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종 온라인 힙합 커뮤니티와 유튜브상에서는 래퍼 크라운제이(CROWN J, 본명 김계훈)의 음악성을 재조명하는 게시물과 댓글이 잇따르는 중이다. 크라운제이가 2000년대 후반 발표한 곡인 ‘플라이 보이’(Fly Boy)와 ‘아임 굿’(I’m Good)을 향한 반응이 특히 뜨겁다. 과거 음악방송 출연 영상까지 화제. 정통 사우스 힙합 기반 음악을 멋지게 소화해내며 시대를 앞서간 래퍼라는 칭찬 댓글이 줄을 잇는 분위기다.
23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크라운제이는 “힙합신 동료들과 지인들에게 요즘 저를 리스펙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너무 감사할 따름”이라며 “저보다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더 기뻐하고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어느덧 40대가 됐음에도 음악 색깔을 바꾸지 않고 계속해서 업그레이드시키려고 노력하며 한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어떤 분야이든 10~15년 정도 하면 마스터 단계에 오르게 되잖아요.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한 우물을 판 덕분에 저만의 로열티가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어요.”
2006년 데뷔한 크라운제이는 ‘그녀를 뺏겠습니다’, ‘투 머치’(Too much), ‘플라이 보이’ 등의 곡으로 인기를 끌며 승승장구했다. 여세를 몰아 사우스 힙합 제왕으로 통하는 미국 래퍼 T.I(티아이)의 레이블인 그랜드허슬 측과 협업도 펼쳤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전 매니저와 얽힌 스캔들을 비롯한 여러 사건 사고에 휘말리면서 내리막을 탔고 공백이 길어지면서 많은 이들의 뇌리에서 잊혔다.
크라운제이는 “굉장한 블랙홀에 빠진 채 긴 시간을 보냈다. 어머니와 9년간 교제 중인 여자친구가 없었다면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고난과 역경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고, 허들에 걸려 넘어졌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크라운제이는 10년여 만에 다시 제2의 전성기를 열 만한 좋은 흐름을 타고 있다. ‘버싯’(BUST IT)과 ‘런 디스 시티’(RUN THIS CITY)를 담아 19일 발매한 새 싱글을 향한 호평도 이어지는 중이다.
크라운제이는 “이번 싱글 발매 후 피처링으로 참여한 언에듀케이티드 키드와 창모를 비롯한 많은 동료들에게 리스펙을 받아서 큰 행복감을 느꼈다”고 기쁨을 표했다.
“꿈을 아직 못 이뤘기에 음악에 대한 원동력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전 세계에 제 이름과 무대를 알리고 제가 설립한 플라이보이 또한 세계적인 레이블로 만드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입니다.”
크라운제이는 일찌감치 예능계에서 두각을 드러낸 래퍼이기도 하다. 전성기를 구가하던 2008년 가수 서인영과 함께 출연한 가상 연애 리얼리티 ‘우리 결혼했어요’가 대표 출연작이다. 당시 ‘개미’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큰 인기를 얻었고, 검지와 중지로 애틀란타를 상징하는 ‘A’를 만드는 제스처도 히트시켰다.
과거 인기에 대해 언급하자 크라운제이는 “4~5년 전까지만 해도 알아보는 분들이 많았는데 요즘엔 거의 없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감사하게도 아직까지도 저를 응원해주시는 팬분들이 계시다”며 “싱글 발매 후 ‘컴백해줘서 고맙다’는 SNS 응원 메시지를 자주 받고 있다”고 했다.
“어느덧 한 아이의 엄마나 아빠가 됐다면서 근황을 전하는 팬들이 많아요. 대부분 한때 바닥까지 쳤던 제가 아직까지 포기하지 않고 음악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잊고 있던 꿈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는 반응을 보이더라고요. 그런 팬들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더 열심히 활동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디 가서 크라운제이 좋아한다고 말해도 부끄럽지 않을 수 있도록요.”
‘버싯’과 ‘런 디스 시티’를 담은 새 싱글로 5년 공백을 깬 크라운제이는 분야와 무대를 가리지 않고 다채로운 활동을 전개하겠다는 계획이다. 크라운제이는 “저를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다. 예능 출연에 대한 생각도 열려 있다”며 “불러주신다면 지구 끝까지라도 갈 것”이라고 활동에 대한 열의를 드러냈다.
인터뷰 ②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