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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은 30일 잠실구장에서 '천하무적 야구단'과 가진 'KIA 김동재 코치 돕기' 일구회 자선경기에 선발투수로 나섰다.
내일 모레 일흔을 바라보는 노년의 김성근 감독이 직접 투수로 나서는 것은 좀처럼 쉽게 볼 수 없는 일. 김성근 감독 본인이 밝힌 바로는 2003년 지바 롯데 코치 시절 일본에 머물면서 연식야구를 한 이후로 실전 경기를 뛴 적이 없다.
경기전 연습투구를 위해 마운드에 오른 김성근 감독은 "왜 이리 홈플레이트가 멀어보이는지 모르겠다"라며 "오늘 세 타자를 공 3개로 처리해고 끝내려고 했는데 외야수들을 보니 안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하지만 나이 답지 않게 김성근 감독의 공은 빠르지는 않아도 정확하게 스트라이크존을 파고들었다.
역시 쉽지는 않았다. TV프로그램을 위해 벌써 1년 넘게 야구와 동고동락했던 천하무적 야구단 선수들의 실력도 만만치 않았다.
김성근 감독은 첫 타자 김창렬에게 초구에 기습번트를 허용하자 당황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도 타구를 잡아 1루에 힘껏 던졌는데 이 마저 1루수가 잡지 못하고 뒤로 빠졌다. 그 사이 김창렬은 3루까지 질주.
무사 3루에 몰린 김성근 감독은 다음 타자 탁재훈을 3루 땅볼로 처리했지만 그 사이 3루주자가 홈으로 들어와 첫 실점을 허용했다. 이후 김성수와 오지호에게 연속 안타를 맞은 뒤 자진해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투구수 8개에 ⅓이닝 2피안타.
교체될 때도 다른 때와 그림이 전혀 달랐다. 투수코치도 올라오지 않았는데 자신이 먼저 신호를 보낸 뒤 알아서 손을 흔들며 마운드에서 걸어 내려왔다. 부랴부랴 덕아웃에서 뛰어나온 송진우 투수코치는 김성근 감독에게 90도 인사를 하며서 예를 갖췄다.
비록 "공 3개로 끝내겠다"는 약속은 지키지 못했지만 김성근 감독의 노익장에 관중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이날 왕년의 야구 스타들이 대거 함께 했지만 김성근 감독의 인기는 그 가운데서도 단연 으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