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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채흥은 지난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LG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9이닝을 4피안타 10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프로 데뷔 첫 완봉승을 달성했다.
대구상원고-한양대를 졸업한 뒤 2018년 삼성 1차 지명으로 프로에 입단한 3년 차인 최채흥은 지난 두 시즌 동안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다.
데뷔 첫해인 2018년 8경기에 등판해 4승 1패 평균자책점 3.21를 기록한데 이어 2019년에는 28경기에 나와 6승 6패 2홀드 평균자책점 4.81 성적을 올렸다.
2020년에는 선발투수로서 확실히 자리 잡은 모습이다. 올 시즌 선발로만 19경기에 나와 7승 5패 평균자책점 3.74를 기록 중이다.
16일 현재 101이닝을 던진 최채흥은 규정이닝(104이닝)에 3이닝 모자라 각종 투수 순위에 이름이 빠져 있다. 만약 규정이닝을 채우면 문승원(SK·3.96), 임찬규(LG·3.96)를 제치고 토종 선발투수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른다.
특히 최채흥은 지난 13일 LG전에서 데뷔 최고의 호투를 펼쳤다. 2루타 1개 허용한 것을 제외하면 득점권에 주자를 아예 출루시키지 않았다. 최채흥의 이날 피안타율은 .129, 피출루율은 .156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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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느린 직구를 가지고 최근 LG 강타선을 압도한 비결은 무엇일까. 이유는 과감한 정면승부였다.
최채흥은 이날 110개의 공을 던졌다. 이 가운데 53%가 스트라이크존 안쪽으로 들어갔다. 스트라이크존에서 공 한 개 벗어난 투구는 12%였다. 스트라이크존 주위로 들어간 공이 3분의 2나 됐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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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적인 투구의 효과는 좋았다. 최채흥은 이날 26%의 루킹 스트라이크 비율을 기록했다. 자신의 시즌 평균 19%보다도 높았다. LG 타자들이 서서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뜻이다.
직구가 평소보다 더 빠르고 강력하게 들어가자 변화구 위력도 배가됐다. 좌타자 상대 주무기인 슬라이더와 우타자 상대 주무기인 체인지업도 모두 효과적이었다. 최채흥의 직구를 노리다 번번이 속기 일쑤였다.
이날 LG 타자들의 최채흥의 슬라이더 상대 헛스윙률은 57%, 체인지업 헛스윙률은 50%였다. 이 모두 자신의 시즌 평균인 22%, 34%를 웃도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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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최채흥의 직구(포심패스트볼) 구속이 느리다고 해서 위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스포츠데이터에볼루션 자료에 따르면 최채흥의 올 시즌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137.464km다. KBO리그에서 활약하는 투수 가운데 하위권에 해당한다.
하지만 평균 회전수는 다르다. 평균 2284rpm을 기록했다. 좌완투수 가운데 리그 최상위권 평균 회전수를 자랑하는 한화 마무리 정우람(2300~2400rpm)과 비교해 크게 뒤지지 않는다. KIA 에이스 양현종(2200~2300rpm)과도 맞먹는 수준이다.
절대 구속이 떨어져도 평균회전수가 높으면 타자 입장에선 공이 살아 들어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최채흥이 느린 직구를 가지고도 좋은 선발투수가 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