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 제공] 베이징올림픽 야구 금메달 축하 리셉션이 열린 1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선수들 및 내빈 소개에 이어 신상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의 인사말이 이어졌다.
다음 순서는 이연택 대한체육회장의 축사. 하지만 사회자는 다음에 있을 김경문 야구대표팀 감독의 인사말을 앞으로 당겼다. 아직 이연택 회장이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회장은 앞서 서울 오륜동에서 열린 전육 한국농구연맹(KBL) 총재 취임식에 참석한 뒤 맹렬하게 달려오고 있는 중이었다.
다행히 이회장은 김감독의 인사말 도중 행사장에 들어섰고 바로 다음에 축사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처 축사를 미리 준비하지 못한 듯 이회장은 뜻밖의 실수(?)를 저질렀다.
출발은 좋았다. 이회장은 "1948년 런던대회 이후 올림픽 출전 60주년을 맞는 가운데 야구가 대한민국 선수단의 마지막 금메달을 따줘 더욱 뜻깊었다"며 대표팀을 치하했다.
하지만 바로 이어진 말에서 사단이 생겼다. 이회장은 "우리나라는 그동안 프로스포츠가 올림픽에서 기대만큼 성과를 못 올려 아쉬웠다"면서 프로종목을 꼽기 시작했다. "야구와 농구"를 언급한 이회장은 잠시 멈칫한 뒤 "배구"까지 기억해낸 뒤 "이렇게 우리나라 3대 프로스포츠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는데 야구가 일거에 그 아쉬움을 날려버렸다"고 말했다.
야구와 함께 국내 양대 프로스포츠로 꼽히는 축구를 아예 뺀 것이었다. 그러나 이회장은 그러한 사실을 모르는 듯 "방금 KBL 총재 취임식에 다녀왔는데 농구도 4년 뒤 런던에서는 일을 내겠더라고 하더라"며 축사를 이었다.
미리 축사를 준비하지 못한 티는 이어졌다. 당초 4분으로 예정된 이회장의 축사는 지난 1936년 베를린대회 마라톤 금메달을 따낸 고(故) 손기정 옹까지 거슬러 오르더니 대한체육회의 설립과 위상까지 더듬으며 6~7분이나 계속됐다. 바쁜 일정에 급조된 축사라는 점을 십분 감안하더라도 야구 축하 리셉션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내용이었다.
지난달 24일 막을 내린 베이징올림픽. 한국은 금메달 13개 등 역대 최고성적을 거두며 금의환향했다. 26일 곧바로 국내 프로리그에 돌입한 야구를 비롯해 최민호(유도), 이용대(배드민턴) 등 대표 선수들도 각종 인터뷰 및 방송 출연으로 눈코뜰새 없는 일정을 치르고 있다.
한국 체육계의 수장인 이연택 회장 역시 마찬가지일 터. 온갖 행사에 참석하느라 몸이 2개라도 모자랄 상황은 이해하나, 또 아무리 예선 통과를 하지 못했더라도 다른 종목까지 아우르는 정신은 챙겨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