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위기 걱정하는 유럽 빅클럽, 슈퍼리그가 절실했지만...

이석무 기자I 2021.04.21 11:32:24
슈퍼리그 참가를 반대하는 잉글랜드 축구팬들이 첼시 홈구장인 스탬포드 브리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P PHOTO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유럽 빅클럽들이 야심차게 준비했던 유러피언 슈퍼리그가 시작도 하기 전에 존폐 위기에 몰렸다.

슈퍼리그의 창립멤버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소속의 6개 팀(맨체스터 시티, 첼시, 아스널, 리버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토트넘)은 21일(이하 한국시간) 대회 참가를 포기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맨시티가 가장 먼저 성명을 발표했고 토트넘과 아스널, 리버풀, 맨유도 뒤이어 ‘불참’을 발표했다.

이로써 슈퍼리그 창립을 추진하는 멤버들은 스페인 3팀(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과 이탈리아 3팀(AC밀란, 인테르 밀란, 유벤투스) 만이 남게 됐다.

유럽 프로축구 ‘빅클럽’들은 불과 이틀전 야심찬 발표를 내놓았다. 공동 성명을 통해 “새로운 주중 대회인 슈퍼리그 창설에 동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들 빅클럽들이 슈퍼리그 출범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였던 표면적인 배경은 역시 돈이다. 성명을 낸 12개 구단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유럽 축구 경제의 불안정성이 가속됐다”며 “팬데믹은 유럽 축구의 이익을 지키고 가치를 강화하기 위해 전략적 비전과 지속가능한 상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걸 보여줬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슈퍼리그가 현재 구단의 재정적인 위기에서 벗어나 대규모의 경제적 이익을 꾸준히 창출할 방법이라는 것이다.

현지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대형 금융사 JP모건은 슈퍼리그 창설을 위해 약 7조1700억원를 투자한다. 이 가운데 ESL에 참가하는 창립 멤버 구단들은 인프라 투자와 코로나19 피해 극복을 위해 약 4조7000억원를 나눠갖는다.

여기에 창립 멤버 구단들은 모든 경기에 패하더라도 매해 최소한 2011억원 이상을 받게 된다. 여기에 우승을 하면 약 3300억원 정도의 상금을 추가로 받는다. 우승팀의 경우 5300억원 이상의 엄청난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

현재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이 우승 상금과 각종 경기 수당 등을 포함해 1100억원 정도 받을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5배 가까운 수익을 얻게 되는 셈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막대한 적자를 보고 있는 빅클럽 입장에선 매력적인 카드가 아닐 수 없었다. ESL 창설을 앞장서서 이끈 스페인 최고 명문 레알 마드리드의 경우 지난해 적자가 무려 3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심지어 바르셀로나의 경우 순수 부채만 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끔찍한 재정 상태로 인해 ‘파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빅클럽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손흥민이 속한 토트넘 역시 2020년 구단 적자 폭이 2300억원이 넘는다는 보도가 나왔다. 코로나19가 장기화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구단들의 돈주머니 사정은 더욱 열악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들 빅클럽 입장에선 파산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온갖 비난과 우려를 무릅쓰고 ESL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다.

페레스 ESL 초대 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스페인과 이탈리아, 잉글랜드의 주요 구단이 재정 위기의 해결책을 찾고 싶어 한다”며 “우리 레알 마드리드도 엄청난 손실로 인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축구 인기가 떨어지고 있으며, TV 중계권료는 하락 추세다”며 “슈퍼리그 출범으로 빅클럽 간의 대결이 더 많이 열리면 중계권료가 올라가고 더 큰 수익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반대 목소리가 만만치 않았다. 일단 자신들의 밥그릇을 뺏길 위기에 몰린 유럽축구연맹(UEFA)과 국제축구연맹(FIFA)는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슈퍼리그에 참가하지 않는 다른 지역 클럽에 경제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정치권에서도 반대 목소리를 쏟아냈다.

무엇보다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는 슈퍼리그 등장을 축구팬들이 원하지 않았다. 슈퍼리그 출범이 발표되자 영국을 비롯해 유럽 곳곳에서 이를 반대하는 축구팬들의 시위가 일어났다.

페레스 회장은 “이것은 부자들을 위한 리그가 아니라 축구를 구하기 위한 리그다”고 항변했지만 마냥 반대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결국 EPL 소속 6개 팀이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탈퇴를 선언하면서 슈퍼리그를 추진할 동력은 크게 떨어지게 됐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슈퍼리그가 완전히 무산될 경우 빅클럽의 재정압박은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이는 세계 축구 산업의 후퇴로 연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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