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감빵생활’ 이규형 “김준한과 키스신, 원래 커튼 실루엣”(인터뷰③)

김윤지 기자I 2018.01.23 14:30:00
사진=엘엔컴퍼니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귀여운 약쟁이. 어색한 조합이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시청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한국 드라마 최초 마약사범 캐릭터다. 18일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극본 정보훈, 연출 신원호, 이하 ‘감빵생활’)의 ‘해롱이’ 유한양이다.

‘감빵생활’은 하루아침 재소자가 된 슈퍼스타 야구선수 김제혁(박해수 분)의 교도소 생활기를 그렸다. 유한양은 마약 혐의로 붙잡혀 김제혁과 구치소부터 함께 해 2상6방 멤버가 된다. 멀쩡할 땐 서울대 약대생에 부잣집 도련님 유한양이지만, 약에 취하면 얄미운 말만 골라하는 새침떼기 해롱이로 변한다. 친근하게 묘사된 캐릭터 덕분에 비극적인 결말에 일부 시청자는 배신감을 느꼈다.

배우 이규형의 힘도 컸다. 유한양은 약쟁이, 동성애자 등 낯선 설정을 고루 갖춘 캐릭터다. 이규형은 여기에 자신만의 해석과 섬세한 표현으로 살을 붙여 풍성한 인물로 완성했다. 실제 중저음 목소리를 지닌 이규형은 해롱이를 연기할 땐 목소리를 솔 톤까지 높였고, 보조개가 드러나는 입 모양과 윙크로 마약 중독자의 틱(tic)과 귀여운 면모를 동시에 표현했다.

2001년 영화 ‘신라의 달밤’으로 데뷔한 이규형은 이후 연극과 뮤지컬 등 무대에서 주로 활약했다. 아직 대중에겐 낯선 이름이지만 지난해 tvN ‘비밀의 숲’의 윤과장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아이를 저 세상으로 떠나보낸 후 황폐한 삶을 살아가는 인물로, 눈빛엔 처연함이 가득했다. 매 작품 마다 180도 다른 모습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배우 이규형을 만나봤다. (인터뷰②에서 이어)

―유한양의 애틋한 로맨스도 지지를 받았다. 키스신은 발만 등장했는데, 원래 대본이 궁금하다.

△원래 대본도 직접적인 표현이 아니라 커튼 실루엣이었다. 그림자로 표현하는 셈인데, 그 장면도 찍긴 찍었다. 유한양 캐릭터에 시청자가 거부감을 덜 느끼는 방법을 PD님이 선택하신 것 같다. 두 사람의 발만 등장해도 상황은 충분히 전달됐다. 동성애 설정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해롱이는 2상6방 안에서 긴장감을 환기시켜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만약 저의 에피소드에 거부감을 느끼면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 그런 균형이 중요했다. 다행히 (극중 커플을)좋게 봐주신 분들도 있더라. 그런 반응은 상상도 못했다.

―상대역인 지원 역의 김준한 배우와 호흡은 어땠나.

△(김)준한이랑 동갑이다. 만난 지 얼마 안돼 말을 놓고 친구가 됐다.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극중에서 먹지 못한)부대찌개를 같이 먹으러 가자고 약속했다.

―2상6방 멤버들끼리 유난히 끈끈한 것 같다.

△한 방에서 지지고 복았다. 며칠 전엔 최무성(장기수 역) 형님과 밥을 먹었다. 형님이랑 집이 근처다. 형님도 남자 2명이 보는 걸 좋아한다고 하시더라. 자주 볼 것 같다.

사진=‘슬기로운 감빵생활’ 방송화면 캡처
―이번 ‘감빵생활’ 이후로 달라진 것이 있나.

△오디션을 포함하면 11개월 동안 해롱이 혹은 유한양으로 생활했다. 지인들 만나 이야기하다 보면 자꾸 ‘해롱이 표정’을 짓는다고 하더라. 지금 ‘팬레터’라는 뮤지컬을 공연 중인데 상대역인 배우가 ‘나한테 지금 해롱이 표정 지은 거야?’라면서 입을 자꾸 앙다문다고 지적했다. (웃음) 사실 표정은 근육이지 않나. 근육은 자신이 훈련하는 만큼 단련된다. 의식하면서 그 표정을 짓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전작인 ‘비밀의 숲’에선 전혀 다른 캐릭터였다.

△윤과장은 아픈 손가락처럼 한구석에 남아 있다. 아직도 모티브가 된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다. 촬영하면서도 그런 이유로 힘들었다. 저는 가늠할 수도 없는, 자식이 잃은 슬픔을 연기하기 쉽지 않더라. 촬영하면서 (조)승우 형에게 힘들다고 투정도 부렸다.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아 행복했다. 친목도 좋다.

―유한양 캐릭터가 워낙 강렬했다. 실제 이규형은 어떤 사람인가.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마약을 하지 않는다. (웃음) 이성애자고, 감기약도 잘 안먹는다. 그렇게 귀엽지 않다. 말도 느릿느릿하다. 부모님도 식당을 하지 않으시고, 어머니와 사이가 좋다.

―연관검색어에 ‘결혼’이 있다.

△미혼이다. 갔다온 적도 없다. 연애는 하고 싶다. 연애를 쉰 지 오래됐다. 마약을 하지 않는 여성 분이면 좋겠다. (웃음)

―예능 프로그램 섭외도 들어오는 것으로 안다.

△자신이 없다. 나라는 사람으로서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싶다. 여행을 좋아하니까 여행 관련 예능 프로그램은 좋아한다.

―2월 괌으로 포상휴가를 떠난다. ‘응답하라 1988’ 출연진이 출연했던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 편’처럼 납치되는 건 어떤가.

△흔쾌히 납치될 용의가 있다. (웃음)

―향후 활동 계획은?

△일단 2월 3일까지 ‘팬레터’ 무대에 오른다. 포상휴가를 다녀와서 차기작을 결정할 것 같다. 공연을 할 때도 별명이 ‘소’였다. 소처럼 일해서다. 쉬지 않고 ‘비밀의 숲’, ‘슬기로운 감빵생활’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뵙고 싶다. 놀면 뭐하겠나.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