.
얼마 전에는 팬들 SNS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한 팬이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위해 피카소 그림을 찢을 수 있나요” 라고 묻자 “그건 너무 싼데”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코언은 2012년 경매에서 피카소의 작품 ‘꿈’을 1억5500만달러에 매입한 바 있다. 물론 농담이기는 하지만 코언이 얼마나 메츠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코언의 이 같은 행보에 더 놀라는 쪽은 미국 언론이다. 그전까지 코언의 이미지로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은둔형 이미지였던 코언이 메츠 구단주가 된 이후 트위터 스타가 됐다”고 평가했다. 뉴욕 타임스는 “SNS에서 코언 구단주는 그전에 느낄 수 없는 친근한 면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메츠는 그동안 뉴욕이라는 거대도시를 연고지로 두고도 ‘짠돌이’ 전임 구단주 때문에 항상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하지만 코언이 팀을 인수한 이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미 리그 정상급 포수인 브라이언 맥캔과 4년 4000만달러 장기계약을 맺은 데 이어 올해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인 조지 스프링어 영입 경쟁에도 가장 앞서 있다.
물론 ‘돈으로 우승을 살 수 없다’는 프로스포츠 명언이 있다. 하지만 돈이 많이 쓰면 팀을 강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틀림없다. 성공한 덕후가 된 슈퍼부자가 보여줄 ‘머니파워’가 얼마나 강력할지 유심히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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