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결국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LG전은 5회말이 끝난 뒤 내린 폭우 탓에 강우 콜드 게임이 선언됐다. 석연찮은 보크 판정 등 우여곡절이 많은 경기였지만 어쨌든 당시 상황은 2-2 동점.
양 팀에겐 무승부가 주어졌다. 지난해부터 도입된 ‘무승부=패’ 방식에 따라 두산과 LG는 각각 1패씩을 안게 됐다.
갖고 있는 힘의 절반 정도만 쓴 상황에서 두 팀 모두 패해버린 것이다. 아직 순위 싸움을 포기하지 않은 상황인 만큼 더 없이 아픈 1패였다.
경기가 중단된 것은 8시 26분. 콜드 게임이 선언된 것은 9시 3분이었다. 37분간 경기가 중단된 상태였다.
현 프로야구 규정은 우천 중단된 뒤 30분을 기다리는 것으로 돼 있다. 당시 잠실구장엔 많은 비가 쏟아졌던 만큼 이 결정 자체엔 문제가 없다. 다만 무승부를 패로 간주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규약이 발목을 잡았을 뿐이다.
그러나 이 경기만 놓고 봤을 때 이야기다. 또 하나의 사례를 더하면 또 한번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지난 15일 대구 삼성-한화전은 비 때문에 두 차례나 중단되는 어려움 속에서 치러졌다. 4회에 한차례, 7회 한차례 경기가 중단됐다가 다시 이어졌다.
의문이 드는 것은 중단된 시간이다. 4회에는 무려 1시간이 걸렸고 7회에도 49분이나 기다렸다가 경기가 진행됐다.
4회는 정식 경기 인정이 되지 않으니 노 게임이 선언될 상황이었다. 7회초는 4-4 동점이었다. 7회에 종료가 됐다면 ‘무승부=패’ 제도 도입 후 첫 강우 콜드 무승부는 이날 경기의 차지가 됐을 것이다.
물론 25일 잠실과 15일 대구의 기상 상황은 조금 차이가 있었다. 대구 지역에는 간간히 비가 그친 지역이 있었다. 하지만 25일엔 서울 전역에서 비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경기 속행 여부를 기상 예측에만 기대어 적용한다는 건 그만큼 분란의 소지를 안고 있음을 부인하긴 어렵다.
예측이 불가능한 것이 요즘 대한민국의 날씨다. 어차피 규정(30분 대기)을 넘길 것이라면 그것이 1시간이든 1시간 30분이든 문제가 없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25일 경기서 그 정도 시간을 기다렸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 수도 있다. 실제로 경기 중단 1시간 이후로는 빗줄기가 잦아들며 경기를 어렵사리 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회복되기도 했다. 이 경기는 이미 비를 맞으며 진행돼 왔기 때문이다.
순위 싸움이 그 어느해보다 치열한 2010 시즌이다. 한 경기 한 경기가 결승전이나 다름 없는 팀들이 수두룩하다. 더군다나 강우 콜드 무승부 경기를 받아들이기 쉬운 팀은 없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결단이 필요한 이유다. 앞서 말한대로 2010년 한국의 하늘은 예측이 더욱 어려워졌다. 마치 열대 우림 기후처럼 폭우가 쏟아졌다가도 금세 맑아진다. 전혀 예상 못한 비가 쏟아지기도 하고 1시간 후엔 다른 하늘이 되기도 한다.
‘무승부=패’라는 규정은 대다수가 악법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결정된 사안인 만큼 적어도 올 시즌 까지는 모두가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다면 또 다른 규정인 ‘중단 후 30분 뒤 결정’ 역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탄력을 줄 수 있다면 이에 대한 명확한 유권해석 범위도 정해져야 한다.
단순히 현장의 심판진과 경기 감독관(가끔 심판위원장의 원격 지시도 포함)의 결정 만으로 그때 그때 결정이 달라져서는 곤란하다. 기상예보도 확신할 수 없는 판에 야구장 안에서 하늘의 뜻을 모두 읽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15일과 25일 경기에 임했던 4팀의 마음은 모두 똑같았다. 승부를 가리지 못한 상황에서 경기가 종료되어선 안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KBO는 15일 경기서 한차례 파격적인 결정으로 결국 경기를 끝까지 마쳤다. 그렇다면 이젠 기준을 다시 정해야 한다. 파격을 계속 용인하던지, 아니면 어떤 상황에서건 규정대로 처리한다는 방침을 확실히 해야 한다.
치열한 순위싸움은 2010 한국 프로야구를 보다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공연한 오해와 불만을 만들어 멋진 승부의 역사에 먹칠을 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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