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그가 생각하는 '허삼관'의 성공 혹은 실패

강민정 기자I 2015.01.20 09:15:36
영화 ‘허삼관’에서 천하태평, 뒤끝작렬, 버럭성질 허삼관을 연기한 배우 하정우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방인권기자)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처럼 개봉 첫날부터 기록적인 관객수가 들진 않았다. 영화 ‘더 테러 라이브’처럼 빠른 속도로 관객이 붙지도 않는다. 무거운 느낌의 첩보 액션 영화 ‘베를린’에서 김 한장으로 ‘식신 스타’가 되는 화제성도 없다. 하정우가 배우로 나선 여느 영화와는 반응이 좀 다르다.

주연작이자 연출작인 영화 ‘허삼관’. 20일 오전 현재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으로 63만7538명이 봤다. 같은 날 개봉된 영화 ‘오늘의 연애’에 밀렸고 천만 관객 돌파에 성공한 영화 ‘국제시장’의 기세를 꺾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허삼관’은 하정우의 필모그라피에서 아픈 손가락으로 남게 될까. 폭발적인 반응이 흥행을 좌우하는 전부는 아니다. 일각에서는 ‘오늘의 연애’와 ‘허삼관’의 흥행 추이를 두고 “어떤 영화가 더 예고편을 잘 뽑았나”라는 기준을 들기도 한다. 그만큼 ‘허삼관’이 보기와 다르게 재미있다는 뜻이다. 영화에 대한 몇줄 설명과 영상만 보고는 기대하기 힘든 웃음과 감동이 담겨있다는 칭찬이다. 개봉 후의 성적표를 보니, 개봉 하루 전 하정우가 들려준 ‘‘허삼관’ 흥행론’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대중의 반응, 스코어, 중요하다. 지금껏 모든 영화 중 수치의 성공을 한번도 신경쓰지 않은 적이 없다. 많은 사람들의 실질적인 미래가 투자된 작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독 하정우’로서 ‘허삼관’의 성공이나 실패의 기준을 생각한다면 조금 다르다. 보다 큰 범위인 ‘영화인’으로서 따져보고 싶다. 내가 이 영화를 통해 얼만큼 성장했는지, 어떤 것을 알게 됐는지, ‘허삼관’을 계기로 무엇이 나아졌는지, 그 지점을 알아야 할 것 같다. 그래서 ‘허삼관’이 나에게 성공이었는지 실패였는지를 판단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

“‘허삼관’의 성공 혹은 실패,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는 문제다.”(사진=방인권기자)
어떤 질문에도 솔직함을 무기로 세우는 그다. 난감하고 어려운 질문에도 그 물음이 끝나기도 전에 호탕한 답을 던져주는 그다. ‘허삼관’을 본 관객이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변명은 아니라는 말이다.

중국 작가 위화의 베스트셀러 ‘허삼관 매혈기’를 국내 정서에 맞게 리메이크 한 ‘허삼관’. 1950~60년대를 배경으로 피를 팔아 가족을 먹여 살리는 허삼관이라는 아버지의 해학을 담았다. 고기만두를 만드는 과정을 입으로 설명하는 목소리 연기부터 토라진 뒷모습으로 ‘난 이 세상에서 가장 속 좁은 남자다’를 말하는 ‘등짝 연기’까지. 하정우는 허삼관을 섬세하게 표현했고 화면에 아낌없이 담았다.

“감독으로서의 작품에는 나만의 감성이 담기는 것 같다. ‘롤러코스터’라는 영화는 대중과 소통하는 데 실패했다.(웃음) 관객이 나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했던 것 같다. 이번엔 영화의 보편성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아들과 아버지, 친자식과 아닌 자식, 이러한 코드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나. ‘허삼관 매혈기’를 읽었을 때 그런 공감대를 확인했고 나와 통하는 개그 코드도 발견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6개월 동안 머리에 쥐가 나도록 콘티를 짰다. 촬영을 시작하고 나서는 오로지 배우로서 연기에만 집중했다.”

하정우는 ‘믿고 보는’ 배우다. 감독으로선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연출력을 두고는 반응이 엇갈린다. 아기자기한 화면, 디테일한 연출은 섬세했지만 비슷한 시기 희생적인 아버지를 소재로 한 ‘국제시장’과 비교해 ‘허삼관’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가슴을 때릴만큼 와닿진 않는다는 말도 있다. 반면 현장에서 들린 감독 하정우는 ‘1인자’였다. 아역배우들에겐 집에 가고 싶지 않을만큼 즐거운 놀이터였고, 스태프에겐 출퇴근 시간이 정해진 직장과도 같았다. 피곤함에 예민한 여배우에게도 ‘꿈’ 같은 현장이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제한적이다. 지금까지 내가 배우로 영화 촬영 현장을 겪어보면서 알게 된 부분이다. 날씨가 좋지 않고, 일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으면 화가 나겠지만, 그렇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긍정적인 마음을 갖다 보니 해피바이러스가 사람들에게 퍼지는 것 같다. ‘좋은 감독님’이라고 소문이 났다는데, 그거 맞는 말이다.(웃음)”
“나, 좋은 감독 맞아요.”(사진=방인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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