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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축구대표팀 주장 아론 군나르손(27·카디프시티)이 유로 2016 8강전이 끝나고 한 말이다. 비록 경기에선 졌지만 그들은 지금 가장 행복한 주인공이다.
아이슬란드는 이번 유로 2016에서 한 편의 ‘축구동화’를 썼다. 아이슬란드는 4일 (한국시간)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 8강전 프랑스와 경기에서 2-5로 패해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전반에만 4골을 허용하는 등 실력 차가 뚜렷했다. 최대 강점인 ‘얼음수비’는 프랑스의 현란한 패스플레이와 개인기에 무참히 녹아내렸다.
이날 프랑스는 352번의 패스를 시도해서 318번이나 성공했다. 슈팅 7개 가운데 5개가 유효슈팅이었고 그 중 4개가 골로 이어졌다. 아이슬란드로선 투지만으로 맞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아이슬란드는 웃고 있다. 지금까지 이룬 성과만으로도 기적에 가깝기 때문이다. 인구 33만명의 미니 국가, 축구선수보다 화산이 더 많은 나라, 국토의 80%가 빙하 및 용암지대인 나라, 연평균 기온이 섭씨 3도에 불과한 추운 나라, 야외 대신 실내에서 축구하는 나라에서 이룬 기적이다.
아이슬란드가 처녀 출전한 유로 본선에서 돌풍을 일으키자 전 세계 축구팬들은 박수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16강전에서 ‘축구종가’ 잉글랜드를 꺾은 사건은 스포츠전문매체 ESPN이 꼽은 세계 축구 10대 이변에 선정되기도 했다.
아이슬란드 국민들의 열정도 큰 감동이었다. 대표팀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자 무려 3만 명에 가까운 아이슬란드 국민이 프랑스로 건너와 힘을 실어줬다. 거의 전체 인구 10명 중 1명이 원정을 온 셈이었다. 그나마도 비행기 표가 없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오지 못했다. 심지어 전세기를 띄워 이동한 열혈팬도 있었다.
아이슬란드 축구팬들은 신사적인 매너도 화제가 됐다. 다른 나라 응원단들이 거친 폭력과 난동으로 얼룩진 반면 아이슬란드 응원단은 차분하고 점잖은 응원으로 프랑스 국민을 감동시켰다. 현지언론으로부터 ‘좋다’는 뜻의 ‘nice’와 아이슬란드를 조합해 ‘나이슬란드’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대회 기간 내내 아이슬란드 대표팀 유니폼은 품귀 현상을 빚었다. 그만큼 아이슬란드 대표팀의 일거수일투족 자체가 큰 화제가 됐다.
미드필더인 비르키르 비야르나손(FC바젤)은 “우리가 여기까지 올라올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위대한 토너먼트를 치렀고 멋진 경기를 펼쳤다. 특히 잉글랜드전이 그랬다”며 “우리가 정말 자랑스럽다. 특히 아이슬란드에서 원정 온 팬들의 응원은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공격수인 알프레드 핀보가손(아우크스부르크)도 “8강전에서 쓴 교훈을 얻었지만 우리는 이번 대회를 통해 축구 지도에 아이슬란드를 새겨넣었다”라며 “전 세계 모든 팬으로부터 응원 메시지를 받았다. 아이슬란드 국민들은 우리가 보여준 투지를 사랑했다. 우리는 정말 행복하고 이번 대회가 자랑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아이슬란드 대표팀을 떠나는 스웨덴 출신의 라르스 라예르베크 공동 감독은 “프랑스전 전반 45분을 제외하면 매분 매초가 행복했다. 가슴을 울렸다”며 “유로 본선에 첫 출전한 우리가 8강까지 올랐다는 것은 환상적인 결과다”고 말했다.
아이슬란드 선수들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에도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했다. 오히려 원정응원단을 향해 박수를 보내면서 팬들과 함께 단체 사진을 찍었다. 선수들조차 꿈만 같은 순간을 잊고 싶지 않은 모습이었다.
비록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가지는 못했지만 작고 추운 얼음 나라가 쓴 축구 동화는 두고두고 이야깃거리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