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절차 무시한 감독 경질...최악의 선례 남긴 축구협회

이석무 기자I 2011.12.08 11:50:46
▲ 기자회견 도중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황보관 기술위원장. 사진=권욱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의 경질은 그 이유와 배경이 무엇이건간에 최악의 선례로 남을 전망이다.

대한축구협회는 8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5층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광래 감독의 경질을 공식 발표했다. 황보관 기술위원장과 김진국 전무이사가 기자회견에 참석했지만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은 나오지 않았다.

대한축구협회가 밝힌 조광래 감독의 해임 이유는 최근 경기력 부진이다. 한일전 참패에 이어 지난 달 레바논 원정경기 패배가 결정적이었다.

이번 감독 교체 결정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내년 2월 쿠웨이트와의 3차예선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위험부담도 크다. 하지만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행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것이 축구협회의 설명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절차와 규정을 무시했다는 점이다. 축구협회 정관에 따르면 대표팀 감독의 선임과 해임은 축구협회 기술위원회의 검토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축구협회에는 기술위원장만 있을 뿐 아직 새로운 기술위원회가 구성돼있지 않다.

조광래 감독이 노골적으로 반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광래 감독은 "나의 해임을 두고 어떠한 기술위원회도 열린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외부적인 변수에 의해 대표팀 감독직이 좌우되는 일은 있어서는 안된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황보관 기술위원장은 "비공식적으로 기술위원회 모임을 했다"라고 했다. 하지만 계속된 추궁에 "아직 기술위가 구성되지 않았다. 전임 기술위원과 신임 기술위원들은 아직 이 내용들을 모른다"라고 곧바로 말을 바꿨다. 설명을 이어가면서도 얼굴에 당혹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축구협회의 설명만 놓고 보면 이번 해임 결정은 황보관 기술위원장의 원맨쇼에 가깝다. 황보관 기술위원장은 회장단과의 미팅을 거쳐 직접 해임을 결정했다. 이어 조광래 감독을 직접 만났고 이 사실을 통보했다. 그리고 발표까지 직접 했다.

기술위원장에 부임한지 불과 한 달도 안된 그가 모든 것을 직접 주도했다고 하면 믿을 사람이 없다. 뭔가 배후가 있다는 것을 충분히 짐작케 한다. 이번 일을 두고 벌써부터 온갖 추측과 루머가 쏟아지고 있다. 물론 이를 자초한 것은 축구협회다.

어쨌든 이번 결정은 결과가 어떻게 나오건간에 축구협회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장 차기 감독 선임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과 같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과연 누가 대표팀을 맡을지 의문이다.

차기 감독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물들 모두 직간접적으로 대표팀 감독직을 고사하고 있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대표팀을 맡더라도 원칙도 절차도 무시된채 휘둘릴 수밖에 없다. 더구나 3차예선 최종전은 대표팀의 본선행 운명이 달린 경기다.

대표팀 감독직을 두고 축구팬들은 '독이 든 성배'라고 한다. 하지만 그 성배 안에 과연 독을 누가 집어넣었는지는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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