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 가고 돌고래 찾고…`에코테인먼트`에 빠진 TV

양승준 기자I 2012.05.23 11:47:24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23일자 37면에 게재됐습니다.

▲ KBS2 `해피선데이-1박2일`
[이데일리 스타in 양승준 기자] TV 속 예능에 `녹색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지상파 방송 3사 일요일 저녁 예능이 `에코테인먼트(Ecotainment)`에 빠졌다. `에코테인먼트`는 환경(Eco)과 오락(Entertainment)의 합성어.`달인` 김병만은 SBS `정글의 법칙`을 통해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밀림 탐험에 나섰다. KBS2 `해피선데이-1박2일`(이하 `1박2일`)은 멸종위기에 몰린 남방큰돌고래 찾기에 나서 시청자의 관심을 샀다. `1박2일`은 지난 2월 시즌2 출범과 동시에 자연 탐사를 주요 새 프로젝트 중 하나로 내걸었다. `에코테인먼트`가 방송가 새로운 흐름으로 떠올랐다.

배우 박시은은 `정글의 법칙2`에서 화산에서 비박(노숙)까지 했다. 그의 퉁퉁 부은 `민낯`은 그대로 전파를 탔다. 이종격투기 선수 추성훈도 자연 앞에서는 나약했다. 그는 무인도에서 불씨를 만들기 위해 6시간 넘게 땀을 흘리며 고생했다. 자연은 리얼리티 극대화를 꾀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돌발 상황도 숱하게 벌어진다. 이런 자연의 마력이 리얼리티 예능의 강력한 웃음 포인트가 된다는 게 방송관계자들의 평이다.
▲ SBS `정글의 법칙`
뿐만이 아니다. 야생의 풍광은 시각적 볼거리도 제공한다. `1박2일`이 카메라에 담은 야생 돌고래는 도심에 사는 시청자들이 볼 수 없는 그림이다. `정글의 법칙` 속 밀림도 마찬가지다. KBS 예능국 한 PD는 "`정글의 법칙`은 시각적인 새로움을 끊임없이 주는 환경 예능의 좋은 예"라고 했다. `정글의 법칙`은 지난 20일 방송 시청률이 16.8%(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나 기록했다. 지상파뿐 만이 아니다. 케이블에서도 온스타일 `이효리의 골든12`가 `에코테인먼트` 바람 몰이 중이다. `골든 12`는 이효리가 제주도 등을 돌며 저탄소 여행과 씨티팜(City Farm) 등을 체험하는 리얼버라이어티다.

환경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은 21세기 화두이기도 하다. 덕분에 MBC `아마존의 눈물` `남극의 눈물` 등 환경 문제를 다룬 시사교양 프로그램도 시청률 10%대를 넘나들며 예능 못지않은 사랑을 받았다. 일요일 저녁 예능 프로그램은 가족이 함께 보는 시청시간대다. 그래서 보편성을 갖춘 소재의 방송이 주로 전파를 탄다. 보편성과 함께 공익성도 갖춘 환경은 일요일 저녁 예능에 분명히 매력적인 소재다.
▲ 온스타일 `이효리의 골든12`
예능의 리얼리티 붐은 `자연`에 눈을 돌리게 했다. 연예인들의 야생체험이 예기치 못한 이야기를 뽑아내서다. 도시화의 역작용으로 자연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사회적 분위기도 일조했다. 한수경 `골든12` 홍보관계자는 "20~30여성 시청자들은 자연체험을 놀이로 봐 프로그램 반향이 적잖다"고 했다. 온스타일 측은 `골든12` 방송과 맞물려 지난 9일 홍대에서 친환경 텃밭 만들기 등을 주제로 한 강좌를 열었고 20~30대 여성만 무려 2000여 명이 몰렸다.

전문가들은 리얼버라이어티의 환경 소재 활용을 `진화`의 과정으로 봤다. 지난 2006년 MBC `무한도전`을 시작으로 방송가에는 리얼버라이어티가 봇물을 이뤘다. 시골 체험과 가상 결혼 등 여러 리얼버라이어티가 인기를 끌었지만 일회성 웃음만 남발한다는 지적이 잇따라 위기론도 고개를 들었다. 김교석 방송평론가는 "일회성 웃음만으로는 경쟁력이 없다"며 "방송가의 `에코테인먼트`는 예능에 환경을 접목, 정보도 주고 감동도 노려 다양한 시청자층을 사로잡기 위한 방송사의 새로운 위기 대처 수단"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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