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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 선수촌에서 열린 신의현(38)의 금메달 기자회견. 한국 패럴림픽 사상 첫 금메달을 획득한 신의현이 기자회견이 끝나자 아내 김희선 씨와 전화통화를 하며 이렇게 말했다. “고맙다”는 아내에게 그는 툭툭 던지는 듯한 말투로 답했다. 무뚝뚝한 말투와 달리 목소리에선 아내를 향한 그의 사랑이 느껴졌다.
김 씨는 신의현이 장애를 안은 뒤에 만났다. 신의현은 베트남인이었던 아내를 만난 지 4개월 만에 결혼했고 내조를 받아왔다. 김 씨는 충남 공주에서 지내면서 신의현의 재활을 돕고 시어머니의 밤농사에도 힘을 보탰다. 동시에 남매를 키워냈고 남편까지 금메달리스트로 만들었다. 신의현은 “(평소에)아이들에게 신경을 못 써줬는데, 애기 엄마가 아이들을 잘 봐줬다”며 “그래서 내가 편하게 운동할 수 있었다”고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나타냈다.
그의 또 다른 조력자 어머니 이회갑 씨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신의현은 “어머니가 내가 사고가 난 후 마음고생을 많이하셨다”며 “결혼 못해서 어머니 돌아가실 때 눈을 못 감으실까 봐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 드리려고 했는데 금메달까지 땄다. 어머니가 남은 여생 행복하게 사시고 또 나도 열심히 살아서 효자 노릇을 하겠다”고 전했다.
평소 가족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은 신의현은 가족에게 인사를 마치자마자 국민에게도 감사하다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신의현은 “많은 국민 여러분이 응원해서 금메달을 따낼 수 있었다”며 “바이애슬론에서 사격을 못해 어제 잠을 잘 못 잤는데 오늘은 죽는다는 각오로 임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금메달을) 예상 못했다”며 “주행에 신경 썼는데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의현은 이번 대회에서 6개 개인 종목에 출전하는 ‘철인’의 모습을 보였다. 개인전 마지막 레이스인 크로스컨트리 스키 남자 7.5km 좌식 경기는 그의 주 종목이 아니었지만 22분 28초 40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금메달을 획득하는 기적을 썼다.
신의현은 “바이애슬론은 크로스컨트리 주행이 돼야 한다. 주행이 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모든 종목에 출전했다”며 “보통 훈련할 때도 60km 타서 일주일 경기하고 하루 쉰다. 그 정도 체력은 충분히 된다고 생각했다”고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신의현은 이번 금메달로 주변의 다른 장애인들에게도 꿈과 희망을 전달했다. 평창 대회에서 멈추지 않고 2022년 베이징 대회까지 선수로 뛰며 후배들을 돕겠다는 각오다.
신의현은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또 다른 장애인들에게 “일단 벌어진 일이라 어쩔 수 없으니까, 다 잊고 좋은 일만 있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셨으면 한다”며 “빨리 사회에 나오셔서 (같이 활동했으면 좋겠고) 파이팅 하자”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