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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과 김승현의 모호한 진실게임

송지훈 기자I 2009.07.13 12:59:23
▲ 연봉계약 논란을 일으킨 김승현

[방이동 = 이데일리 SPN 송지훈기자] "김승현 선수 건으로 표면화 된 이면계약 파문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엄중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타 구단에 대해서도 유사한 의혹이 밝혀질 경우 단호하게 처벌하겠다." (전육 KBL 총재)

"애시당초 이면계약서는 없었다. 선수와 구단 간 권리와 의무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을 뿐이다. KBL의 연봉 조정안을 수용키로 합의해 이 자리에 나왔다." (김승현 대구 오리온스 선수)

'김승현 파문'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면계약에 대해 강력한 처벌 의지를 밝힌 KBL 측의 입장이 나오자마자 선수와 소속팀이 '이면 계약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상황 자체를 부정하고 나선 탓이다.

13일 오전11시30분 서울 방이동 LG체육관에서 열린 KBL 공식 기자회견장에는 매우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먼저 전육 KBL 총재가 회견석에 올랐다. 전 총재는 격앙된 표정으로 "지난 13년 간 KBL의 규정이 지켜지지 않은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며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어떠한 예외도 인정하지 않고 엄벌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총재는 "KBL이 내린 연봉조정안(6억원)에 대해 선수가 거부의사를 밝힌 데다 구단과 선수가 KBL이 인정하지 않고 있는 이면계약까지 맺은 것으로 밝혀진 만큼 무거운 처벌을 가할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김승현의 웨이버(방출) 공시까지도 고려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이면계약서의 존재가 확인될 경우 구단은 최소 1000만원에서 최대 5000만원까지, 선수의 경우 최소 300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상황은 사건 당사자인 김승현과 심용섭 오리온스 단장이 예고 없이 기자회견장에 나타나면서 순식간에 뒤집혔다.

전 총재의 뒤를 이어 단상에 오른 김승현은 "농구팬들과 관계자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KBL에서 제시한 조정안을 따르기로 했다"며 머리를 숙였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심 단장은 "애시당초 계약서는 한 장 뿐"이라며 이면 계약서의 존재 자체를 부정했다.

심 단장은 "선수와 구단이 협상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오해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이 과정에서 불미스런 일이 발생한 것 같다"며 "추후 KBL을 방문해 별도의 소명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구단이 보유한 계약서와 김승현 측이 KBL에 제출한 서류를 공개해 대조해보면 될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서는 "현행법 상 공개는 어려울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어 미디어의 요구에 의해 다시 기자회견석에 등장한 전육 총재는 "선수와 구단 측이 합의를 이룬 만큼 사실 관계가 상당부분 변경됐다"면서 "김승현 측이 말을 바꾼 이유에 대해 철저히 알아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당초 김승현과 소속팀 오리온스 측은 2009년 연봉과 관련해 이견을 보이며 마찰을 빚어왔다. 김승현 측은 7억2000만원의 연봉을 요구한 반면, 구단은 6억원 이상은 줄 수 없다며 맞섰다. 이 과정에서 김승현 측이 "자신의 연봉을 보장한 별도의 합의 사항이 있다"고 밝혀 이면계약서 파문이 인 바 있다.

당초 김승현이 KBL의 연봉 조정안을 거부하며 이면 계약서의 존재를 주장해 촉발된 이번 논쟁은 선수와 구단 측이 '이면 계약서'의 존재 자체를 거부하고 나서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엄정 대처 의지를 표명했던 KBL측의 대응 방식에 관심이 모아지는 부분이다. 
 
▲ 김승현 연봉 조정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전육 KBL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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