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KS 컨셉은 '유두열 정신', 이유는?

정철우 기자I 2013.10.25 12:08:21
두산 손시헌이 2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한국시리즈 1차전서 6회 홈런을 때려낸 뒤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유두열은 롯데 자이언츠가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던 1984년의 영웅이다. 삼성과 한국시리즈 7차전서 역전 스리런 홈런을 치며 MVP를 차지한 것으로 여전히 사람들의 가슴 속에 남아 있다.

그런 유두열이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 그것도 아무런 연고도 없는 두산에서 부활(?)했다. 후배들의 롤 모델로 다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유두열은 극적인 홈런의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깜짝 놀랄 만큼 한국시리즈 성적이 좋지 못했던 선수이기도 하다. 홈런을 치기 전까지 그의 성적은 20타수2안타, 타율 1할에 불과했다. 원래는 7차전서 타순이 더 뒤로 밀릴 뻔 했지만 당시 롯데 스코어러의 실수로 상위 타순에 배치돼 역전 홈런을 친 것으로 더 유명해졌다.

그런 그의 이름이 다시 아무런 연고도 없는 두산의 후배들에게서 언급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큰 경기서는 지나온 발자국이 그리 중요치 않다는 것을 유두열이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황병일 두산 수석 코치는 한국시리즈가 열리기 전 유두열의 예를 들며 정신 무장을 새롭게 하자고 강조했다.

황 수석은 “포스트시즌은 정규 시즌과는 다르다. 지나간 타석은 아예 머리에서 지우자고 했다. 유두열 선배가 좋은 예다. 그 한 방으로 한국시리즈서 4승을 거둔 최동원을 제치고 MVP가 되지 않았나. 언제든, 또 누구든 한 번만 제 몫을 해줘도 영웅이 될 수 있는 것이 포스트시즌이다. 과욕을 부리지 말고 딱 한 번에 집중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포스트시즌은 선수들에게 엄청난 부담이다. 한 번의 실수가 평생의 아픔으로 남을 수도 있는 무대다. 한 시즌의 결과물을 좌우하는 경기인 만큼 어깨가 무거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 반대편엔 그만큼의 기회가 자리잡고 있다. 유두열이 그랬던 것 처럼 단 한 번의 성공으로 모두의 가슴 속에 남을 수 있는 찬스가 기다리고 있는 무대이기도 하다. 생각을 바꾸면 그 만큼 신나는 경기도 없다. 두산이 새삼스럽게 옛 선배를 다시 끌어 낸 이유다.

두산은 이런 정신이 더 절실한 팀이기도 하다. 비슷한 기량의 야수들이 언제든 기회만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나치다 할 정도로 탄탄한 선수층은 기회를 많이 얻지 못하는 선수들에겐 불만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포스트시즌에 있어서만은 조금쯤 마음을 비워도 좋다는 것이 두산 코칭스태프의 생각이다.

실제로 큰 경기서 강했던 선수들은 이와 비슷한 멘탈을 갖고 있었다. 큰 경기가 오히려 신난다는 것이다. 과거 해태 타이거즈의 왕조를 이끌었던 김성한 현 한화 수석 코치는 “땅볼만 잘 굴려줘도 박수 받을 수 있는 것이 포스트시즌이다. 생각만 조금 바꾸면 전혀 긴장할 것 없는 경기다. 한 번의 기회만 잘 살리면 된다”고 말하곤 했다.

황 수석도 “우리에겐 최준석이 살아 있는 주인공이다. 준플레이오프서 몇번 타석에 들어서지도 않았지만 결정적인 한 방을 치며 MVP를 타지 않았나. 준석이가 벌써 벌어들인 돈이 얼마인지 잘 생각해보라고 했다. 지금은 못 나가도 한 번만 잘 살리면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걸 선수들이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두산은 24일 삼성과 한국시리즈 1차전서 그동안 거의 기회를 얻지 못했던 손시헌의 활약(4타수3안타2타점)에 힘입어 중요한 한 판을 잡을 수 있었다. 두산이 ‘유두열 정신’을 통해 또 한번의 기적을 만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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